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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 3. 맹상군을 통해 배운 관계론과 배움의 조건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 3. 맹상군을 통해 배운 관계론과 배움의 조건

건방진방랑자 2020. 3. 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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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맹상군을 통해 배운 관계론과 배움의 조건

 

7년 만의 임용을 결심할 수 있도록 이끈 세 번째 배움론의 주인공은 바로 맹상군孟嘗君이다. 우리에겐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성어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과연 맹상군은 어떤 배움론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며, 그게 나에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맹상군은 식객을 무려 3000명이나 두었었다. 많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어떤 구성이냐가 중요하다. 

 

 

 

관계학을 통한 배움론

 

맹상군은 전국시대 말기에 활약한 인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형제가 무려 40명이나 되었으며 특출난 재능도 없었기에 아버지의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아버지를 찾아온 식객들을 대접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찾아온 식객이 볼품없더라도, 내세울 게 없더라도 인간으로서 대우해주고 최대한 배려해줬다. 그러니 찾아온 식객들이 맹상군의 인품에 반해 맹상군을 위한 식객으로 아예 눌러 앉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고 전성기 시절엔 식객이 3000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맹상군의 모습을 보는 이들 중엔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식객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부터 식객들을 모아 반란을 기획하고 있다는 모함까지 사람들은 맹상군 무리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오합지졸로 모인 줄만 알았던 식객들이 아래의 인용문과 같이 위기가 닥친 상황이 되자 발군을 재주를 뽐냈다.

 

 

전영은 설땅을 봉분 받았으며, 아들의 이름은 문으로 식객이 수천 명이나 되어 명성이 제후들에게 소문이 나 맹상군이라 불렸다고 한다.

진나라 소왕은 맹상군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이에 먼저 제나라에 폐백을 보내 뵙고 싶다고 알렸기에 진나라에 이르니 다짜고짜 가두며, 맹상군을 죽이려 했다. 맹상군은 사람을 시켜, 소왕이 총애하는 여자에게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 여자는 말했다. “그대가 갖고 있는 흰 여우 가죽을 갖고 싶습니다.” 대개 맹상군이 일찍이 소왕에게 드렸기에 다른 가죽이 없었다. 식객 중엔 좀도둑질을 하는 이가 있어서, 진나라의 창고에 들어가, 가죽을 훔쳐오도록 한 후에 그 여자에게 줬고, 그 여자도 임금에게 말을 하여 풀려나게 됐다.

곧장 도망쳐 성과 이름을 바꿨고, 한 밤 중에야 함곡관에 이르렀다. 함곡관의 법에 닭이 울어야 손님을 내보낼 수 있다는 게 있었는데, 진나라 왕이 후회하여 쫓아올까 두려웠다. 식객 중엔 닭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이가 있어서 소리를 내니, 닭이 모두 따라 울어, 마침내 전을 보냄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빠져나온 지 한 식경 만에 추격하는 이들이 과연 따라왔지만 닿을 정도는 아니었다.

田嬰封於, 有子曰, 食客數千人, 名聲聞於諸侯, 號爲孟嘗君,

秦昭王聞其賢, 乃先納質於以求見, 至則止囚, 欲殺之. 孟嘗君使人, 昭王幸姬求解. 姬曰: “願得君狐白裘.” 孟嘗君嘗以獻昭王, 無他裘. 客有能爲狗盜者, 入秦藏中, 取裘以獻姬, 姬爲言得釋.

卽馳去變姓名, 夜半至函谷關. 關法, 鷄鳴方出客, 秦王後悔追之 客有能爲鷄鳴者, 鷄盡鳴, 遂發傳. 出食頃追者果至, 而不及. -十八史略

 

 

이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사람관계라는 건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요즘 세상에선 직업, 돈의 많고 적음, 가치관의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사귀곤 한다. 그런 이면엔 저 사람을 사귀어두면 언젠가 유용하겠지라는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맹상군처럼 별 것 없는 사람들과 사귄다면, 다짜고짜 사람관계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한 부분이니 아무나 막 사귀지 말고 좀 따져보고 사귀라고.”고 충고해줄 것이다.

하지만 사람관계는 그렇게 단순한 생각처럼 쉽게 판단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가장 절친할 것 같고 나에게 유용할 것 같은 사람일지라도 내가 힘든 상황에 몰렸을 땐 나 몰라라할 수도 있고, 지금은 그저 스치는 인연 정도로 생각되는 사람일지라도 막상 나의 상황을 알게 됐을 땐 그 누구보다도 더 진실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니 그저 세상의 기준만으로 만나선 안 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바로 위에 인용한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다. 위기의 순간에 도움이 됐던 인물들은 평상시에 뭐 저런 사람들을 받아들이느냐?’고 충고를 해줬던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위기의 상황에선 누구보다도 선두에 서서 맹상군이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또한 십팔사략풍환馮驩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연이어 나온다. 풍환은 맹상군이 최상급 대우를 해주지 않자 검을 어루만지며 돌아가자고 몇 번이나 되뇐 끝에 최상급 대우를 받게 된 인물이다. 맹상군은 식객은 불어나는데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으론 그들을 먹이기에 부족하게 되자 풍환을 해결사로 파견한다. 풍환이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여기서 자세히 다루진 않겠고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걸린 링크를 따라가 내용을 보면 된다. 어쨌든 풍환의 해결법으로 맹상군은 설 땅의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인물이 되었으니 말이다.

 

 

관계론을 생각할 때 맹상군을 떠올릴 수 있다면, 뭔가 다른 관계론도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임용의 길에 다시 들어서도록 이끌어준 관계들

 

이처럼 사람 관계 또한 배움론의 한 방면이 된다는 걸 맹상군의 일화를 통해 배울 수 있었고 나에게도 세 명의 인연들이 다시 임용의 길로 들어서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첫 번째 사람은 백진규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게 된 친구로 지금까지 만나고 있으니 20년지기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 20대 이후에 좌충우돌하며 여러 경험을 하는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데엔 이 친구의 도움이 컸다. 진규는 만날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여러 주제들을 던져주며 새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친구다. 그래서 나도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이를 때면 진규가 나눈 말들을 상기하며 걱정될지라도 떨릴지라도 당당히 선택하며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이다겸이다. 지금은 한문 교사가 되어 충남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사람인데 2018년엔 임용을 준비하던 사람이었다. 1차엔 당연한 듯 붙었지만 최종에선 연거푸 떨어져서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게 다겸이에겐 분명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새롭게 임용을 준비해야만 하는, 한문에 대해 모든 걸 까마득히 잊어버린 나에겐 좋은 기회였다. 한문 임용 1차 시험을 6번이나 통과한 사람의 노하우를 배우며 임용을 위한 한문공부의 맥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 덕에 1년 만에 한문공부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세 번째 사람은 강경수 누나다. 늦은 나이에 한문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은 한문교사로 재직하고 있기까지 하다. 순탄하게 임용이 된 게 아니기에 나에게도 여러 번 임용공부를 다시 하길 주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단재학교에 다니며 대안교육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던 때라 그 말은 마치 니가 가는 길은 한계가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매우 섭섭했었다. 하지만 그 말의 속뜻은 니가 5년 동안 임용을 공부하며 해온 것들이 아깝고 자신도 이렇게 해보니 결국 합격했듯이 너도 해보라는 것이었다. 임용을 다시 해보라는 말을 3번 정도 들었지만 결정을 내리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에 단재학교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런 충고들을 현실적인 충고로 받아들이게 됐고 결국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요소요소엔 생각지도 못한 인연들이 숨어 있고 그로 인해 나 또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예전엔 꿈꿔본 적도 없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된다. 사람관계를 통한 배움론의 핵심은 삶의 굽이굽이에 숨겨져 있는 인연들에 있는 셈이고 그만큼 만나는 인연들에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셈이다.

 

 

인연과 어떻게 마주치느냐에 따라 삶의 행로가 바뀐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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