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의 일주일
구름도 많이 끼고 많이 추움(15:21)
요즘 생활 패턴은 단순명료하다. ‘아침에 일어나 학원에 가기 → 이것 저것하며 시간 보내기 → 수업이 끝나고 좀 더 공부하다가 집에 와서 자기’ 학원과 집의 단순한 이동패턴을 반복하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그 그 속에서 임용공부도 조금씩 한다곤 하지만 그냥 하는 흉내만 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 학원과 집만을 오고 가는 생활의 반복.
일주일 생활 평가
학원에서 일하게 된 지 1주일이 지났다. 뭐 이쯤 되면 다 적응되었다고 할 만하다. 어찌 보면 적응이랄 것도 없었다. 급수 공부를 해봤으니까 새롭게 공부해야 할 것은 없었으니까. 단지 간혹 2급, 1급 한자 중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한자들이 있어서 답답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7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알아가야 된다는 게 좀 힘들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마인드가 바뀐 만큼 그것 자체가 나에게 힘든 일일 순 없었다. 그래서 몇 명을 제외하곤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으며 일도 금세 익숙해졌다. 스스로 나 자신에게 놀라고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원장샘과의 캐미
그리고 김유정 원장샘과의 관계는 두 말할 나위 없고 피아노 학원 원장샘과도 친해졌다. 지난 화요일엔 신고식이 있었는데 술을 순식간에 마친 터라 취해버렸다. 그 덕에 피아노 원장샘과 밤늦도록 얘기해볼 수 있었다. 물론 같은 나이대였다면 절대로 친해질 순 없었을 거다. 자기 확신이 강하고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니 나와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혼이었고 나이 차도 꽤 나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친해질 수 있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작 1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난 확실히 대접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이 대접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미 청청학원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고초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가슴 벅차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리라.
텅텅 비어가는 내면
그런 충만함과는 반대로 나의 내면은 공허해져 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손을 대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렇다고 독서를 하고 있지도 않으니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느낌이다. 그저 맘만 바쁘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선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아는 것이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결과가 나오고 나서 쉴 수도 있었고 재충전할 수도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이것 저것 할 게 많다’는 핑계만을 대며 그저 그 자리에 멈춰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허울 좋은 핑계의 연속일 뿐이다.
재확립의 시기
어차피 지금은 학원에 몸을 적응하는 시기이며 그 외의 것들은 적응이 끝난 때부터 생각해야 하리라. 그렇다면 지금부턴 내 자신을 옥죌 필요는 없다. 좀 느슨하게, 그러면서도 확실한 꿈만을 가지고 나가보자. 결국 내 자신이 그런 기대와 희망만을 버리지 않는다면, 언제고 기회는 찾아올 테니 말이다. 지난 일주일 간의 여정이 나에겐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임과 동시에 내 자신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연들에게 실망을 시켜줘선 안 된다는 걱정이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나름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혼자 자축해도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 마음으로 내년 한 해를 보내보자. (15:50)
▲ 학원에서는 부족한 게 하나도 없이 지내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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