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Ⅱ
운韻으로 소리를 내고, 사詞로 표현을 빛나게 하는 것은 군대의 나팔이나 북, 깃발과 같다. 韻以聲之, 詞以耀之, 猶金鼓旌旗也; |
운韻으로 소리를 내고, 사詞로 표현을 빛나게 하는 것은 군대의 나팔이나 북, 깃발과 같다고 했다. 별도의 통신수단이 없던 과거 전쟁에서 명령의 전달은 나팔과 북, 그리고 깃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진군나팔은 전진을 명령하고, 북은 퇴각 명령을 전달한다. 나팔과 북소리로도 혹 부족할까하여 깃발을 가지고 또 명령을 전달한다. 깃발이 시각의 배려라면, 북소리 나팔소리는 청각의 배려이다. 멋있는 군악대의 취주吹奏는 군대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북과 나팔이 적군을 무찌를 수는 없지만, 이것 없이 군대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주제, 동일한 내용이라도 어휘의 적절한 선택과 효과적인 문장 표현을 갖추게 되면 글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소리를 내어 읽어도 껄끄러움 없이 순순하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넘치는 표현 없이도 제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조응이라는 것은 봉화이고, 비유라는 것은 유격의 기병이다. 照應者, 烽埈也; 譬喩者, 遊騎也; |
조응照應이라는 것은 봉화이다. 적이 쳐들어오면 변경에서 봉화가 오른다. 그 봉화는 잇달아 전하여져서 후방의 본진에까지 도달한다. 직접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보지 않고서도 후방에서는 적의 침입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가 있다. 글쓰는 사람은 할 말을 아껴둘 줄 알아야 한다. 앞에서 슬쩍 던져 놓고 뒤에서 이를 받는다. 그래서 산단운련山斷雲連이라고 했다. 봉우리만 내민 산을 구름이 끊어 놓았다 해서 구름 아래 산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가리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일이 다 말하지 않고도 말한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른바 사단의속辭斷意屬, 즉 말은 끊어져도 뜻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달리 호조呼照라고도 한다.
비유라는 것은 유격의 기병이라고 했다. 들판에서 지리멸렬한 백병전이 한창일 때, 그리하여 상대와의 우열이 드러나지 않고 혼전이 거듭되고 있을 때, 전차 부대나 기마 부대가 뛰어들어 적병을 공략하면 우열은 단번에 어느 한편으로 기울고 만다. 글이 지지부진하여 잘 나가지 않을 때 참신하고 적절한 비유는 글에 아연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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