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임용 면접을 보러 오다
오늘 드디어 면접을 보는 날이다. 처음 보는 면접시험인데다 1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4문제에 대한 답을 구상하고서 면접장에 들어가 10분 만에 구상한 내용을 답해야 하는 특이한 방식 때문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 2차 시험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면접일 새벽의 풍경
그래서 잠을 설치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긴 했는데 11시에 자서 4시 41분에 눈이 떠졌으니 잠은 충분히 잔 상황이었다. 컨디션은 괜찮나? 몸이 부대끼거나 정신이 흐리멍덩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경부선 철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여객선이나 화물선은 물론이고 1호선 전철도 지나다닌다.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굉음이 엄청난데 솔직히 이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예전에 세종 조치원에서 묵었을 때도 철도 바로 옆에 있는 모텔이라 꽤 시끄럽긴 했는데 그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여기엔 기차를 좋아하는 나만의 기호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기차가 옆을 지나갈 때면 창문을 열고 어떤 기차가 지나가나 바라볼 정도였고, 새벽에도 운행하는 화물열차를 보며 ‘기관사는 얼마나 피곤할까?’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할 정도였다.
▲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열차와 전철. 계속 사진을 찍으며 열차를 배웅했다.
아침은 어제 사온 샌드위치와 작은 컵라면을 먹었다. 충남에선 1차에 18명의 합격자가 있는 만큼 만약 뒷 번호에 배정되면 그만큼 늦은 시간에 면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업실연(개인당 총 40분의 시간이 걸림)에 비하면 20분 정도의 시간만 걸리기에 좀 더 빨리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 내가 10번 후반대의 번호를 뽑진 않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쌓여 있는지라 아침도 간단하게 먹었고 간식도 그렇게 많이 챙겨가지 않았다.
▲ 아침치곤 조촐하지만 과하지 않아 좋다. 늦게까지만 면접을 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포근한 날씨에 면접을 보다
숙소에선 7시 15분에 나왔다. 학교엔 8시 20분까지 도착하면 된다고 하기에 여유롭게 걸어서 갈 생각으로 말이다. 올해 2차 시험일엔 날씨가 무척 포근하다. 영상 7도의 기온으로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씨이기 때문에 추위로 인해 몸이 움츠러드는 일은 없는 것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거리를 정장을 차려 입고 걷고 있으니 불안은 순식간에 가시고 맘껏 부딪혀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아난다. 막상 고사장에 들어가 같은 수험생들을 보는 순간 맘은 요동칠 테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 춥지 않는 새벽 길을 걸어 간다. 발걸음마다 꽃이 핀다.
학교엔 7시 39분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여러 수험생들과 가족들이 보이더라. 함께 서 있는 가족들도 수험생만큼이나 엄청 떨릴 테지. 그리고 고사장에 들어간 수엄생을 언제 나올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수험생도 가족도 모두 모두 고생이 이만저만이다. 입구에 설치된 고사장 배치도를 보니 우리 고사장은 3층에 있더라. 들어가려 하니 입구에 서 계시던 선생님이 수험표를 보여 달라고 하더라. 이게 바로 1차 시험 때와는 완벽히 다른 점이었다. 1차 때는 입구에서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심지어는 누구나 고사장까지 들어가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니 말이다. 그에 반해 2차 때는 입구에서부터 출입자를 제한한다.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도록 수험표를 확인하여 들여보내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는 이유는 ‘공정성’이란 잣대, 일말의 부정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으리라. 거기에 마련된 덧신을 신고 고사장으로 올라갔다.
▲ 우리 고사장은 3층에 있다. 여긴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타고 올라가면 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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