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양역에서
여양역(閭陽驛)
최경창(崔慶昌)
馬上時將換 西歸道路賖
마상시장환 서귀도로사
人烟隔河少 風雪近關多
인연격하소 풍설근관다
故國書難達 他鄕鬢易華
고국서난달 타향빈이화
天涯意寥落 獨立數棲鴉
천애의요락 독립수서아 『孤竹遺稿』
해석
馬上時將換 西歸道路賖 | 말 위에서 시절은 장차 바뀌려하고, 서쪽으로 돌아갈 길 아득하네. |
人烟隔河少 風雪近關多 | 밥 짓는 연기는 강 건너에 드문드문, 바람과 눈은 관문에 가까워지니 세차구나. |
故國書難達 他鄕鬢易華 | 고향의 편지는 전달하기 어렵고, 타향에서 귀밑머리는 쉽게 쇠는 구나. |
天涯意寥落 獨立數棲鴉 | 낯선 곳【천애(天涯): 1. 하늘 끝에 홀로 서 있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핏줄이나 부모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2. 하늘의 끝이 닿는 땅의 한 귀퉁이라는 뜻으로, 아득하게 멀리 떨어진 낯선 곳을 이르는 말.】에서 마음은 쓸쓸하여 홀로 서서 집 찾는 까마귀를 헤아리네. 『孤竹遺稿』 |
비평
이 시는 명나라 사신의 수행원으로 중국에 갔을 때 여양역(閭陽驛)을 지나면서 지은 것으로, 길 위에 있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이다. 계절이 바뀔 정도로 오랫동안 이동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아득하다[道路賖]’. 여기에 ‘말 타기’는 이동으로 인한 피로감을 극대화시킨다. 말 타기는 현대인들에게는 전신 체력 단련을 위한 스포츠로 여겨질 정도로 온 몸을 긴장시키는 일인 것이다. 미련(尾聯)에서 시인은 ‘집 찾는 까마귀[數栖鴉]’와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쓸쓸함과 더불어 고독감을 표출한다.
-김금숙, 「최경창 시의 이미지 연구」, 강원대 석사논문, 2000, pp.88-93.
인용
'한시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립 - 용천 복몽태장하수 불득무사(龍川 伏蒙台章下酬 不得無謝) (0) | 2022.10.31 |
---|---|
최립 - 차이문순정중월운 동자시작(次李文順井中月韻 童子時作) (0) | 2022.10.31 |
최경창 - 영화(詠畫) (0) | 2022.10.31 |
최경창 - 제낙봉인가(題駱峯人家) (0) | 2022.10.31 |
최경창 - 패강누강제영(浿江樓舡題詠) (1) | 202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