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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 5. 반절의 성공과 반절의 실패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 5. 반절의 성공과 반절의 실패

건방진방랑자 2020. 3. 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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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절의 성공과 반절의 실패

 

 

2년을 공부하며 나름 내실이 갖춰진 실력과 70명 가까운 인원을 뽑는 최상의 환경 속에서 한문과 임용 1차 고사를 봤다. A형 시험지를 풀고선 어렵다는 느낌에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론 작년시험보다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 번은 사고가 날 뻔한 하자 지금은 말고 1차 결과 여부는 보고 갈 테니 그 이후에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1차 결과는 합격이었다. 지금껏 과거에 다섯 번 준비했던 것까지 통틀면 7번 도전을 한 셈인데, 최초로 1차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결과 발표 후 2차 시험까진 3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으로 2차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니 그것에 감사해하며 신나면서도 재밌게 3주의 시간을 보내며 2차를 준비했다. 1차 시험 때와는 달리 적은 시간 내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뿐더러, 수업시연과 면접에 대한 기본기를 갖춰야만 하니 결코 쉬운 순간은 아니더라. 이틀 간 진행되는 2차 시험을 처음으로 보며 5명의 감독관들 앞에서 여태껏 쌓아온 것들을 무지 떨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풀어놔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충분히 느꼈다. 그래도 처음 경험하는 2차 시험임에도 물러서지 않고 할 것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 이 글에 나타나 있듯이 불합격이었다. 거의 목표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를 받고 나니 여러 감정이 사무치더라. 최상의 순간을 누렸기 때문인지 패배감은 더욱 더 크게 느껴졌으며, 공부에 대한 의욕도 한풀 제대로 꺾이고 말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런 상황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어쩔 텐가, 이런 실패의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여기서 주저앉아 평생 원망의 순간으로 머물 것인가 하는 것이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을.

 

 

떨어졌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절반의 성공

 

임용을 준비하면서 스터디를 안 해본 적은 없었다. 예전에 5번의 임용을 볼 때도 좋은 스터디원들이 있어서 매년 스터디를 꾸릴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2018년에 다시 임용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맹상군의 관계론이란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임용 1차 시험에 꾸준히 붙던 다겸이와 스터디를 꾸려 도움을 받았다. 한문에 대해 쌩초보에 불과한 사람과 베테랑급 실력을 지닌 이와의 스터디는 그 자체로 희귀한 스터디라 할 만했다. ‘거인의 어깨에 타고 간다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한문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예전에 공부할 땐 7차 교육과정이었고 마지막 시험을 볼 땐 07 개정 교육과정이었음).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작년에도 당연히 스터디를 조직하여 공부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만들어진 스터디팀이 오해로 와해되어 버렸다. 함께 공부하고 싶던 인원들에게 직접 전화해가며 만들었던 터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뇌관으로 순식간에 깨져버리니 더 이상 스터디를 구성하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임용공부를 시작 이후 최초로 스터디를 하지 않고 혼자 공부하며 임용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스터디를 하지 않고 혼자 공부를 한다곤 하지만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작 1년 공부를 한 것뿐이니 아직 보지 못한 문장들이 많았고 그에 따라 좀 더 다듬고 싶은 내용들이 있었다. 더욱이 2008년에 임용고사 체제가 3차 시험 체제로 변하면서 한문과 교수들이 함께 모여 한문공부의 범위표를 만들며 각 영역별로 세부작품들을 추린 적이 있었다. 물론 실제로 출제되는 문제들은 이 범위표에 국한되진 않지만 그래도 이때부턴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정도는 보고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고 나 또한 되도록 이면 이 범위표 내의 작품들은 봐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에 나오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

공부하고 싶던 것들과 범위표에 제시된 작품들이 주어져 있으니 혼자 공부를 한다 해도 느슨해지진 않을 것 같더라. 솔직히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나에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과감한 도전이었지만 1년 동안 신나게 그 과정들을 쌓아갈 수 있었다. 물론 나만의 방식대로만 공부를 하다보면 삼천포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교수님이 진행하는 소화시평 스터디에는 함께 참여하여 나의 실력 없음을 당당히 드러내었고 바닥부터 하나하나 수정해나갈 수 있었다.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님이 진행하는 스터디는 나에겐 오아시스와도 같았던 것이다.

절반의 성공이라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스터디를 하지 않고 혼자 공부를 하며 만들어낸 결과이니 말이다.

 

 

임용 시험을 봤던 교실. 의자도 책상도 맘에 들었다.    

 

 

 

절반의 실패

 

처음으로 임용시험에서 1차 합격을 했다는 기쁨을 누리긴 했지만 막상 결과가 나오던 날 합격이란 문구를 보고 설레기보단 주어진 성적을 보고 깊은 시름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커트라인에서 몇 점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충남의 경우엔 11명을 뽑는 데 17명이 뽑혔기 때문이다. 6명은 떨어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나는 거의 끝자리쯤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4~5명을 역전해야 하는 상황이니 성공에 도취하기보다 주어진 현실에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 참상을 되돌아보면 모든 건 교과 교육학을 어설프게 했다는 사실에 있었다. 올해 1차 시험은 특이하게도 예년 시험과는 확연히 달랐다. 예년 시험에서 교과 교육학 문제는 단순히 암기한 내용을 써넣는 정도로 나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던 데에 반해 올해는 교과교육학의 출제 %도 대폭 늘었을 뿐더러, 응용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과 교육학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암기하고 있어야 하며, 거기에 덧붙여 한문 문장을 보고 교과교육학을 접목시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외운다고 외웠지만 관련학습에 관련된 것들은 너무 자질구레하다고 생각해서 대충 보는 정도로 공부하고 시험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걸 써야 하는 문제가 꽤 여러 문제가 나왔는데 외우지 않았던 까닭에 답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를 테면 B4번 문제에서 그림ㆍ만화 활용하기라 써야 하는데, ‘네컷 만화 활용하기라고 적는다든지, B3번 문제에서 가상 인터뷰하기라 써야 하는데 가상 인물 인터뷰하기라고 적는 경우가 그것이다.

A6번 문제의 경우는 문법을 묻는 문제인데, 무얼 묻는지를 이해하지 못해 전혀 엉뚱하게 답을 쓰고 말았다. 막상 시험이 끝난 후 이 문제를 다시 봤을 땐 너무도 명확한 답들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만큼 시험이란 중압감에 눌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힘조차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1차 시험이든 2차 시험이든 중압감에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있는 실력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탁월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1A형 시험에선 너무도 어렵다는 생각만 들어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도망치기에 바빴으며 2차 면접 시험에선 5명이나 되는 감독관의 시선을 외면하며 적어놓은 답만을 주구장창 읊어대기에 바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와 같이 주어진 상황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닥뜨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어떻게 공부하고 자신감을 찾느냐에 따라 그런 마음가짐 또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업실연을 하 던 날. 면접 시험을 보며 나름 익숙해졌는지 맘이 한결 가벼워졌다.    

 

 

 

2020년에 대한 기대

 

단재학교에서 근무하며 7년 차를 맞이하던 때에 갑자기 책상에 앉아 내둥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로 임용 공부이긴 해도 하루 내내 공부만 할 수 있는 현실이 주어졌고 이제 그런 시간을 2년째 보낸 것에 불과하다. 떨어졌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다시 1년을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감히 생각해보련다. 1년 동안 충실히 보고 싶던 문장들도 보고 정리하고 싶던 글들도 정리하며 공부해나갈 것이다. 과연 올해 임용시험이 끝나고 나선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기대하며 또 다시 주어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전주대  정문에서 본  시가지의 모습. 초점이 나갔지만 보름달이 선명하게 보인다. 나의 앞날도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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