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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지황탕地黃湯 위의 거품 - 1. 음산한 빛에 놀라 명문을 부탁하다 본문

책/한문(漢文)

지황탕地黃湯 위의 거품 - 1. 음산한 빛에 놀라 명문을 부탁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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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산한 빛에 놀라 명문을 부탁하다

 

 

주공탑명은 윤광심尹光心(1751-1817)이 엮은 병세집幷世集과 이규경李圭景(1788-1856)시가점등詩家點燈에 연암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수록되었을 만큼 당대 문인들에게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행간이 미묘할 뿐 아니라, 전체 글이 중층의 비유로 이루어져 있어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첫 단락은 명을 쓰게 된 전후 사실을 적고 있다. 주공麈公 스님의 입적 사실과 다비식을 거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상한 일들, 그리고 사리 수습 및 부도탑浮圖塔을 세우려고 탑명塔銘을 자신에게 청탁해 온 일 등을 기술하였다.

 

 

주공麈公 스님이 입적한 지 엿새되던 날 적조암寂照菴 동대東臺에서 다비를 하였다. 그곳은 온숙천溫宿泉 노송나무 아래에서 열 걸음 거리도 되지 않았다. 밤마다 항상 빛이 있었는데, 벌레의 등에서 나는 초록빛이나 물고기 비늘의 흰빛, 썩은 버드나무의 검은빛과도 같았다. 대비구大比丘 현랑玄郞이 대중들을 이끌고서 마당을 돌다가 재계하고 두려워 떨며 마음으로 공덕 쌓기를 맹서하였다. 나흘 밤이 지나서야 스님의 사리 3매를 얻어, 장차 부도浮圖를 세우려고 글과 폐백을 갖추어 나에게 명을 청하였다.

釋麈公示寂六日, 茶毗于寂照菴之東臺, 距溫宿泉檜樹下不十武. 夜常有光, 蟲背之綠也, 魚鱗之白也, 柳木朽之玄也. 大比邱玄郞率衆繞場, 齋戒震悚, 誓心功德. 越四夜, 迺得師腦珠三枚, 將修浮圖, 俱書與幣, 請銘于余.

주공麈公 스님이 입적한지 엿새 만에 다비식을 거행하는데, 그곳은 적조암寂照菴의 동대東臺였다. 나무 그늘 아래 동대東臺에선 이후로 밤마다 이상한 빛이 떠돌았다. 반딧불 같기도 하고, 희뜩한 물고기 비늘 빛인가도 싶고, 또 어찌 보면 썩은 버드나무의 거므스레한 빛인 것도 같았다.

밤마다 나타난 이 녹ㆍ백ㆍ현의 세 가지 빛은 대체 어떤 의미를 나타내고 있을까? 연암이 즐겨 빌려 읽었다는 이덕무李德懋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이와 관련된 언급이 보인다.

 

물고기의 부레나 밤버섯은 모두 밤중에 빛을 낸다. 썩은 버드나무는 한밤중에는 마치 인불[燐火] 같다. 고양이가 캄캄한 밤에 등을 털면 불빛이 번쩍번쩍 한다. 이 네 가지 것들은 음의 종류이지만 음이 지극하게 되면 밝음과 통하게 된다.

魚膠栗茸, 皆夜有光. 朽柳夜如燐. 烏圓之背, 黑夜拂之, 火光燁燁. 玆四者, 陰類也. 至陰通明

이 인용에 따르면 본문에서 말하고 있는 벌레의 등에서 나는 초록빛이나 물고기 비늘의 흰빛, 썩은 버드나무의 검은빛이란 다름 아닌 지음至陰한 기운이 뿜어내는 밝음을 나타낸다. 무리와 함께 마당을 돌다가 스승의 시신을 안치한 대좌臺座 위로 밤마다 떠돌던 음산한 빛을 보고 그것을 스승의 남은 넋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령스런 기운으로 알았던 현랑玄郞 등은, 돌아가신 스승의 정신이 아직도 여기 머물러 자신들을 질책하는가 싶어, 놀라 두려워 떨며 공덕功德 쌓기를 다짐했던 것이다. 다시 그렇게 나흘이 지난 뒤에야 거기에 답하기라도 하듯 주공 스님은 3의 사리를 남겨 응험하였다. 감격한 제자들은 이 일을 자세히 적어 연암을 찾아와 사리탑에 명문銘文 써줄 것을 간청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음산한 빛에 놀라 명문을 부탁하다

2. 이상한 불빛과 지황탕의 거품

3. 현학적인 수사의 한계를 간파하다

4. 스님의 죽음은 사리가 아닌 씨 속에 담겨있다

5. 수많던 거품 속의 나는 순식간에 사라지네

6.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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