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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과정록 4권 - 1. 박지원의 문장관 본문

문집/과정록

과정록 4권 - 1. 박지원의 문장관

건방진방랑자 2020. 3. 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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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지원의 문장관

 

先君之論文章也.

常以爲文無無今, 不必模楷, 步趣, 矜壯自大, 低視今人也. 惟自爲吾文而已. 擧耳目之所睹聞, 而無不能曲盡其形聲, 畢究其情狀, 則文之道極也.

又病吾東之士汨沒於功令之餘習, 綴拾陳談, 依樣畵葫, 而自附純質, 日就鹵莽.

故曰: “法古者病泥跡, 刱新者患不經. 苟能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 今之文, 猶古之文也.”

又曰: “苟得其理, 則家人常談, 猶列學官, 童謳里諺, 亦屬爾雅. 故文之不工, 非字之罪也. 彼評字句之雅俗, 論篇章之高下者, 譬如不勇之將, 心無定策, 猝然臨題, 屹如堅城. 其患常在於自迷蹊徑未得要領.”

又曰: “天地雖久, 不斷生生, 日月雖久, 光輝日新, 載籍雖博, 旨意各殊. 故飛潛走躍, 或未著名; 山川草木, 必有秘靈; 朽壤蒸芝, 腐草化螢. 禮有訟, 樂有議. 書不盡言, 圖不盡意. 仁者見之謂之仁, 智者見之謂之智. 故俟百世聖人而不惑者, 前聖志也; 禹復起不易吾言者, 後賢述也. 顔子, 其揆一也. 隘與不恭, 君子不由也.”

又曰: “庖犧氏之觀文也, 仰而觀乎天, 俯而察乎地. 孔子大其觀文而係之曰: ‘居則觀其象而玩其辭.’ 夫玩者, 豈目視而審之哉?” 此皆先君論文之大旨也.

故其爲文也, 匠心獨造, 氣充理到. 碑誌寫生, 而其人之聲貌如見, 書牘信筆, 而事物之情態畢露, 自出機杼, 不襲陳言. 百世之下, 當有具眼者, 豈不肖所敢私贊者哉!

 

 

 

 

해석

先君之論文章也.

선군께서 문장을 다음과 같이 논하셨다.

 

常以爲文無無今, 不必模楷,

항상 글을 지을 때는 고문과 금문이 따로 없고 반드시 한유와 구양수를 모방하거나

 

步趣, 矜壯自大,

사마천과 반고를 본받았다고 자랑하고 뻗대며 스스로 위대하다 여겨서

 

低視今人也.

지금 사람들을 얕잡아봐선 안 된다.

 

惟自爲吾文而已.

오직 스스로 자신의 글을 지을 뿐이다.

 

擧耳目之所睹聞,

귀와 눈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들어

 

而無不能曲盡其形聲, 畢究其情狀,

모양과 소리를 곡진히 하고 실정과 형상을 다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면

 

則文之道極也.

글의 도가 극진해지리라.

 

又病吾東之士汨沒於功令之餘習,

또한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과거에 사용된 하찮은 시문[각주:1]에만 골똘해

 

綴拾陳談, 依樣畵葫[각주:2],

진부한 말만을 모아놓고 모방만 일삼지만

 

而自附純質, 日就鹵莽.

스스로 순수한 자질이라 자부하되 날마다 거칠고 조잡한 데로 나가는 것을 걱정했다.

 

故曰: “法古者病泥跡,

그러므로 楚亭集序에서 말씀하셨다. “옛 것을 본받은 것은 옛 것을 무작정 따름이 문제가 되고,

 

刱新者患不經.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근거할 게 없는 게 문제가 된다.

 

苟能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

그렇기 때문에 옛 것을 본받되 변화시킬 줄 알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되 전고로 삼을 게 있다면

 

今之文, 猶古之文也.”

지금의 글은 옛날의 글과 같은 것이다.”

 

又曰: “苟得其理, 則家人常談,

또한 騷壇赤幟引에서 말씀하셨다. “진실로 이치를 얻으면 가족의 일상적인 말도

 

猶列學官, 童謳里諺, 亦屬爾雅.

오히려 학교에 열거할 만하고 동요나 속담 또한 이아에 속하게 된다.

 

故文之不工, 非字之罪也.

그러므로 문장이 잘 지어지지 않는 것은 글자의 문제가 아니다.

 

彼評字句之雅俗, 論篇章之高下者,

저 글자와 글귀의 우아함과 속됨을 평가하고 편장의 좋고 나쁨을 논하는 사람은

 

譬如不勇之將, 心無定策,

비유하면 용감하지 않은 장수가 마음에 정해진 계책도 없는 것 같아

 

猝然臨題, 屹如堅城.

갑자기 제목을 보고 우뚝 솟은 견고한 성처럼 느껴진다.

 

其患常在於自迷蹊徑未得要領.”

근심은 항상 스스로 지름길을 몰아 요령을 얻지 못하는 데에 있다.”

 

又曰: “天地雖久, 不斷生生,

또한 楚亭集序에서 말씀하셨다. “천지가 비록 오래되었지만 새로이 탄생함에 빈틈이 없으며,

 

日月雖久, 光輝日新,

해와 달리 비록 낡았지만 빛은 날마다 새롭고,

 

載籍雖博, 旨意各殊.

문서가 비록 방대하지만 책의 뜻은 각기 다름이 있다.

 

故飛潛走躍, 或未著名;

그렇기 때문에 하늘을 날고 물에 잠기며 달리고 뛰는 것 중에 혹은 드러나지 않은 이름이 있으며,

 

山川草木, 必有秘靈;

산천초목에 반드시 신비로운 영물이 있으며

 

朽壤蒸芝, 腐草化螢.

썩은 흙에서 지초가 솟아나고,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가 태어난다.

 

禮有訟, 樂有議.

예는 오래도록 지켜왔음에도 송사가 있고, 음악은 긴 시간동안 누려왔음에도 의론이 있다.

 

書不盡言, 圖不盡意.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그림으로는 뜻을 다하지 못한다.

 

仁者見之謂之仁, 智者見之謂之智.

그래서 인자가 그것을 보면 이라 말하고, 지자가 그것을 보면 라고 말한다.

 

故俟百世聖人而不惑者, 前聖志也;

그래서 100대 이후의 성인을 기다려 미혹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선 성인인 자사의 말이고,

 

禹復起不易吾言者, 後賢述也.

순임금과 우임금이 다시 살아나셔도 나의 말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은 뒤에 난 성인인 맹자의 말이다.

 

顔子, 其揆一也.

우임금과 후직과 안회는 처지가 달랐지만, 서로의 생각은 같았다.

 

隘與不恭, 君子不由也.”

옛 것을 익히되 생각이 협소해진 것과 새 것을 쓰되 공손치 않은 것은 군자가 하지 않는다.”

 

又曰: “庖犧氏之觀文也,

또한 素玩亭記에서 말씀하셨다. “포희씨가 문을 관찰할 때는

 

仰而觀乎天, 俯而察乎地.

우러러 하늘을 관찰했고 굽어 땅을 관찰했다.

 

孔子大其觀文而係之曰:

공자가 포희씨의 문 관찰한 것을 위대하게 여겨 繫辭傳을 지으며 말했다.

 

居則觀其象而玩其辭.’

거처할 땐 을 보고 卦辭爻辭를 완미한다.’

 

夫玩者, 豈目視而審之哉?”

대저 완미한다는 것이 어찌 눈으로만 보아 그것을 살피는 것이겠는가?”

 

此皆先君論文之大旨也.

이것이 모두 선군이 문장을 논한 큰 뜻이다.

 

故其爲文也, 匠心獨造,

그러므로 선군께서 지으신 글은 마음을 새긴 것이 독창적이고

 

氣充理到.

기가 충만하며 이치가 지극하다.

 

碑誌寫生, 而其人之聲貌如見,

비지의 글들은 생생함을 써서 그 사람의 소리와 모습이 보이는 듯하고

 

書牘信筆, 而事物之情態畢露,

편지는 붓 가는 대로 써서 사물의 실정과 형태가 다 드러나니

 

自出機杼, 不襲陳言.

스스로 문장의 구성을 짠 것이지 진부한 말을 답습하진 않았다.

 

百世之下, 當有具眼者,

100대 이후에 마땅히 안목을 갖춘 사람이 있으리니,

 

豈不肖所敢私贊者哉!

어찌 내가 감히 사사롭게 칭송하겠는가.

 

 

인용

목차

문체반정과 열하일기

 

 

 

  1. 功令: 科擧에 사용하는 詩文. [본문으로]
  2. 依樣畵葫: 창작은 거의 없고 모방만 한다는 말이다. 宋 學士 陶穀이 지은 글을 太祖가 보고는 웃으면서 “자신이 처음으로 지어낸 것은 없고 옛사람의 글을 검토만 하였으니, 세상에서 말하는 ‘공중에 달랑 매달린 조롱박을 흉내 내어 그린 것일 뿐이다.[依樣畫葫蘆]’라는 것이라 하겠다.”라고 말한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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