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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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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이미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지식의 가치도 나날이 달라지며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현실 속에 교사 또한 예전에 공부했던 방식 그대로 정해진 지식만을 가르친다거나, 자신이 걸어온 길만을 최고의 길로 소개하며 그 길로 가라고 몰아넣거나 해선 안 된다

 

 

[덕혜옹주]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다.    

 

 

 

영화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기에 생각의 폭이 넓어지다

 

이럴 때 교사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 그것들을 모두 지우고 상황 자체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다시 재구성하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요구된다. 그건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모두 지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절대적이지 않다면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며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때 전혀 다른 생각으로 전환도 할 수 있어야 된다.

 

만약 단재학교에 아이들과 한문을 같이 공부하는 형태로 교사를 했다면, 나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교육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으로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그것으로 무작정 이끌어가려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한 번도 고민해보지도 않았고 한 번도 배워본 적도 없는 영화라는 과목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하니, 나 스스로가 아는 게 없어 죄송합니다라는 심정으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저절로 맞추고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여기서 만남이 시작되고, 관계가 얽혔다. 그리고 관계가 얽히니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들을 함께 맞이하며 나도 아이들도 함께 성장해 나간다.

 

어찌 보면 5년이란 시간은 이렇게 아는 것 하나도 없이, 배운 것들이 모두 무색해지는 가운데 좌충우돌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라 표현한 것이다.

 

 

현천고에서 강연하고 있는 우치다쌤의 모습.    

 

 

 

직업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닌, 정해지는 것

 

그렇게 5년을 보냈다. 그러니 이제 누군가에게 단재학교에서 영화팀을 맡고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한다. 어느덧 영화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5년 전만해도 나를 이렇게 소개하게 될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고, 꿈조차 꾸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이니 작년 9월에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현천고에서 강연 때 했던 이야기가 더욱 더 와 닿았다.

 

현천고는 공립형 대안학교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라고 한다. 우치다쌤도 그 학교를 이곳저곳 돌아보며, 자유롭게 행동하는 학생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교사들을 보았단다. 그런 모습에 감명을 받으셨던지, 그건 일본에선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질의응답 시간에 18살 여학생은 이렇게 자유로운 학교에서도 저는 아직 꿈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우치다쌤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라고 운을 뗀 후에 여러분이 직업을 선택할 때 직업 선택의 문이 열리면 비로소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문엔 손잡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문은 외부에서만 열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학생처럼 직업의 문이 어딨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문일까?, 아니면 저 문일까?’라는 생각으로 주의 깊게 봐야하고 행동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이 열리게 되죠.”라는 말을 해줬다. 이 말은 계획에 맞춰 살아간 사람에겐 어떤 신비주의적인 말로 들릴 테지만, 나처럼 계획에서 미끄러진 삶을 살아온 사람에겐 삶을 그대로 들려준 말처럼 들린다. 그건 삶은 미지의 방향으로 흘러가며, 나 자신도 그저 그 흐름을 타고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이 열렸고, 그 문을 따라 쭉 들어갔더니 또 다른 인연들이 엮이고 그 길로 나아가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난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영화 교사로 단재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영화팀을 맡으며 5년을 보내고 나니,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조금이나마 정도는 소리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계속 가게 되면서 새로운 일들도 생겼고, 새로운 인연들도 만나게 됐다. 올핸 그 흐름을 이어받아 전혀 생각도 못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DREAM 그리고 꿈]이란 영화를 찍고 있는 아이들.  

 

 

 

인용

목차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

7.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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