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바꾼 임고반 풍경
2010년까지 임용공부를 하고 마쳤으니, 정확히 7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시간이 꽤 흐른 만큼 시험 체제도 3차 시험(1차: 교육학과 전공 객관식 시험⇒2차: 전공 논술⇒3차: 현행 2차와 동일)으로 진행되던 게 2차 시험으로 바뀌었다는 극적인 변화가 있지만 나에겐 그것 이상의 다른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듯이 2006년에 첫 시험을 봤을 때의 시험 체계가 지금과 꽤나 유사하다가 2년 후에 3차 시험 체제로 바뀌었으니,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 임용고사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스마트폰이 바꾼 임고반의 풍경
그렇다면 무엇이 크게 느껴지는 걸까? 그걸 알기 위해선 임고반에 온 첫 날의 풍경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2007년의 임고반과의 차이점이 명확히 보이니 말이다. 첫 날엔 임고반 반장이 정해지고 디테일한 방의 규칙이 정해진다. 물론 임고반 담당 조교가 제시한 8시에 와서 10시까지 공부해야 하고, 한 달에 4점 정도의 휴가(1점을 쓰면 반가, 2점을 쓰면 종일 휴가)를 주는 큰 틀은 있지만, 각 반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하게 다듬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의견수렴을 하기에 깜짝 놀랐던 거다. 카카오톡의 투표기능을 이용하여 공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의견을 모았다. 지금은 이게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이지만, 2007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은 확연해진다. 2007년엔 반장이 모든 반원에게 “의견을 구할 게 있으니 잠시 주목해 주세요”라고 동의를 구한 후 구두로 이야기를 전하고 거수를 하여 의견을 모았으니 이것이야말로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바꿔놓은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호불호를 얘기하려는 건 아니고, 그 당시엔 전혀 볼 수 없던, 아니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이기에 말하는 것뿐이다.
▲ 이젠 이런 식으로 여론을 모을 수 있다. 참 편해진 세상이다.
스마트폰이 바꾼 한문공부의 풍경
이런 모습이 바뀌었다면 당연히 공부하는 풍경도 변할 수밖에 없다. 그 당시에도 스터디 자료집을 만들 때, 자료를 찾을 때 컴퓨터를 꽤 많이 활용하긴 했었다. 그러나 컴퓨터는 설치하기까지 번거로운 과정, 그리고 부팅하는 시간과 자료를 찾는 시간까지 있어야 하니 아무래도 활용도가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니 주로 자료들은 프린터를 해와 그걸 뒤져보며 관련 내용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그땐 PMP를 거금을 들여 사서 컴퓨터 대용으로 쓰려 했지만, 아무래도 여러 부분에서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찾은 자료를 그 자리에서 바로 타이핑하고 싶었지만, 워드 프로그램도 없고 별도의 키보드도 없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꿈꿨던 모든 일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문서를 보는 건 기본이고, 언제든 편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언제든 인터넷이 접속되어 있으니 글을 보다가 모르는 성어나, 상황이 나오면 바로 검색하여 배경지식을 보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예전엔 거의 주입식으로 ‘그냥 외워야 해’라거나 ‘그냥 그렇게 알아야지’라는 식으로 대충 했던 것들도 지금은 하나하나 이해하고 정리하며 ‘아하 그렇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예전에 공부를 할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재밌고 신이 난다.
▲ 언제든 이렇게 한글 문서 그대로 열어볼 수 있고 수정도 할 수 있다는 게 최고다.
과거로 찾아 떠난 여행의 동반자, 스마트폰
이렇게 개명한 세상에, 언제든 접속 가능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걸 어떻게 공부에 활용할까 하는 게 새로운 문제 상황으로 떠올랐다. 그래도 예전에 해오던 방식이 있으니 3월엔 그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별 다른 방법을 찾진 않았다. 하지만 저번 주에 교수님들과 함께 한문산문 선독과 소화시평 스터디를 하고 난 후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블로그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료집을 정리하며 공부하는 방법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기까지 단재학교에서의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임용공부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교육에 대한, 사람에 대한, 현상에 대한 공부는 계속 하고 있었다. 공교육 교사들도 만나고, 대안학교의 교사들도 만나며 어떤 부분에서 고민을 하는지 같이 탐구했고, 박동섭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교육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려보기도 했다. 그때 배운 것들은 하나하나 글로 남기며 기본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며 가공할 수 있는지 알게 됐고, 거기에 여러 링크들을 걸고 함께 학습하며 확장되어 가는 공부의 묘미를 익히게 됐다. 그땐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 임용이란 공부를 해보니 그렇게 해왔던 것들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가능성임을 알겠더라. 이래서 ‘어떤 삶이든 쓸 데 없는 삶은 없다’란 말이 나왔나 보다. 자신의 경험은 어느 부분으로든 자신의 성장을 견인해 가기 때문이다.
그 덕에 오늘만 해도 이제현이 쓴 ‘빨래터 할머니의 무덤을 지나며 쓴 시’를 공부하다가 항우와 유방 이야기가 나와서 『십팔사략』의 秦末漢初 시기의 이야기를 읽게 됐고, 여기서 연유하여 이제현과 소식이 쓴 『范增論』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공부를 했다. 과거로 찾아 떠나는 여행이 곧 한문의 진가인데, 오늘 바로 그와 같은 여행을 실컷 하다가 돌아온 것이다. 좋다, 그런 여행이라면 콧바람 흥얼거리며 가볼 거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어떤 시련이 있든, 어떤 불행이 있든 신나게 누벼볼 거다.
▲ 학교에 봄이 내렸다. 환히 핀 철쭉들이 으쌰으쌰 힘을 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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