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목): 남원읍 ⇒ 성산일출봉 (31.4Km)
▲ 남원읍 ⇒ 성산일출봉 (31.4Km)
어제 맹렬히 달려 3/5지점까지 왔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은 쉬엄쉬엄 가도 된다. 처음에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우도에 들어가 하룻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무 이것저것 욕심만 내서는 마지막날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 우도는 빼기로 한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뗀 것일 뿐, 이번이 제주도로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꼭 가고 싶었던 ‘성산일출봉’을 가게 된다. 거길 구경하고 느긋하게 달릴 수 있는 만큼만 달려 적당한 곳에서 쉴 예정이다. 마음이 느긋하니, 제주도의 모습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 여관에서 잘 자고 나왔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욕심은 비우니 순간이 채워지다
제주도의 3박 4일. 많다면 많은 시간이고 적다면 적은 시간이다. 아무리 넓지 않은 곳이라 해도 그 시간에 모든 것을 둘러본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와 같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미련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제주도에 가는 것이니만치 많은 것을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유명한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현대사의 질곡이 담긴 4.3 평화공원과 해군기지(미군기지?) 건설로 시끄러운 강정마을, 그리고 우도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아니함만 못한 게 된다. 시간을 쪼개어 여기저기 가볼 순 있지만, 제대로 감상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건 남에게 ‘자랑’할 거리는 될 진 몰라도, 실상 자신에게 남는 것은 없는 허영심일 뿐이다.
▲ 평화의 마을인 제주가 지금은 뜨겁게 들떠있다.
그래서 하나를 보더라도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보며, 제주도에서 머무는 시간 자체를 즐기자는 생각으로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도는 것에 의의를 두고 찾아갈 곳은 대폭 줄이는 것이다. 해안을 돌더라도 풍경이 좋은 곳이 나오면 몇 시간이고 머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정한 곳이 ‘한림공원’과 ‘건강과 성 박물관’과 ‘성산일출봉’이었다. 욕심을 비우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생기더라. 역시나 여행의 기본은 채움이 아닌 비움이다.
▲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산일출봉을 가려거든 해안도로로 가라
남원읍에서 나와서는 일주도로를 따라 돌았다. 잘 닦여진 일주도로를 따라 돌다보면 제주도를 달리고 있다는 감각마저 없어질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도로변의 풍경이 한반도 안의 도로변의 풍경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도 샛길로 빠지고 나서야 제주도의 본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해안도로로 빠지고 나서야 제주도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해안도로에 들어서니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순간 ‘해안도로로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좀 더 빨리 가기 위해서는 일주도로로 그냥 따라가는 게 낫다. 그러면 성산일출봉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볼 수 있다. 그래서 고민을 했던 것인데,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해안도로의 풍경은 최고였다. 더욱이 차도 별로 다니지 않으니 하이킹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 뿐인가. 길이 잘 닦여있고, 자전거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 맘껏 페달을 밟으면 됐다. 영롱한 제주 동해의 빛깔을 감상하며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음미하며 성산일출봉이 서서히 커져가는 흥분을 느끼며 달린다.
▲ 성산일출봉으로 가기 위해선 해안도로로 빠져서 달리는 게 낫다.
제주도에서 맛보는 갈비찜
성산일출봉이 코앞이다. 아무리 ‘성산일출봉’이 좋다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주린 배를 채워야 맘껏 일출봉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일출봉 근처의 성산리에 가서 식당을 찾긴 싫었다. 당연히 관광지기 때문에 비싸고 내용물도 부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한 집으로 들어갔다. 쌈밥을 먹고 싶었지만 제주도의 음식은 ‘해물뚝배기’ 아니면 ‘갈치조림 / 고등어조림’이 거의 전부더라. 획일적인 음식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짧은 아쉬움이 느껴지더라. 아~ 난 짐승 고기가 좋다오~
그나마 이 집에선 갈비찜을 해준다기에 들어온 것이다. 가격도 7.000원으로 괜찮은 편이어서 시켰는데, 깔아주는 밑반찬에서부터 갈비찜의 갈비양까지 모든 게 대만족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2인분도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양이 어찌나 많은지 한 그릇을 다 먹기도 전에 배가 불렀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점이라면 여행객들에겐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좋은 집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 맛있게 먹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여기엔 '삼계탕'으로 되어 있지만 우리가 갔을 땐 갈비찜집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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