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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강물빛은 거울 같았네 - 4. 미묘한 감정을 글과 시로 풀어내는 마술사 본문

책/한문(漢文)

강물빛은 거울 같았네 - 4. 미묘한 감정을 글과 시로 풀어내는 마술사

건방진방랑자 2020. 4. 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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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묘한 감정을 글과 시로 풀어내는 마술사

 

 

연암의 처남이자 벗이었던 이재성李在誠은 이 묘지명을 읽고 다음과 같은 평문을 남겼다.

 

마음의 정리에 따르는 것이야 말로 지극한 예라 할 것이요, 의경을 묘사함이 참 문장이 된다. 글에 어찌 정해진 법식이 있으랴! 이 작품은 옛 사람의 글로 읽으면 마땅히 다른 말이 없을 것이나, 지금 사람의 글로 읽는다면 의심이 없을 수 없으리라. 원컨대 보자기에 싸서 비밀로 간직할진저.

緣情爲至禮, 寫境爲眞文. 文何嘗有定法哉? 此篇以古人之文讀之, 則當無異辭, 而以今人之文讀之故, 不能無疑, 願秘之巾衍.

장의葬儀 절차를 성대히 함이 지극한 예가 아니다. 망자를 떠나보내는 곡진한 마음이 담길 때 그것이 지극한 예가 된다. 있지도 않았던 일을 만들어 적고, 상투적 치레로 가득한 글이 참 문장이 아니다. 가슴 아픈 사랑의 마음이 실릴 때라야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참 문장이 된다. 그렇다. 묘지명에 무슨 정해진 법식이 있으랴!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만 정해진 법식만을 가지고, 무슨 묘지명을 이따위로 쓰느냐고 욕을 해댈 터이니 혼자만 읽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이 또 한 번 읽는 이를 슬프게 한다.

다음은 연암억선형燕巖憶先兄이란 시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형님을 그리며 지은 것이다.

 

我兄顔髮曾誰似

형님의 모습이 누구와 닮았던고

每憶先君看我兄

아버님 생각날 젠 우리 형님 보았었네.

今日思兄何處見

오늘 형님 그립지만 어데서 본단 말가

自將巾袂映溪行

의관을 갖춰 입고 시냇가로 가는도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꼭 닮아, 마치 아버님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던 형님, 그 형님조차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시다. 그리운 형님의 모습을 이제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쓸쓸한 마음에 시냇가로 가서 그 물에 내 얼굴을 비춰 볼 밖에. 연암은 이렇듯 덤덤한 듯 감정의 미묘한 구석을 꼭 꼬집어 내는 마술사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16살에 시집간 누이가 고생만 하다 43살에 죽다

2. 누이 시집가던 날의 추억과 아련히 겹치는 현재

3. 묘지명의 관습을 깨어 생명력과 감동을 얻다

3-1. 총평

4. 미묘한 감정을 글과 시로 풀어내는 마술사

5. 시간에 따라 변하는 내 모습과 같은 연암의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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