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연안을 출발하며
효발연안(曉發延安)
이덕무(李德懋)
不已霜鷄郡舍東 殘星配月耿垂空
蹄聲笠影矇矓野 行踏閨人片夢中 『靑莊館全書』 卷之九
해석
不已霜鷄郡舍東 불이상계군사동 | 새벽닭 울음소리 고을 동쪽에서 그치질 않고 |
殘星配月耿垂空 잔성배월경수공 | 스러지는 별빛이 달과 짝하여 밝게 허공에 드리워졌네. |
蹄聲笠影矇矓野 제성립영몽룡야 | 말발굽 소리와 삿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 |
行踏閨人片夢中 행답규인편몽중 | 규방의 여인 조각 꿈속으로 밟으며 간다. 『靑莊館全書』 卷之九 |
해설
이 시는 연안을 떠나며 지은 시이다.
관아의 동편에서 새벽닭 소리가 들린다.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자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인 것이다. 방 안에 여인을 두고 밖으로 나오니, 샛별 하나가 달과 함께 하늘에 드리워 반짝이고 있다(반짝이는 별은 여인의 눈빛이기도 하다). 삿갓을 쓰고 말에 올라 어스름한 들녘을 지나가면서 남겨둔 여인을 생각하며 여인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 꿈을 밟으면서 떠나간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다음과 같이 이덕무를 내각(內閣)에 두었던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덕무(李德懋)ㆍ박제가(朴齊家) 무리의 문체가 전적으로 패관(稗官)과 소품(小品)에서 나왔다. 이들을 내각(內閣)에 두었다고 해서 내가 그 문장을 좋아하는 줄로 아는데, 이들의 처지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이로써 스스로 드러내도록 하려는 것일 뿐이니, 나는 실로 이들을 배우로서 기른다. 그러나 성대중(成大中)의 순정(純正)함에 대해서는 일찍이 극도로 장려하지 않은 적이 없다[李德懋ㆍ朴齊家輩文體 全出於稗官小品 以予置此輩於內閣 意予好其文 而此輩處地異他 故欲以此自標 予實俳畜之 如成大中之純正 未嘗不亟奬之].”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75~27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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