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당풍의 맑고 시원한 시
1. 이이(李珥)는 청신쇄락(淸新灑落)한 시를 선발하며 이백(李白)ㆍ맹호연(孟浩然)ㆍ위응물(韋應物)의 시를 뽑았는데, 당나라 때 시인들이 이런 시를 썼다는 걸 알 수 있음.
2. 우리나라 한시의 시대별 경향
신라 말~ 고려 초 | 조선전기~ | ~조선 중기 |
만당풍(晩唐風) | 송풍(宋風) | |
| 강서시파(江西詩派) | |
| 당풍(唐風) |
1) 황정견(黃庭堅)ㆍ진사도(陳師道)의 영향을 받은 박은(朴誾)ㆍ이행(李荇)ㆍ박상(朴祥)ㆍ정사룡(鄭士龍)ㆍ노수신(盧守愼)ㆍ황정욱(黃廷彧)ㆍ최립(崔岦) 등이 강서시파(江西詩派)를 연마함.
2) 강서시파(江西詩派)의 난삽한 병폐에 반대하며 부드럽고 맑은 흥을 지닌 시를 짓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남.
3) 이주(李胄)ㆍ유호인(俞好仁)ㆍ신종호(申從濩)ㆍ신광한(申光漢) 등이 외롭게 당시를 짓고자 했음.
4) 16세기 중반에 이르러 박순(朴淳)ㆍ최경창(崔慶昌)ㆍ백광훈(白光勳)ㆍ이순인(李純仁)ㆍ이달(李達) 등이 당시 스타일을 구사하려 함. 미감은 맑고 시원함.
玉檻秋來露氣淸 | 옥으로 만든 난간에 가을이 와 이슬 기운이 맑고 |
水晶簾冷桂花明 | 수정 같은 주렴은 서늘하고 계수나무의 꽃(달빛)은 환하네. |
鸞驂一去銀橋斷 | 난새가 끄는 수레 한 번 가서 은교가 끊어졌으니, |
惆悵仙郞白髮生 | 슬프구나, 선랑은 흰 머리만 나네. |
1) 기씨(奇氏)라는 사람의 소유인 영월루에 올라 쓴 것이지만, 당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이 궁중 여인의 비애를 노래한 「규원(「閨怨)」처럼 보이도록 애씀.
2) 영월루를 궁궐의 화려한 집처럼 치장한 것도 왕창령의 시와 비슷해지고자 표현한 데서 나옴.
3) 보통 누각에서 쓴 시는 누각에서 보이는 경치를 시인의 흥과 함께 적지만 이 시는 틀을 완전히 벗어 신선을 노래한 유선사(遊仙詞)처럼 됨.
4)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이 사람의 절구는 모든 작품이 다 매우 맑다. 당나라 때에 두더라도 왕창령 등에 양보할 것이 없다.”고 함.
手持一卷蘂珠篇 | 손에 한 권 『예주편』을 잡고 |
讀罷空壇伴鶴眠 | 읽기를 다하자 텅 빈 단에서 학과 짝하며 잠드네. |
驚起中宵滿身影 | 한밤 중 몸에 가득한 그림자에 놀라 일어나니, |
冷霞飛盡月流天 | 차가온 노을 날아가길 다하자 달이 하늘을 흐르네. |
1) 이 시는 노직(盧稙)이라는 사람의 여주(驪州) 망포정(望浦亭)의 팔경을 노래한 작품 중 하나임.
2) 강물과 소나무, 달빛, 맑고 시원한 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가 갖춰져 있고, 여기에 신선의 이미지까지 더함.
3) 『예주편(蕊州篇)』은 도사들이 즐겨 읽는 경전으로 신선이 되었다가 학과 함께 잠이 든다고 함.
4) 한숨 자고 있는 동안 해는 훤히 비추고 구름과 노을도 다 흩어지고 달빛마저 맑아 신선의 것으로 환골탈태함.
5) 허균(許筠)은 『국조시산(國朝詩刪)』에서 “얼음을 품은 듯하여 한여름에 서리가 내렸다.”고 함. 홍만종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108번에선 “시가 맑아서 아무런 찌꺼기가 없다[瑩澈無滓]”고 함.
蒲團岑寂篆香殘 | 부들포 자리 아주 적막하고 꼬여 올라가던 분향 향기는 가물거리네. |
獨抱仙經靜裏看 | 홀로 선경을 안고 고요한 속에 보고 |
江閣夜深松月白 | 강가의 누각 밤이 깊자 소나무에 걸려 있는 달은 환하여 |
渚禽飛上竹闌干 | 물가의 새는 날아 대나무 난간으로 오른다. |
1) 창랑정(滄浪亭)은 전라도 동복(同福)에 있는 정자로 그 주인은 임제(林悌)의 아우인 임타(林㙐)임.
2) 시의 내용이나 미감에서는 백광훈(白光勳)이 올랐던 망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
3) 부들로 엮은 소박한 자리에 향불을 피우고 조용하게 앉아 도사들이 보는 책을 읽는다.
4) 깊은 밤 강가의 누각, 그 곁에 있는 소나무에 달이 휘영청 걸렸다. 훤한 달빛 아래 물가의 새들이 창랑정 위로 훨훨 날아오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