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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덕진공원 여행 - 2. 익숙하지만 낯설게 덕진공원을 담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덕진공원 여행 - 2. 익숙하지만 낯설게 덕진공원을 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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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익숙하지만 낯설게 덕진공원을 담다

 

막상 버스에서 내리니 신기하게도 배가 고파오더라.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럼 해이루감자탕(예전엔 다락방이란 감자탕집이었다)을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최근에 돼지고기를 잔뜩 먹었던지라 아예 굶던지, 해물로 만든 요리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덕진정류장 쪽으로 걷다 보니, 건너편에 화려한 모양으로 짬뽕지존이란 음식점이 보이더라. 언젠가도 저 음식점을 본 기억이 있긴 하다. 음식점이 들어선 건물 자체가 매우 특이한 모양이기 때문에 눈길이 절로 가니 말이다.

 

 

2006년에 동기들과 찾은 덕진공원.  

 

 

 

짬뽕지존, 역시 지존

 

순창에 있는 중국집에서 짬뽕을 맛있게 먹어본 이후 짬뽕에 꽂히게 되었다. 그래서 맛있는 짬뽕을 찾으면 절로 행복해지곤 하는데, 가장 많은 기대를 하고 먹었던 강릉의 교동짬뽕은 별로였다. 후추가 이미 가득 뿌려져 후추맛이 강했고, 해물도 그다지 많이 들어 있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과연 저곳의 평가는 어떨지 검색을 해보니 꽤나 괜찮은 평이 쓰여 있더라. 조개류들은 모두 까져 나오며 돼지고기와 해물류가 가득 들어 있어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도 9천원이란 가격은 너무했다. 초마짬뽕이 8천원, 교동짬뽕이 7.700원인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건 맛과 질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근거 없는 자만심일 수도 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음식점에 들어갔다.

 

 

교동짬뽕은 후추맛이 너무 강하다. 그런데 이곳 짬뽕 맛은 좋기만 하다.  

 

 

이미 홀 안엔 꽤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이것만 봐도 나름 인지도가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이곳은 매우 특이하게도 생수병 500L짜리가 이미 한 병씩 있었고 단무지도 통닭을 시킬 때 오는 무처럼 밀봉된 채로 있었다. 아마 재활용을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거 같았고 그만큼 가격은 비싸지만 이런 서비스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조금 기다리니 짬뽕과 밥 한 공기가 나오더라. 우선 짬뽕 한 그릇의 양이 많다는 것과 내용물이 충실하다는 것에서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국물부터 한 모금 떠먹어봤는데, 해산물과 돼지고기로 육수를 냈기 때문인지 꽤 깊은 맛이 나더라. 특히나 후추나 조미료의 맛이 느껴지지 않고 기름이 둥둥 떠 있거나 하지 않아 맘에 들었다. 무겁지 않은 깊은 맛, 짬뽕을 먹을 때마다 그토록 찾았던 맛인데 드디어 이곳에서 찾게 된 거다. 그리고 어떤 곳은 먹는 순간 혀가 아려올 정도로 매운맛이 감돌긴 하던데, 이곳은 그런 자극적인 맛이 아니었던 것도 맘에 들었다. 면을 먹어보니 면도 특색이 있더라. 적당한 찰기와 적당한 두께로 밀가루를 먹는다는 느낌은 덜했다. 국물과 한껏 어우러져 식욕을 북돋웠으니 말이다. 해산물도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에 돼지고기까지 가미가 되어 면과 함께 내용물을 하나씩 먹는 맛이 있다. 이 정도면 9천원이 정말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밥과 함께 짬뽕을 조금씩 먹고 나니 금세 배가 불러왔다. 전북대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또 오고 싶은 짬뽕집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입구 쪽엔 믹스커피머신과 아메리카노 머신이 있고 매실과 유자를 마실 수 있는 머신도 별도로 있다. 그러니 자기의 취향에 따라 후식까지도 모두 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거다. 나는 얼음이 가득 든 컵에 아메리카노를 따라서 냉커피로 만들어 음식점에서 나왔다.

 

 

입구엔 후식을 즐길 수 있도록 갖가지 머쉰들이 있다.    

 

 

 

곧 사라질 연화교를 건너다

 

여기서부터 덕진공원까진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덕진공원은 예전엔 돈을 내고 들어가야 했던 곳이지만, 대학생 때부턴 무료개방이 되었다. 그래서 동아리 동기들과 할 일 없으면 와서 놀다가곤 했고, 2008년에 임용을 준비할 땐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 와서 7시면 하는 에어로빅을 함께 따라 하기도 했었다. 곳곳이 사람에 대한 추억이 담겨 있고, 그 당시의 아련했던 느낌들이 여전히 담겨 있는 곳이다. 아마도 전주 사람이라면 덕진공원을 빼고선 어떤 추억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추억의 장소를 이렇게 아무런 기약 없이 홀로 찾아오는 것도 참 색다른 느낌이다.

 

 

드디어 덕진공원에 도착했다. 연꽃이 없으니 허전하긴 해도 봄꽃들이 활짝 피어 공원엔 생기가 돈다.  

 

 

공원 내엔 봄이 한 가득 내렸더라. 목련도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곳곳의 벚꽃나무들도 만개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나는 후문으로 들어가 연지교를 먼저 건넌다. 지금은 연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라 연꽃은 시들고 꺾여 흡사 연꽃 무덤과 같은 스산함을 풍기고 있지만, 공원엔 봄의 싱그러운 기운이 완연하다. 그러니 연인들은 그 앞에서 연신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대고 가족들은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먹기에 분주하다.

그런 장면들을 눈에 한 가득 집어넣으며 드디어 현수교를 건넜다. 이 다리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바로 그 다리다. 아마 덕진공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이 다리일 거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은 사진이 이 다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일 거다. 예전엔 장난기가 많아서 이 다리를 건널 때면 폴짝폴짝 뛰기도 했었다. 그러면 다리가 출렁이며 그곳을 건너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 나를 노려보곤 했었다. 이런 느낌 때문에 2009년에 양평의 용담대교를 건널 땐 자동차의 달리는 속도로 인해 다리가 한 번씩 들썩여서 이곳은 덕진공원 현수교를 키워놓은 버전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봄꽃과 함께 봄을 만끽하러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왔더라.   

 

 

 

전주 사람들, 추억의 장소이자 휴식처

 

현수교 바로 옆엔 오리배를 타는 곳이 있다. 예전에 왔을 땐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이 없어서, ‘저곳 저러다 망하는 거 아냐?’라고 걱정하긴 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로 많은 가족들이 오리배를 타고 있더라. 저렇게 많은 오리배가 덕진공원을 누비는 건 정말이지 처음 보는 것 같다.

덕진공원을 곳곳마다 누비고 있으니 가족 단위 나들이객부터 젊은 연인은 물론이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도 곳곳에서 여유를 누리며 봄을 만끽하고 있더라. 바로 이게 덕진공원의 진정한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탑골공원만 가더라도 거긴 젊은이는 거의 볼 수 없고 나이 드신 분들만 가득하다. 누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공원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느 한 부류만 머물게 된 것이다. 그에 반해 덕진공원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인정해준다. 아마 누군가가 낙원을 모든 연령, 모든 인종, 모든 종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라 정의한다면, 바로 덕진공원은 그런 낙원의 이미지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오리배가 분주히 호수를 누빈다. 그래도 가족끼리 함께 추억을 쌓기엔 여전히 좋은 듯.  

 

 

현수교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동안 덕진공원도 여러모로 변모를 할 것이고, 다 만들어지고 나면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전연령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20183월의 마지막 날에 덕진공원으로의 여행은 일상에서 미처 느껴보지 못한 애틋함과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악산에 가려 나왔다가 덕진공원으로 우발적으로 오게 됐지만, 그런 급작스런 여행의 흥취로 인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를 맘껏 느낄 수 있었다.

 

 

봄과 함께 한 덕진공원. 늘 이랬으면 좋겠다. 이곳이야말로 나의 낙원 같은 곳.    

 

인용

목차

사진

1. 모악산 가려다 덕진공원에 가다

2. 익숙하지만 낯설게 덕진공원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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