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택식물원에 가다
오늘은 단재학교에 수습교사로 처음 참여하는 날이다. 어제 그렇게 꿈에 그리던 상경을 하여 어찌 어찌 고시원을 얻고 하룻밤을 자고 학교에 나왔다. 아직도 모든 게 생소하고 믿기지 않는다. 과연 단재학교에 잘 적응하며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늘은 야외 수업의 일환으로 용인에 있는 ‘한택식물원’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 가는 길에 아이들과 편하게 이야기했다.
점심으로 백암순대가 유명하다고 해서 ‘제일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맛도 깔끔하고 양도 많더라. 순대국의 핵심은 맛이야 엇비슷할 테니(충주에서 먹었던 순대국밥은 맛도 최악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순대라고 생각한다. 당면순대가 들어있으면 아무리 유명한 집이라도 ‘별로’라는 생각이 들고 피순대가 들어있으면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간다. 이집의 순대가 ‘피순대’였기에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무언가를 먹는 시간은 화기애애한 시간이어서 사람의 긴장도 풀어진다. 그 덕에 아이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 남부시장에서 먹던 순대국밥과는 다른 맑은 국물이다.
한택식물원은 이택주라는 분이 10년 이상을 가꾸며 만들어 놓은 개인 식물원이라고 한다. 용인의 외곽이었던 땅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가꾸고 가꾸어 지금은 사람들이 ‘애써서’ 찾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성어가 생각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망은 있되 그게 언제 어떻게 될 거라는 건 기대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남이 뭐라 하든 그저 즐기며 그 일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지.
이 중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끈 나무는 ‘낙우송落羽松’이었다. 어찌 보면 메타세쿼이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장 큰 차이는 메타세쿼이야는 입이 마주나는 반면에 낙우송은 입이 어긋난다고 한다.
그리고 특이하게 낙우송의 뿌리는 땅 위로 노출되어 있다. 어찌 보면 버섯모양처럼 생겼는데, 이것으로 공기를 마신단다. 나무의 뿌리는 땅 속에만 박혀있다는 ‘고정관념’이 보기 좋게 깨졌다.
한택식물원은 부지가 꽤 넓다. 그러니 하루 종일 둘러볼 생각으로 오는 게 좋다. 여기엔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바오밥나무’도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며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 하루는 좋은 구경도 하고 여행을 통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아이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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