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6살에 시집간 누이가 고생만 하다 43살에 죽다
유인孺人의 이름은 아무이니, 반남 박씨이다. 그 동생 지원趾源 중미仲美는 묘지명을 쓴다. 유인은 열 여섯에 덕수德水 이택모李宅模 백규伯揆에게 시집가서 딸 하나 아들 둘이 있었는데, 신묘년 9월 1일에 세상을 뜨니 얻은 해가 마흔 셋이었다. 지아비의 선산이 아곡鵝谷인지라, 장차 서향의 언덕에 장사 지내려 한다. 孺人諱某, 潘南朴氏. 其弟趾源仲美誌之曰 : 孺人十六歸德水李宅模伯揆, 有一女二男, 辛卯九月一日歿, 得年四十三. 夫之先山曰鵝谷, 將葬于庚坐之兆. |
죽은 누님을 그리며 지은 묘지명이다. 번역만으로는 원문의 곡진한 느낌을 십분 전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애잔하고 가슴 뭉클한 한편의 명문이다. 연암과 죽은 누님과는 여덟 살의 터울이 있었다. 어려서 그는 누님에게 업혀 자랐을 터이다.
백규가 그 어진 아내를 잃고 나서 가난하여 살 길이 막막하여, 어린 것들과 계집종 하나, 솥과 그릇, 옷상자와 짐궤짝을 이끌고 강물에 띄워 산골로 들어가려고 상여와 더불어 함께 떠나가니, 내가 새벽에 두포斗浦의 배 가운데서 이를 전송하고 통곡하며 돌아왔다. 伯揆旣喪其賢室, 貧無以爲生, 挈其穉弱, 婢指十, 鼎鎗箱簏, 浮江入峽, 與喪俱發, 仲美曉送之斗浦舟中, 慟哭而返. |
열 여섯에 시집간 누이가 마흔 셋의 젊은 나이에 고생만 하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떴다. 아내를 잃자 살 도리가 막막해졌다고 했으니, 그나마 그간의 생계도 누님이 삯바느질 등으로 꾸려왔음이 분명하다. 자형 백규는 선산 아래 땅뙈기라도 붙이고 살아볼 요량으로 상여가 나가는 길에 아예 이삿짐을 꾸려 길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 그 세간이라는 것이 겨우 솥 하나, 그릇 몇 개, 옷 상자와 짐 궤짝 두어 개가 전부라니, 그 궁상이야 꼭 말해 무엇하겠는가.
▲ 전문
▲ 1956년 두모포 근방.
인용
1. 16살에 시집간 누이가 고생만 하다 43살에 죽다
3-1. 총평
'책 > 한문(漢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물빛은 거울 같았네 - 3. 묘지명의 관습을 깨어 생명력과 감동을 얻다 (0) | 2020.04.07 |
---|---|
강물빛은 거울 같았네 - 2. 누이 시집가던 날의 추억과 아련히 겹치는 현재 (0) | 2020.04.07 |
혼자하는 쌍륙 놀이 - 5. 글이 써지지 않아 혼자 쌍륙놀이를 하다 (0) | 2020.04.06 |
혼자하는 쌍륙 놀이 - 4. 가짜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진짜로 살아가는 법 (0) | 2020.04.06 |
혼자하는 쌍륙 놀이 - 3. 골동품 감식안은 완물상지가 아니다 (0) | 202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