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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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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20172월에 단재학교 이전이 계획되어 있었다. 148월에 강동구 둔촌동에서 송파구 송파동으로 이전했으니, 2년 반만에 다시 이전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저번에 이전할 땐 학교 수리에 관련된 모든 일(방문을 유리문으로 다는 것, 이층 난간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 대문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승빈맘이, 이사와 관련된 모든 일은 근호맘이 도맡아서 해줘서 편하게 이전할 수 있었다. 역시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교다 보니, 이런 식으로 백지장을 맞들 듯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그런데 영화 교사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학교 이전 이야기를 하는 게 왠지 생뚱맞아 보일 것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에 영화 교사 이야기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 천천히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컴프레서를 가지러 마술소에 왔다.  

 

 

 

컴프레서 가지러 왔수다

 

이번에도 근호맘은 이사에 관련된 일을 도맡아 해준다고 했다. 근호는 2년 전에 졸업해서 다니고 있지 않지만, 예전의 고마운 마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준 것이다. 그런데 저번과는 달리 학교 수리를 해줄 부모님은 없었다. 그러니 모든 수리는 우리가 도맡아서 해야 했다. 성내동으로 학교를 이전할 때 나무문을 떼어내고 유리문으로 모두 바꿨었는데, 그걸 모두 떼어내고 새롭게 이전할 석촌동 학교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학교는 집과는 달리 안과 밖이 완전히 차단되는 나무문보다는 확인할 수 있는 유리문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단재학교 송파동에서 석촌동으로 2월 20일에 이전했다. 학교의 이전과 영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런데 문을 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그냥 경첩에서 나사를 풀고 그걸 다른 문으로 교체한 후 조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마다 경첩의 위치도 다르고 손잡이 걸쇠가 걸리는 위치도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문틀을 끌로 깎아 맞춰야 했던 것이다. 어찌 어찌 승태쌤이 목공을 제법 잘하기에 문을 재설치하는 일은 끝이 났다. 그런데 경첩의 위치와 걸쇠의 위치가 바뀐 곳마다 덧대어 놓은 나무를 고정할 컴프레서와 타카기가 없었기에, 작년에 걸어서 송파로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송파마을예술창작소(이하 마술소)에서 빌려와야 했다.

 

컴프레서의 무게는 실로 어마무시하다. 자동차로 나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승태쌤 차를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술소에 있는 수레를 이용하여 직접 옮겨야만 했다. 마술소부터 단재학교까진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고, 두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한다. 학교의 모든 일정이 끝난 어슴푸레한 시간에 컴프레서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승태쌤과 처음으로 찾아간 마술소는 지하에 있음에도 깨끗하고 영화 관람 시설부터 목공시설까지 모두 갖춰진 최상의 공간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김정아 대표님이 계시더라. 승태쌤과는 이미 구면이기에 자연스럽게 최근에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술소로 들어가는 길.   

 

 

 

컴프레서에서 영화로

 

정아쌤은 이번엔 영화와 목공으로 수업을 진행하려 하는데, 목공은 이미 정해졌고 영화 쪽 사람 중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했고, 승태쌤은 나를 지목하며 건빵쌤이 단재학교에서 5년 간 영화팀 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서, 그쪽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대답을 했다.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서, 그것도 컴프레서를 빌리러 간 자리에서 영화와 마주치게 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래서 뭐든 해볼 필요가 있고, 어떤 사람이든 만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만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며, 도전할 때 지금껏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생긴다. 생각은 언제나 현실에서 엇나가며, 현실은 언제나 생각으론 도무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제안은 솔깃했지만, 그럼에도 매주 토요일마다 2시간씩 하며, 그것도 30주에 걸쳐서 해야 한다는 점이 망설여지게 했다. 한 번 하기로 했으면 매주 토요일에 다른 일정은 잡지 말아야 한다는 거였고, 이런 식으로 단재학교 아이들과 영화를 제작하는 것 외에 다른 아이들과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였다. 처음 시작할 때 느껴지는 불안과 떨림이 나를 휩쓸어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까지 느끼게 할 정도였다. 최근에 많이 나아진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새롭게 시작할 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 순간에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명함만 받아왔다.

 

 

 

완전한 유리문이 아닌, 반쯤 유리가 대어진 문. 학교라는 시설에 더 알맞기에, 이걸 이전하는 곳으로 떼어가기로 했다.   

 

 

 

인용

목차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

7.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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