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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박지원 - 주공탑명(麈公塔銘)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박지원 - 주공탑명(麈公塔銘)

건방진방랑자 2021. 11. 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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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과일은 밑에 있는데 하늘에서 찾고 있네

주공탑명(麈公塔銘)

 

박지원(朴趾源)

 

 

釋麈公示寂六日, 茶毗于寂照菴之東臺, 距溫宿泉檜樹下不十武. 夜常有光, 蟲背之綠也, 魚鱗之白也, 柳木朽之玄也. 大比邱玄郞率衆繞場, 齋戒震悚, 誓心功德. 越四夜, 迺得師腦珠三枚, 將修浮圖, 俱書與幣, 請銘于余.

余雅不解浮圖語, 旣勤其請, 迺嘗試問之曰: “! 我疇昔而病, 服地黃湯, 漉汁注器, 泡沫細漲, 金粟銀星, 魚呷蜂房. 印我膚髮, 如瞳栖佛, 各各現相, 如如含性. 熱退泡止, 吸盡器空, 昔者惺惺, 誰證爾公.” 郞叩頭曰: “以我證我, 無關彼相.” 余大笑曰: “以心觀心, 心其有幾.”

 

乃爲係詩曰:

九月天雨霜, 萬樹皆枯落. 瞥見上頭枝, 一果隱蠧葉.

上丹下黃靑, 核露螬半蝕. 群童仰面立, 攢手爭欲摘.

擲礫遠難中, 續竿高未及. 忽被風搖落, 遍林索不得.

兒來繞樹啼, 空詈鳥與鵲. 我乃比諸兒, 爾目應生木.

爾旣失之仰, 不知俯而拾. 果落必在地, 脚底應踐踏.

何必求諸空, 實理猶存核. 謂核仁與子, 爲生生不息.

以心若傳心, 去證麈公塔.” 燕巖集卷之二

 

地黃湯喩, 演而說偈曰: “我服地黃湯,

泡騰沫漲, 印我顴顙. 一泡一我, 一沫一吾.

大泡大我, 小沫小吾. 我各有瞳, 泡在瞳中.

泡中有我, 我又有瞳. 我試嚬焉, 一齊蹙眉.

我試笑焉, 一齊解頤. 我試怒焉, 一齊搤腕.

我試眠焉, 一齊闔眼. 謂厥塑身, 安施堊泥.

謂厥繡面, 安施鍼絲. 謂畵筆描, 安施彩色.

謂檀木鐫, 安施彫刻. 謂金銅鑄, 安施鼓橐.

我欲撥泡, 欲按其腰. 我欲穿沫, 欲持其髮.

斯須器淸, 香歇光定. 百我千吾, 了無聲影.

咦彼麈公, 過去泡沫. 爲此碑者, 現在泡沫.

伊今以往, 百千歲月. 讀此文者, 未來泡沫.

匪我映泡, 以泡照泡. 匪我映沫, 以沫照沫.

泡沫映滅, 何歡何怛.

 

 

 

 

 

 

해석

麈公示寂六日, 茶毗于寂照菴之東臺,

주공(麈公) 스님이 입적한 지 6일째에 적조암 동쪽 누대에서 다비식을 했는데

 

溫宿泉檜樹下不十武.

그곳은 온숙천의 회화나무와의 거리가 10보도 채 되지 않았다.

 

夜常有光, 蟲背之綠也,

밤에는 항상 불빛이 있었는데 벌레 등의 푸른빛인 듯

 

魚鱗之白也, 柳木朽之玄也.

물고기 비늘의 흰빛인 듯 썩은 버드나무의 검은빛인 듯했다.

 

大比邱玄郞率衆繞場,

대비구 현량은 대중을 거느려 마당을 돌고

 

齋戒震悚, 誓心功德.

재계하며 두려워하고 벌벌 떨며 마음의 공덕에 대해 맹세했다.

 

越四夜, 迺得師腦珠三枚,

나흘의 밤이 흘러 이에 스님의 사리 3매를 얻어

 

將修浮圖, 俱書與幣, 請銘于余.

장차 부도를 닦으려 글과 폐백을 갖추고 나에게 명()을 부탁했다.

 

余雅不解浮圖語, 旣勤其請,

나는 평소에 불교용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미 부탁이 부지런하였기에

 

迺嘗試問之曰: “! 我疇昔而病,

이에 일찍이 시험삼아 그것을 물었다. “현랑! 내가 예전에 병이 들어

 

服地黃湯, 漉汁注器,

지황탕을 복용하려 즙을 걸려 그릇에 부으니

 

泡沫細漲, 金粟銀星,

포말이 잘게 부풀어 금빛 조인 듯 은빛 별인 듯

 

魚呷蜂房.

물고기가 마시는 듯 벌집인 듯했네.

 

印我膚髮, 如瞳栖佛,

나의 피부와 머리를 찍어 마치 눈동자에 부처가 사는 듯하여

 

各各現相, 如如含性.

각각 상들이 드러나니 여여하게 성품을 머금은 듯했지.

 

熱退泡止, 吸盡器空,

열기가 사라져 포말이 사라지니 마셔버리길 다하자 그릇은 비었으니

 

昔者惺惺, 誰證爾公.”

마시기 전엔 깨어있는 듯 분명했는데 누가 그대에게 증명해줄꼬?”

 

郞叩頭曰: “以我證我, 無關彼相.”

현랑이 머리를 조아리며 나는 나로 증명하려니, 저 상과는 관계가 없네.”라고 말했다.

 

余大笑曰: “以心觀心, 心其有幾.”

나는 웃으며 마음으로 마음을 보니 마음이 몇 개가 있던가?”

 

乃爲係詩曰:

이에 시를 이어 말하겠다.

 

九月天雨霜 萬樹皆枯落 9월의 하늘엔 비와 이슬 내려 온 나무 모두 시드네.
瞥見上頭枝 一果隱蠹葉 갑자기 나무 꼭대기 가지 보니 한 과일에 숨겨진 벌레 먹은 잎.
上丹下黃靑 核露螬半蝕 위쪽 붉은데 아래쪽 누렇고 푸릇해 씨 드러났는데 굼벵이가 반쯤 먹었구나.
群童仰面立 攢手爭欲摘 여러 아동이 얼굴 들고 서서 손을 모으고 다투어 따려 하네.
擲礫遠難中 續竿高未及 돌멩이를 던졌는데 멀어 적중하기 어렵고 장대를 이어보나 높아 이르질 않네.
忽被風搖落 遍林索不得 갑자기 바람이 불어 흔들어 떨어졌지만 온 숲 찾아보나 찾질 못하네.
兒來繞樹啼 空詈烏與鵲 아이들은 와서 나무를 돌며 울더니 부질없이 까마귀와 까치에 욕하네.
我乃比諸兒 爾目應生木 나는 곧 아이들에 비교하니 네 눈엔 응당 나무가 나리.
爾旣失之仰 不知俯而拾 너는 이미 우러러 보다 놓쳤지만 굽어보고서 주울 줄 모르네.
果落必在地 脚底應踐踏 과일은 떨어져 반드시 땅에 있어 발밑에 응당 밟힐 텐데,
何必求諸空 實理猶存核 하필 공중에서 찾는 건가? 실제의 이치는 오히려 씨에 있으니
謂核仁與子 爲生生不息 씨를 이나 라 말하니, 마구 태어나 쉬지 않는 게 된다.
以心若傳心 去證麈公塔 마음으로 만약 마음을 전한다면 주공탑에 가서 증명해보자.

 

地黃湯喩, 演而說偈曰:

지황탕의 비유를 부연하여 게송으로 말하겠다이하의 게송(偈頌) 부분은 박영철본 연암집(燕巖集)에는 누락되어 있다. 연암 재세시(在世時)에 윤광심(尹光心, 1751-1817)이 당대 문장가들의 시문을 엮어 펴낸 병세집(幷世集), 이덕무(李德懋)의 손자인 이규경(李圭景, 1788-1856)시가점등(詩家點燈)에는 이 대목이 그대로 실려 있다. 이 부분이 어떤 이유로 연암집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전체 글의 주제와 미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我服地黃湯,

내가 지황탕을 마시는데

 

泡騰沫漲 印我顴顙 포말 오르고 포말 팽창해 나의 광대뼈와 이마 찍혀 있네.
一泡一我 一沫一吾 하나의 포말에 하나의 내가 있고 하나의 포말에 하나의 내가 있네.
大泡大我 小沫小吾 큰 포말에 큰 내가 있고 작은 포말에 작은 내가 있지.
我各有瞳 泡在瞳中 내게는 각각 눈동자가 있는데 포말이 눈동자 속에 있구나.
泡中有我 我又有瞳 포말 속에 내가 있으니 내가 또한 눈동자 속에 있도다.
我試嚬焉 一齊蹙眉 내가 시험삼아 찡그리면 일제히 눈썹을 찡긋하네.
我試笑焉 一齊解頤 내가 시험삼아 웃으면 일제히 턱을 푸네.
我試怒焉 一齊搤腕 내가 시험삼아 화내면 일제히 팔목을 걷네.
我試眠焉 一齊闔眼 내가 시험삼아 자면 일제히 눈을 감는다.
謂厥塑身 安施堊泥 그걸 진흙으로 빚는다면 어떻게 흰 진흙에 나타낼까?
謂厥繡面 安施鍼絲 그걸 수놓는다면 어떻게 바늘과 실로 나타낼까?
謂畵筆描 安施彩色 붓으로 묘사하여 그린다면 어떻게 채색으로 나타낼까?
謂檀木鐫 安施彫刻 박달나무에 새긴다면 어떻게 조각하여 나타낼까?
謂金銅鑄 安施鼓橐 쇠와 동으로 주물 붓는다면 어떻게 두드리고 풀무질하여 나타낼까?
我欲撥泡 欲按其腰 내가 포말을 터뜨리려고 포말의 중간을 누르려 하기도 하고
我欲穿沫 欲持其髮 내가 포말 구멍 내려고 털을 가지로 뚫어도 봤다네.
斯須器淸 香歇光定 잠깐 사이에 그릇이 비워지자 향기는 사라지고 빛은 안정되어
百我千吾 了無聲影 백 명의 나와 천 명의 내가 끝내 소리와 모양이 없어졌네.
咦彼麈公 過去泡沫 ! 저 주공은 과거의 포말이고
爲此碑者 現在泡沫 이 비석을 만드는 사람은 현재의 포말이며
伊今以往 百千歲月 지금부터 이후로 100~1000년의 후세에
讀此文者 未來泡沫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미래의 포말이로다.
匪我映泡 以泡照泡 내가 포말에 비친 건 아니고 포말이 포말에 비친 것이며
匪我映沫 以沫照沫 내가 포말에 비친 게 아니고 포말이 포말에 비친 것이네.
泡沫映滅 何歡何怛 포말은 적멸을 비친 것뿐이니 무엇이 기쁘고 무엇이 애달플까.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과정록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 /

1. 음산한 빛에 놀라 명문을 부탁하다

2. 이상한 불빛과 지황탕의 거품

3. 현학적인 수사의 한계를 간파하다

4. 스님의 죽음은 사리가 아닌 씨 속에 담겨있다

5. 수많던 거품 속의 나는 순식간에 사라지네

6.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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