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회수 올리기 작전과 조회수라는 허상
그런데 블로그에선 조회수 100건을 넘기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블로그에 썼던 ‘송곳 토크 콘서트’ 후기를 브런치에 올리자마자 조회수가 100건을 순식간에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블로그 6년의 공이 70회의 조회수를 만들었는데, 브런치에선 겨우 6일 만에 100명을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송곳 관련 글은 블로그 6년 공을 순식간에 넘어갔다.
브런치의 조회수 높이기 작전 개시
그 뿐인가? 심지어 26일엔 엄청 특이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교에서 유명산으로 2학기 마무리 여행을 떠나는 날이라 10시까지 학교에 가면 되기에 여유롭게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의 영상을 편집 중이라 브런치엔 예전에 썼던 글 중 다시 소개하고 싶은 글을 몇 개 올리고 있었다. 블로그는 제목만 쓰면 되지만, 브런치는 제목과 소제목을 쓰게 되어 있어서 ‘제목과 소제목을 어떻게 써볼까?’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엔 제목에 ‘~후기’라 쓰고, 소제목에 글의 핵심 주제를 담아 놓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에 글의 핵심 주제를 담고 소제목에 ‘~후기’라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에 부랴부랴 그걸 고쳤다. 여행을 떠나는 아침에 글이나 수정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그만큼 조회수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글의 제목을 수정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조회수가 올라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기’보다는 ‘교육은~’, ‘예술은~’하는 식이면 훨씬 잘 검색될 거라 생각했다. 둘째 글의 본질이 잘 드러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목을 통해 ‘이 글은 한 번 읽고 싶다’고 느끼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려면 어찌 되었든 제목이 글의 본질을 잘 담고 있어야 하고, 읽고 싶은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내가 그런 작명 실력을 갖췄는지는 논외로 한다면 말이다.
▲ 제목엔 글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짓고, 소제목엔 어떤 글인지를 밝혔다.
작전 실패, 하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의 출현
과연 제목을 바꾸는 것이 조회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결과적으로 어떤 영향도 없었다. 글을 검색하여 찾을 때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실제적으론 영향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조회수는 계속하여 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조회수를 보니 100회를 기록하더니, 순식간에 천 명이 넘었고 하루가 끝날 시점엔 4천 회가 넘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건 다름 아닌 그 전날에 올린 3년 전에 썼던 ‘네셔널지오그래픽전 후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이트에 노출이 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퍼뜨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순식간에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더욱이 그 전날만 해도 조회수가 달랑 16회를 기록했던 게, 하루가 지나자 4천회를 기록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왜 올릴 당시에는 다른 글과 똑같이 평범한 조회수를 기록하던 게 하룻밤 사이에 그와 같은 차이를 만들어진 것일까? 그 내막이야 알 길이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 순간에 기분은 좋았다.
▲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이게 엄청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회수라는 허상을 발견하다
늘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이런 상황을 현실에서 목도하고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블로그 조회수가 150회를 기록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데,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였다. 그처럼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쯤 되니 ‘조회수가 내 글의 가치를 증명해준다’는 생각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같은 글을 블로그에 올렸을 땐 평상시와 같은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브런치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3년이나 지난 글임에도 그런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그건 곧 글의 운명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이란 그 글이 잘 써진 글이냐, 그렇지 않은 글이냐가 가진 영향력도 있겠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느 시기와 만났느냐 하는 것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시기와 만났느냐에 따라 그 글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곧 조회수가 그 글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려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발버둥을 표현한 글→조회수를 신경 쓰는 글→건빵다운 글’로의 나아감
날씨가 대폭 추워졌다. 언제 더웠냐 싶게 지금은 맹추위에 몸을 떨고 있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시기가 온 것이다. 그건 곧 어느 한 순간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글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조회수에 따라 ‘잘 쓴 글이다’, ‘못 쓴 글이다’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꾸준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걸 글로 써나가면 된다. 더 이상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며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지금 쓰던 방식 그대로 나의 체취가 묻어나도록, 고민의 흔적이 스미도록 글을 써나가면 된다.
조회수가 4천 회를 넘던 날, 난 다시 글쓰기의 본질이 무언지 알게 되었다. 이젠 ‘살기 위한 발버둥을 표현한 글’의 단계를 지나, ‘남의 이목을 신경 쓰는 글’의 단계를 넘어, ‘신나게 살아가는 발자취’를 담는 글의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건빵의 글쓰기는 이렇게 새로운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 글쓰기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좀 더 가볍게, 그러면서도 신나게 써 보련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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