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쪽으로 온 지 수년째, 그때에 재상에게 배척으로 연이어 글을 써서 면직을 요청하느라 여러 읍에 순행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벼슬을 그만둬, 부질없이 7언절구를 지어, 두루 한 길 산천과 풍속을 서술하여 유람을 대신한다.
여래남경년 이이시재지척 연장걸면 부득순행열읍금장체귀 만부칠절 역서일로산천풍속 이체유람(余來南經年 而以時宰之斥 連章乞免 不得巡行列邑今將遞歸 漫賦七絶 歷叙一路山川風俗 以替遊覽)
이의현(李宜顯)
良州勝觀亦云多 雙碧登來梵宇過
別是黃江遊可樂 女郞猶唱鄭誧歌 『陶谷集』 卷之一
해석
良州勝觀亦云多 량주승관역운다 | 양주에 명승지 또한 많다고 하니, |
雙碧登來梵宇過 쌍벽등래범우과 | 쌍벽루【쌍벽루(雙碧樓): 양산시 북부동에 있는 누각으로, 옛날에 누각 아래에 시내가 흐르고 맞은편에 넓고 푸른 대나무 밭이 있어 서로 푸른빛을 비추어 쌍벽루라고 이름하였다 한다. 원문의 ‘범우(梵宇)’는 불교의 사찰을 이르는바, 여기서는 통도사를 이른다.】에 올라보고 통도사를 지나야지. |
別是黃江遊可樂 별시황강유가락 | 특별히 황산강의 놀이 즐길 만하니, |
女郞猶唱鄭誧歌 녀랑유창정포가 | 여인네들 아직도 정포의 노래를 부르네. 『陶谷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제목에서 “내가 남쪽으로 내려온 지 몇 년이 지났는데, 당시 재상의 배척을 받아 여러 번 글을 올려 면직을 요청하였기에 여러 고을을 순행할 수 없었다. 이제 벼슬이 갈려 돌아가게 되었기에 부질없이 칠언절구를 지어 도중의 산천과 풍속을 두루 읊조려 유람을 대신한다[余來南經年 而以時宰之斥 連章乞免 不得巡行列邑 今將遞歸 漫賦七絶 歷叙一路山川風俗 以替遊覽].” 에서 보이듯이, 우의정 조상우(趙相愚)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상감사에서 파직되어 서울로 돌아오면서 지은 시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경치가 빼어난 양산에 들러 쌍벽루에도 올라보고 통도사도 찾아보았다. 따로 시간을 내어 황산강에 이르렀더니 놀며 즐길 만한데, 젊은 여인들이 400년도 지난 정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5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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