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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 2. 스티브 잡스의 좌충우돌 인생론과 배움의 조건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 2. 스티브 잡스의 좌충우돌 인생론과 배움의 조건

건방진방랑자 2020. 3. 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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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티브 잡스의 좌충우돌 인생론과 배움의 조건

 

2018년에 7년 만에 다시 한문공부를 시작하고 임용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던 데엔 배움에 대한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단재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참으로 여러 강의들을 따라 다녔고 그곳에서 배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배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두 번째로 영향을 준 사람은 흔히 하는 말로 모르면 간첩이라 불려질 법한 사람이다. 바로 아이폰과 아이팟을 만들어 애플을 세계 정상급 회사로 만든 불세출의 인물인 스티브 잡스.

 

 

잡스의 공부론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시간낭비라는 관념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리라. 이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도 않다는 것을, 그런 만큼 맘을 단단히 먹고 성취하는 그 순간까지 다른 건 일절 하지 말고 한 길만을 우직하게 파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경우는 한문이란 과목으로 중등학교 교사가 되려 맘을 먹었으니 목표가 성취되는 그날까지 한문공부교육학 공부 외에 평소에 보고 싶었던 책을 본다거나 임용과는 무관한 다른 방식의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한다거나 하는 건 모두 시간낭비가 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실제로 2009년에 4수생으로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그때 한참 5명으로 이루어진 임용스터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무엇에 끌렸던지 한 달 동안 국토종단을 떠나겠다고 하자 스터디멤버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뜯어말릴 지경에 이르렀다. 나야 이미 마음이 동했으니 그런 식의 선포를 하는 게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스터디 멤버들의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발언이었으리라. 이제 스터디가 정상화되어 제대로 공부하나 싶었는데 한 멤버가 자기 맘대로 그런 분위기를 흔들어놓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어쩔 텐가? 이미 맘을 정한 녀석을 그대로 멈추게 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맘은 내키지 않지만 보내줬고 한 달 간 여기저기 맘껏 걷다가 돌아올 수 있었다. 최근에 그 당시 스터디 멤버였던 임명희 누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10년 여가 흘렀지만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이야기는 맛깔나더라. 그때 여러 이야기를 하는 중에 국토종단을 떠났던 당시의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고 명희 누나는 너도 참 평범하진 않고 별나!”라고 한 마디로 정의해줬다. 그 말을 얼핏 들으면 유별난 놈이야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전혀 그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었다.

맞다, 어찌 보면 과거가 불행했다고 생각한 탓인지 가장 평범하게 살길 바랐었다. 아마 이른 시기에 임용에 합격했다면 정말로 한 길만 우직하게 가는 답답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고 그런 삶을 학생들에게도 최고의 삶인 양 이야기해줬겠지.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매번 시험엔 떨어졌고 그로인해 여러 삐딱선을 타게 되면서 별난 놈이 될 수 있었다.

 

 

2009년 2월 28일엔 함께 모악산에 올랐던 멤버들. 한 달 동안 잘 기다려줬다. 

 

 

 

시간낭비라는 관념을 깨부순 스티브 잡스

 

나의 이런 식의 별남은 스티브 잡스의 삶에 비하면 오히려 평범하다고 할 정도로, 스티브 잡스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며 일반적인 성공의 길에서 벗어났으며 그가 만든 애플이란 회사에서 쫓겨나며 인생의 씁쓸함을 맛봐야만 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그 순간,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자 가장 창의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 순간을 저주하는 사람은 자신의 남은 삶을 좀 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 순간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삶을 소중하게 가꿔간다. 스티브 잡스는 그 순간에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선회했다. 경영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삶의 이력에서 벗어나 캘리그래피를 배우며 미술에 관심을 둔 것이다. ‘기계와 미술’, ‘프로그래밍과 예술사이엔 왠지 하나의 공통점도 없어 보일 정도로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그 당시의 스티브잡스를 보던 주위 사람들은 저 사람 드디어 정신줄을 놨어라고 생각하거나 재기할 생각을 해야지 괜한 시간낭비하고 있네라고 비난하거나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티브잡스는 글자에 미술을 더한 캘리그래피를 배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런 배움의 결과는 결국 IBM 컴퓨터가 장악한 획일화된 컴퓨터 글꼴에 개성을 입힌 트루타입 글꼴을 개발하여 애플컴퓨터의 정체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간낭비쓸데없는 짓이란 사람들의 평가를 스티브잡스는 그의 삶을 통해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당시엔 그 의미를 분명하게 정의할 수도, 알 수도 없지만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마치 하나로 꿰어지며 알게 되는 것을 박동섭 교수는 사후적 지성이라고 정의했었다.

 

 

모든 일을 과정 중에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듯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할 지성도 있다.  

 

 

 

6년 간의 고민이 한문공부에 영향을 주다

 

나에겐 6년 간 단재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시기가 바로 이와 같은 좌충우돌의 시기라 할 수 있다. 한문은 전혀 보지도 않고 임용시험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고 6년이란 시간을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인가’, ‘교사란 무엇인가와 같은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문과는 하등 상관없는 고민들을 하며 공부를 했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여러 활동을 하고 여행을 하며 재밌게 지냈다.

6년 간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문공부를 하겠다고 이 길로 들어설 때 가슴 한 구석에선 완전 백지상태가 된 내가 한문으로 임용을 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6년을 허투루 산 것은 아니고 그만큼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정리를 하며 키워온 기본기가 있으니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라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라는 낙관론으로 결단할 수 있었다. ‘늦음이란, ‘시간낭비, ‘헛짓이란 말은 삶을 평가하는 말로는 부적절하다. 어느 순간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가치로 엮이고 의미를 가질 때가 오니 말이다. 그 결과 2년 동안 최상의 환경에서 맘껏 한문의 흥취를 만끽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

 

 

단재학교에선 '영화팀'교사'로 활동했다.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중 다큐를 촬영하고 있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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