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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글쓰기와 병법 - 5. 글이 좋지 않은 건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본문

책/한문(漢文)

글쓰기와 병법 - 5. 글이 좋지 않은 건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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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이 좋지 않은 건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대저 장평의 군사가 그 용감하고 비겁함이 지난날과 다름이 없고, ··방패·짧은 창의 예리하고 둔중함이 전날과 변함이 없건만, 염파廉頗가 거느리면 제압하여 이기기에 족하였고, 조괄趙括이 대신하자 스스로를 파묻기에 충분하였다.

夫長平之卒, 其勇㥘非異於昔時也, 弓矛戈鋋, 其利鈍非變於前日也, 然而廉頗將之, 則足以制勝, 趙括代之, 則足以自坑.

이렇게 해서 글쓰기와 병법을 일대일로 대응하여 설명한 연암은, 이어지는 둘째 단락에서 다시 전고典故와 비유, 억양반복의 방법을 활용하여 글쓰기와 병법의 관련성을 보다 더 긴밀하게 다진다. 여기서 병법의 예로 든 것은 진나라와 조나라의 장평 싸움이다. 조나라의 백전노장 염파는 진나라 왕흘의 군대를 맞이하여 저들을 지치게 할 양으로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약을 올리며 싸움을 걸어도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 양식은 자꾸 떨어져 가고, 군대의 사기도 영 말이 아니었다. 진나라는 하는 수 없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염파는 늙었다. 염파는 겁먹었다. 그래서 안 싸운다. 우리는 젊은 조괄이 장수가 되어 올까봐 가장 겁난다. 염파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이 유언비어에 혹해 조나라는 염파 대신 경험 없는 풋내기 조괄을 장수로 교체하였다. 의기양양해서 부임한 즉시 조괄은 뭔가 보여주려고 그날로 군대의 지휘체계와 명령계통을 다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는 준비도 없이 군대를 출정시켰다. 그 사이에 진나라는 백전백승의 노장 백기白起를 아무도 몰래 투입시켜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조나라 군대를 기다렸다. 막강한 조나라의 40만 대군은 진나라 백기의 유인에 걸려 하루아침에 섬멸 당하고 말았다. 그 후 강대했던 조나라는 다시는 힘을 떨치지 못하고 패망하고 말았다. 왜 똑같은 군사가 꼭같은 무기로 싸웠는데, 염파가 이끌면 적과 맞대항할 수 있었고 조괄이 대신하자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한꺼번에 죽고 말았을까? 그럴진대 승리의 관건은 좋은 무기나 병사에 있지 않고, 이를 지휘하는 지휘관의 역량에 있지 않겠는가?

 

 

그런 까닭에 병법을 잘 하는 자는 버릴만한 병졸이 없고, 글을 잘 짓는 자는 가릴 만한 글자가 없는 것이다. 진실로 그 장수를 얻는다면 호미·곰방메·가시랑이·창자루로도 모두 굳세고 사나운 군대가 될 수 있고, 천을 찢어 장대에 매달아도 정채가 문득 새롭다. 진실로 그 이치를 얻는다면 집안 사람의 일상 이야기도 오히려 학관學官에 나란히 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의 노래나 마을의 상말도 또한 이아爾雅[각주:1]에 넣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글이 좋지 않은 것은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故善爲兵者, 無可棄之卒, 善爲文者, 無可擇之字. 苟得其將, 則鉏耰棘矜, 盡化勁悍, 而裂幅揭竿, 頓新精彩矣. 苟得其理, 則家人常談, 猶列學官, 而童謳里諺, 亦屬爾雅矣. 故文之不工, 非字之罪也.

글 쓰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아무리 훌륭한 주제와 글감이 있고, 뛰어난 문장력을 지녔다 해도 이치를 얻지 못하면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글이 지녀야 할 이다. 물에 물결이 있고, 살에 살결이 있으며, 바람에 바람결이 있듯, 글에도 결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달리 말해 장수가 적을 격파하는 용병술에 비유할 수 있고, 글 쓰는 이의 재량하고 판단하는 역량에 견줄 수 있다.

그래서 연암은 둘째 단락의 결론을 글이 좋지 않은 것은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로 맺는다. 이는 달리 말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는 것은 병사의 잘못이 아니다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지휘관에게 있는 것이다. 지휘관이 훌륭하면 호미나 죽창을 가지고도 정예의 군대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다. 되는 대로 장대에 천을 쭉 찢어 매달아도 술을 달고 융단에 화려한 수를 놓아 장식한 멋진 깃발보다 효과적인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꼭 고담준론만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평범한 소재, 늘 주고받는 우스개 말도 꼭 놓일 데에 놓이면 참으로 깊은 이치를 담게 된다. 꼭 사람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하는 소재,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이야기, 철학자의 근엄한 경귀를 인용하는 것만이 글을 고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과정록 4

기출문제 정리를 마치며

1. 모범답안을 모아 합격집을 만들다

2.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

3.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

4. 글쓰기와 병법 운용의 공통점

5. 글이 좋지 않은 건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6. 글쓰기에 상황만 있을 뿐 정해진 법칙은 없다

7. 주제를 뚜렷하게 세우고 글을 쓰라

8. 모범답안을 맹종치 말고 글의 결을 파악하라

 

 

  1. 이아爾雅 : 13경의 하나로 천문지리에서 초목조수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문자를 설명한 고대의 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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