07.09.28.(금) 다시 임고반에 오다
다시 임고반에 들어왔다. 836번에서 임고반에서 나가는 기분을 서술했으니, 그새 시간이 그렇게 지난 것이다. 이제 임용시험까지 70일도 채 안 남았다. 시간이 그만큼 지났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내 실력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걸 뜻하는가? 아니면 그만큼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걸 뜻하나?
졸업생을 위한 임고반이 생기다
열심히,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최선을 다할 각오로 이 자리에 오긴 했는데 맘은 이상하게 좋지만은 않다. 1학기 때 충원이가 서재복 교수님에게 연락했을 때 “임고반에 들어올 의사가 없냐?”고 물어보셨다. 그 땐 그 말이 하나의 농담이거나 임고반에 자리가 비었기에 충원이에게 주고자 하는 건 줄만 알았다. 하지만 8월 26일, 개강하기 하루 전 날 지은이에게 문자가 온 것이다. 졸업생들을 위한 임고반을 만드니까 신청하라는 문자였다. 그 문자를 받고 모든 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충원이에게 했던 말도 이 말과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희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가게 될 거란 기대를 하며 사물함 신청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연락은커녕 아무 기척도 없는 것이다. ‘과연 들어갈 수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면서, ‘만약 안 된다면 어떻게 책을 들고 다닐까?’하는 생각까지 연이어 들었다(杞憂).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그걸 책임져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만약에 안 된다면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며 공부해야겠다’라는 다부진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에서야 연락이 왔던 거다. ‘快哉!’를 외쳤다. 희망이 그렇게 열리고 있었으니~
기다리던 임고반에 들어가지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
하지만 막상 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책상이 들어오는 데 시간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 날이 또다시 한 주가 지나 오늘에서야 들어오게 되었던 거다. 막상 이렇게 입성했는데도 왜 기분은 좋지 않냐고? 그건 첫째, 3시에 들어와 짐더미를 꾸미려 하니 아직 정리가 덜 되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희순이를 만나게 된다는 게 야릿한 기분으로 흐르게 했기 때문이다. 헤어진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막상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안 좋다. 셋째, 어제 잃어버린 PMP의 악몽이 연이어졌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이 곳으로 들어왔으면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수반된 것이다. 어쩌면 이런 심리들의 기저에는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나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깟 나같은 존재가 그런 영광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겠어?’하는 자기 비하의 심리 말이다. 아는 사람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없도록 한껏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불쾌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 중도로 올라갔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온 임고반아 반가워
그러고 나서 5시가 되어서야 내려왔는데 그제야 모든 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예전 임고반 분위기가 은근히 나는 장소로 탈바꿈 되어 있는 걸 보니 그제야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땐 미칠 듯이 공부했었지. 지금 합격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올핸 그 페이스를 좀 늦추기로 했다. 그걸 생각하기 이전에 내 마음부터 정리해야 되었으니까. 합격은 그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생각의 전환이 가장 큰 변화였을 것이다. 머물러 있되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자만의 자세이니. 그러한 까닭 때문인지 작년에 비해 나의 공부 스타일 중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무언가 열심히 하는 것일 뿐.
다시 들어왔다는 게 신나는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곳에서 어떤 역사를 이뤄내야 할지는 나의 행동 여하에 달렸다. 작년에 그렇게 행복하게 꿈을 펼쳐나갔듯이 이제도 그렇게 맘껏 달려보자. 날개를 펴니 세상이 드넓어 보인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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