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일에도 노력했던 송욱처럼 그대도 노력하게
염재기(念齋記)
박지원(朴趾源)
송욱 자신이 없어진 걸 알게 되다
宋旭醉宿, 朝日乃醒. 臥而聽之, 鳶嘶鵲吠, 車馬喧囂. 杵鳴籬下, 滌器廚中. 老幼叫笑, 婢僕叱咳. 凡戶外之事, 莫不辨之, 獨無其聲.
乃語矇矓曰: “家人俱在, 我何獨無?” 周目而視, 上衣在楎, 下衣在椸, 笠掛其壁, 帶懸椸頭. 書帙在案, 琴橫瑟立, 蛛絲縈樑, 蒼蠅附牖. 凡室中之物, 莫不俱在, 獨不自見.
急起而立, 視其寢處, 南枕而席, 衾見其裡. 於是謂旭發狂, 裸體而去, 甚悲憐之, 且罵且笑, 遂抱其衣冠, 欲往衣之, 遍求諸道, 不見宋旭.
이루어질 수 없는 일 = 송욱의 과거보기
遂占之東郭之瞽者, 瞽者占之曰: “西山大師, 斷纓散珠, 招彼訓狐, 爰計算之.” 圓者善走, 遇閾則止. 囊錢而賀曰: “主人出遊, 客無旅依. 遺九存一, 七日乃歸. 此辭大吉, 當占上科.”
旭大喜, 每設科試士, 旭必儒巾而赴之, 輒自批其券, 大書高等. 故漢陽諺, 事之必無成者, 稱宋旭應試. 君子聞之曰: “狂則狂矣, 士乎哉. 是赴擧而不志乎擧者也.”
미치광이지만 스스로 노력한 송욱처럼 그대도 겉만 씩씩한 척 말고 속도 씩씩하도록 하시오
季雨性踈宕, 嗜飮豪歌, 自號酒聖. 視世之色莊而內荏者, 若浼而哇之. 余戱之曰: “醉而稱聖, 諱狂也. 若乃不醉而罔念, 則不幾近於大狂乎?” 季雨愀然爲間曰: “子之言是也.” 遂名其堂曰念齋, 屬余記之, 遂書宋旭之事以勉之. 夫旭狂者也. 亦以自勉焉. 『燕巖集』 卷之七
해석
송욱 자신이 없어진 걸 알게 되다
宋旭醉宿, 朝日乃醒.
송욱(宋旭)이 취해 자다가 아침 해가 떠서야 곧 깼다.
臥而聽之, 鳶嘶鵲吠, 車馬喧囂.
누워 들으니 제비가 울고 까치가 지저귀며 거마소리 시끄럽고
杵鳴籬下, 滌器廚中.
절구소리가 울타리 아래에서 울리고 부엌에선 그릇 씻는 소리가 나며
老幼叫笑, 婢僕叱咳.
늙은이와 어린이가 절규하고 웃으며 머슴들이 욕지거리하고 침 뱉는 소리 등이었다.
凡戶外之事, 莫不辨之, 獨無其聲.
모두 문밖의 일로 분별되지 않는 게 없었지만 유독 자신의 소리만은 없었다.
乃語矇矓曰: “家人俱在, 我何獨無?”
이에 몽롱하게 “집 사람은 모두 있는데 나만 어째서 홀로 없는 건가?”라고 중얼거렸다.
周目而視, 上衣在楎, 下衣在椸,
주변을 보니 상의는 옷걸이에 걸려 있고 하의는 횃대에 걸려 있으며
笠掛其壁, 帶懸椸頭.
삿갓은 벽에 걸려 있고 띠는 횃대 머리에 달려 있었다.
書帙在案, 琴橫瑟立,
서책은 책상에 있고 거문고는 뉘어 있고 비파는 서 있으며
蛛絲縈樑, 蒼蠅附牖.
거미줄은 들보에 얽혀 있고 푸른색의 파리는 창에 붙어 있었다.
凡室中之物, 莫不俱在, 獨不自見.
대체로 방 속의 물건은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게 없었지만 유독 스스로만은 보이지 않았다.
急起而立, 視其寢處,
급히 일어나 서서 자던 곳을 보니
南枕而席, 衾見其裡.
남쪽으로 베개와 자리가 있어 이불은 속이 드러나 있었다.
於是謂旭發狂, 裸體而去,
이에 ‘송옥이 발광해서 나체로 나갔구나.’라고 생각하고
甚悲憐之, 且罵且笑,
매우 슬퍼하며 가련히 여겼으며 또 욕하고 또 웃으며
遂抱其衣冠, 欲往衣之,
마침내 의관을 안고서 가서 옷을 입혀 주려 했지만
遍求諸道, 不見宋旭.
두루 길에서 찾아봤지만 송욱은 보이질 않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 = 송욱의 과거보기
遂占之東郭之瞽者, 瞽者占之曰: “西山大師, 斷纓散珠, 招彼訓狐, 爰計算之.”
마침내 성 동쪽의 봉사에게 가서 점을 치니 봉사가 점치며 말했다.
西山大師 斷纓散珠 | 서산대사의 갓끈이 끊기고 구슬이 흩어졌구나. |
招彼訓狐 爰計算之 | 저 수리부엉이 불러 이에 헤아리게 하여라. |
圓者善走, 遇閾則止.
엽전은 잘 구르지만 문턱을 부딪히고서야 멈췄다.
囊錢而賀曰: “主人出遊, 客無旅依. 遺九存一, 七日乃歸. 此辭大吉, 當占上科.”
봉사가 동전주머니를 쥐고 축하하며 말했다.
主人出遊 客無旅依 | 주인은 여행을 떠나고 손님은 여행옷【여의(旅衣): 여행 도중 입을 옷, 즉 행장(行裝)을 말한다】이 없구나. |
遺九存一 七日乃歸 | 9는 잃었지만 하나는 남았으니 7일에 곧 돌아오리. |
此辭大吉 當占上科 | 이 말이 매우 길하니 마땅히 좋은 성적으로 급제하리. |
旭大喜, 每設科試士,
송욱은 매우 기뻐하며 매번 과거시험이 설치되어 선비를 시험할 때면
旭必儒巾而赴之,
송욱은 반드시 유건을 쓰고 시험을 봤지만
輒自批其券, 大書高等.
문득 스스로 시권에 비점을 치고 크게 높은 등수를 써놓았다.
故漢陽諺, 事之必無成者,
그러므로 한양 속담에 일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稱宋旭應試.
‘송욱의 과거시험 보기’라 일컫는다.
君子聞之曰: “狂則狂矣, 士乎哉.
군자들은 그것을 듣고서 말들 했다. “미치긴 미쳤지만 선비로구나.
是赴擧而不志乎擧者也.”
이것은 과거를 보면서도 급제에는 뜻을 두지 않은 것이다.”
미치광이지만 스스로 노력한 송욱처럼 그대도 겉만 씩씩한 척 말고 속도 씩씩하도록 하시오
季雨性踈宕, 嗜飮豪歌,
계우【계우(季雨): 성명은 미상(未詳)이다. 『연암집』 권5 여중관(與仲觀)에 백우(伯雨)의 동생으로 언급되어 있다. 연암 후손가 소장 필사본 『종북소선집(鍾北小選集)』에는 이 글의 제목이 염재당기(念哉堂記)로 되어 있으며, 그와 함께 ‘계우’가 ‘숙응(叔凝)’으로 되어 있다. 숙응은 연암의 친구인 신광온(申光蘊)의 아우 신광직(申光直 : 1738~1794)의 자(字)로, 그의 호가 또한 염재(念齋)였다. 신광직은 젊은 시절 연암뿐만 아니라 홍대용(洪大容)과도 절친하여 담헌서(湛軒書)에도 ‘여신염재부증박연암지원(與申念齋賦贈朴燕巖趾源)’ 등 신광직과 관련된 시문이 몇 편 있다. -김영진의 「조선 후기의 明淸小品 수용과 小品文의 전개 양상」(고려대 박사학위 논문, 2003) 참고】는 성격이 소탕하고 방탕하여 술 마시길 즐기고 노래를 호방하게 불러
自號酒聖.
스스로 ‘술에 있어서만큼은 성인[酒聖]’이라 호를 지었다.
視世之色莊而內荏者,
세상이 안색은 위엄 있는 체하지만 내면은 유약한 사람을 보면
마치 자기 몸이 더렵혀진 것처럼 하며 구토질을 한다.
余戱之曰: “醉而稱聖, 諱狂也.
나는 그걸 농담하며 말했다. “취하고 성인이라 일컬은 것은 미친 걸 감추기 위함이지만
若乃不醉而罔念, 則不幾近於大狂乎?”
만약 곧 취하고서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매우 미친 것에 가깝지 않겠는가【『서경(書經)』 다방(多方)에 “성인이라도 반성하지 않으면 광인이 되고, 광인이라도 반성할 줄 알면 성인이 된다[惟聖罔念作狂 惟狂克念作聖].”고 하였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을 강조한 말이다. 본래 『서경』 다방에서의 ‘광인’은 ‘어리석은 사람’이란 뜻이지만, 여기서는 송욱(宋旭)의 경우와 연계되어 쓰였으므로 ‘미치광이’로 새겼다】?”
季雨愀然爲間曰: “子之言是也.”
계우는 근심하며 뜸들이다가 “자네의 말이 옳네.”라고 말했다.
遂名其堂曰念齋, 屬余記之,
마침내 당을 ‘염재(念齋)’라 이름 짓고 나에게 기문을 지어주길 부탁하여
遂書宋旭之事以勉之.
마침내 송욱의 일을 써서 권면했다.
夫旭狂者也. 亦以自勉焉. 『燕巖集』 卷之七
저 송욱은 미친 사람이지만 또한 스스로 힘쓴 사람이다.
인용
3. 송욱처럼 완전히 미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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