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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글쓰기와 병법 - 7. 주제를 뚜렷하게 세우고 글을 쓰라 본문

책/한문(漢文)

글쓰기와 병법 - 7. 주제를 뚜렷하게 세우고 글을 쓰라

건방진방랑자 2020. 4. 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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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주제를 뚜렷하게 세우고 글을 쓰라

 

 

대저 갈 길이 분명치 않으면 한 글자도 내려 쓰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항상 더디고 껄끄러운 것이 병통이 되고, 요령을 얻지 못하면 두루 헤아림을 비록 꼼꼼히 하더라도 오히려 그 성글고 새는 것을 근심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음릉陰陵에서 길을 잃자 명마인 추도 나아가지 않고[각주:1], 굳센 수레로 겹겹이 에워싸도 여섯 마리 노새가 끄는 수레는 이미 달아나 버린 것과 같다[각주:2]. 진실로 능히 말이 간단하더라도 요령만 잡게 되면 마치 눈 오는 밤에 채 성을 침입하는 것과 같고[각주:3], 토막 말이라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면 세 번 북을 울리고서 관을 빼앗는 것과 같게 된다[각주:4]. 글을 하는 도가 이와 같다면 지극하다 할 것이다.

夫蹊逕之不明, 則一字難下, 而常病其遲澁; 要領之未得, 則周匝雖密, 而猶患其疎漏, 譬如陰陵失道, 而名騅不逝, 剛車重圍, 而六騾已遁矣. 苟能單辭而挈領, 如雪夜之入蔡, 片言而抽綮, 如三鼓而奪關. 則爲文之道, 如此而至矣.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암은 혜경蹊徑즉 갈 길을 분명히 알고, ‘요령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갈 길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글에는 주제가 뚜렷해야 한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글 쓰는 이는 글 쓰는 동안 내내 이 물음에서 떠나면 안 된다. 그러므로 갈 길을 잃지 말라는 주문은 입주뇌立主腦’, 즉 주제를 명확히 세우라는 것이다. 명나라 이어李漁한정우기閑情偶記』 「입주뇌에서, “주뇌主腦란 다른 것이 아니다. 작자가 입언立言하는 본의本意를 말한다고 했다. 주제가 명확치 않고서는 글은 마냥 헛돌고 만다.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었다던 항우가 힘이 부족해서 패한 것이 아니다. 음릉에서 길을 잃어 늪속에 빠지고 보니,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준마도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 요령만 얻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요령이란 갈 길에 대한 선택이다. 주제에 도달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어느 길을 따라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요령을 얻어야 한다는 주문은 글의 구성과 관련된다. 기승전합起承轉合의 전개는 불변의 원칙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변화는 백출한다. 내 생각을 읽는 이에게 오해 없이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려면 어떤 순서와 어떤 단계로 글을 펼쳐야 할까? 이 미묘한 저울질이 바로 합변지기合變之機, 제승지권制勝之權이다. 한무제 때 그 겹겹이 포위한 한나라의 군대를 오랑캐의 선우는 여섯 마리 노새가 끄는 수레만으로도 유유히 달아나 버렸다. 제 아무리 좋은 글감을 마련하고, 예상되는 반론에 대응할 논리를 준비해도 합변의 요령을 얻지 못하면 겹겹이 에워싸고 자료를 거듭 준비해도 종내 설득력 있는 한편의 글이 되지는 못한다. 말이 많아야 좋은 글이 아니다. 중언부언 하는 글이 친절한 글이 아니다. 말이 간결해도 핵심을 꿰뚫어야 한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과정록 4

기출문제 정리를 마치며

1. 모범답안을 모아 합격집을 만들다

2.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

3.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

4.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

5. 글이 좋지 않은 건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6. 글쓰기에 상황만 있을 뿐 정해진 법칙은 없다

7. 주제를 뚜렷하게 세우고 글을 쓰라

8. 모범답안을 맹종치 말고 글의 결을 파악하라

 

 

 

 

  1. 항우가 해하垓下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포위를 뚫고 달아나다가 음릉陰陵에서 농부가 길을 거짓으로 가르쳐 주는 바람에 반대 방향으로 가서 늪에 빠졌다. 한병의 추격을 받자 마침내 자기 목을 찔러 자살하면서, “힘은 산을 뽑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었네. 때가 불리하매 추騅도 나아가질 않는도다. 추가 가질 않으니 어쩔 수 없네. 우虞여! 우여! 너를 어찌 할거나. 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 騅不逝兮可柰何, 虞兮虞兮柰若何!”라고 노래한 데서 나온 말. 『사기』「항우본기」. 여기서는 쓰려고 하는 내용이 분명치 않고 보니,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막막한 모양을 나타냄. [본문으로]
  2. 한무제 때 표기장군驃騎將軍 곽거병霍去病이 무강거武剛車로써 흉노의 선우單于를 겹겹이 포위하였으나, 선우가 여섯 마리의 노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수백기만을 거느린채 한군의 포위를 뚫고 달아나버린 고사. 『사기』 권 111, 「위장군표기열전衛將軍驃騎列傳」 참조. 여기서는 글쓰기에 있어 입의立意 즉 주제의식의 명확치 않아, 비록 글로 쓰더라도 뜻이 성글어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함을 말함. [본문으로]
  3. 당 헌종 때 오원제吳元濟란 자가 채주蔡州에서 반란을 일으켜 여러 해 웅거하매, 나라에서는 여러 차례 관군을 파견하였으나 모두 패하고 말았다. 이에 이소李愬가 자청하여 토벌의 책임을 맡아서는, 싸움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적을 방심시키고, 적장 중에 투항해 오는 자를 극진히 대접하여 적정을 파악한 후, 폭설이 내리던 밤 군사가 열에 한 둘이 얼어죽는 추위를 무릅쓰고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채성蔡城을 함락시켜 오원제를 사로잡아 토벌한 고사. 『신당서』 권 154, 『구당서』 권 133의 「이소열전」 참고. 여기서는 글쓰기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펼치는 요령을 얻는데 있음을 말한 것이다. [본문으로]
  4. 춘추시대 노나라 장수 조귀曹劌가 제齊나라와 장작長勺에서 싸울 때 노장공魯莊公이 북을 치려 하자 만류하고는 제나라 사람이 북을 세 번 친 뒤에야 치게하여 마침내 승리를 거둔 고사. 나중에 장공이 연유를 묻자, 그는 “대저 전쟁은 기운을 용감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 번 북을 치면 기세가 올라가나, 두 번 치게 되면 시들해 지고, 세 번 치면 다하게 됩니다. 저들은 다하였고, 우리는 가득한 까닭에 이긴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춘추좌씨전』 장공 10년 봄 기사에 보인다. 여기서는 말이 비록 간단하더라도 핵심이 분명하여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됨을 말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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