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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지황탕地黃湯 위의 거품 - 3. 현학적인 수사의 한계를 간파하다 본문

책/한문(漢文)

지황탕地黃湯 위의 거품 - 3. 현학적인 수사의 한계를 간파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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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학적인 수사의 한계를 간파하다

 

 

현랑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로써 아를 증명할 뿐, 저 상이란 것은 상관할 것 없겠습지요.”

내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으로 마음을 본다고 하니, 마음이란 게 몇 개나 있더란 말인고?”

郞叩頭曰: “以我證我, 無關彼相.” 余大笑曰: “以心觀心, 心其有幾.”

그러자 현랑은 공손한 태도로 대답한다. “선생님! 저 외물의 상으로써야 무엇을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마음으로 보아 마음으로 느껴 깨달을 따름입지요. 거품 같은 외물이야 상관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에 연암은 크게 웃는다. “과는 무관하다? 마음으로 마음을 본다? 그럴진대 그대는 어찌하여 스승이 남긴 사리라는 상에 집착하여 탑을 세우려 하는가? 마음으로 마음을 본다니, 마음을 증명하는 그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이란 말인가?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일진대 어찌 아로써 아를 증명할 수 있으랴! 는 본시 허무虛無이고 적멸寂滅인 것을. 그대의 그 말이 심히 허탄하지 않은가?”

이렇게 윗글의 비유와 문답을 풀어보면, 대개 연암이 주공탑명을 통해 하려 했던 이야기의 맥락이 짚힌다. 요컨대는 스승의 시신 위로 떠돌던 이상한 빛과 스승이 남기고 간 3과의 사리, 어쩌면 지황탕 위의 거품과도 같을 뿐인 그것을 스승의 전부인양 여겨 사리탑을 세우겠다고 수선을 떠는 현랑玄郞 등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연암의 지황탕 비유를 통한 힐난에 현랑은 이아증아以我證我, 무관피상無關彼相이라는 자못 현학적 수사로 대답을 비껴가려 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정작 피상彼相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고 거기에 얽매여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로서의 와 그것이 임을 증명하는 는 별개의 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와 무관한 일 수도 없다. 현랑은 아로써 아를 증명할 뿐이기에 저 바깥의 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그는 아로써 상을 보고, 상으로써 아를 증명하려 든 셈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증심상조證心相照의 담연湛然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음산한 빛에 놀라 명문을 부탁하다

2. 이상한 불빛과 지황탕의 거품

3. 현학적인 수사의 한계를 간파하다

4. 스님의 죽음은 사리가 아닌 씨 속에 담겨있다

5. 수많던 거품 속의 나는 순식간에 사라지네

6.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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