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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8 -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는 임용고시반을 나가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02.28 -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는 임용고시반을 나가다

건방진방랑자 2020. 2. 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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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는 임용고시반을 나가다

 

취업준비생 중 시험을 보려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 것이다. 세상의 결실은 가을이나 한 해가 끝나가는 겨울에 나오지만 시험을 보는 사람에겐 모든 결과가 다 나온 다음에 나온다는 걸 말이다.

이번엔 임용고사를 준비한 이래 처음으로 1차 합격이란 영애를 누려봤고 그에 따라 최초로 2차 시험을 봤었다. 그런 후에 실패란 결과를 받기까지 때론 뭉클하기도 했고 때론 버겁기도 했으며, 때론 가슴 떨리기도 했고 때론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듯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지, 이 모든 것 또한 한때라고 말이다.

 

 

처음으로 봤던 2차 시험. 엄청 떨렸지만 재밌었다.   

 

 

 

존버의 시기

 

한 때에 갇힌 사람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 힐난했던 사람이 있었다. 한때의 영광에 취해 자신의 삶을 파멸로 이끈 뭇 사람들, 한때의 절망에 빠져 미지수인 삶을 저주하며 허비한 사람들. 그들의 삶을 간단한 말로 치환하여 말할 수 없다 할지라도 한때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 하나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나 또한 그토록 아기다리고기다리던 2차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 날 막상 결과를 보고서 깊은 한숨을 쉬어야 했었다. 모든 시험이 그렇듯 최종까지 합격하지 못하면 1차 합격의 영광 따위는 바닷물에 빠져버린 1등 당첨 로또처럼 쓰잘 데기 없는 게 되어 버린다. 그러니 간절히 바랐던 마음만큼이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씁쓸함과 절망감을 말로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때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또 나는 어디메로 흘러가는 걸까? 가눌 수 없는 마음을 부둥켜안은 채 이 시기를 버티어내야만 한다.

 

 

떨어졌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다른 기분

 

그렇게 하염없이 마음이 흘러 다니던 때 임고반 짐을 빼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엔 임고반에 올라가고 있지 않으니,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이 학교에서 강화되어 움직일 엄두를 내지 않고 있으니 그런 줄 몰랐다. 2019년엔 2월에 짐을 빼지 않고 3월이 되어서야 짐을 빼야한다고 했었고 나는 5일에나 짐을 뺐었다. 그래서 올해도 그런 줄만 알았는데 올핸 코로나 19로 개강이 2주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임고반 짐은 228일까지 빼야 한다고 하더라.

막상 임고반 짐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2018년에 무작정 임용고사를 다시 보겠다며 전주로 내려왔고 그해 3월에 임고반에 들어왔었다. 200912월까진 임고반에 있었으니 실로 9년 만에 다시 임고생의 삶을 시작하게 된 순간이다. 그리고 올해도 여러 감정을 순차적으로 느끼며 임고반에서 꿈을 키워왔으니 참으로 이곳이야말로 나에겐 온갖 기분이 스며있는 공간이라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짐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이 올핸 합격 근처까지 갔다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니 더욱 감정은 복받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임고반 짐을 뺐었는데 그땐 이번과 같은 감상은 어리지 않았다. 그땐 겨우 1년 공부했는데 뭘~’이란 생각도 있었고, 소화시평 스터디가 김형술 교수의 지도로 1월부터 매주 두 번씩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절망 따위엔 휩쓸릴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니 1월에 1차 발표가 난 후 떨어졌다는 걸 알고선 잠시 실망했을 뿐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으며, 스터디로 인해 자연스레 한문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핸 2월에 짐을 빼란다.     

 

 

 

짐을 뺀다는 것

 

임고반에서 짐을 뺀다고 한문공부를 그만 둔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또한 아니다. 분명히 다시 임고반에 들어갈 것이고, 올해 봤던 희망을 토대 삼아 다시 맹렬하게 임용공부를 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임고반에서 짐을 빼는 건, 더욱이 실패한 상태로 짐을 빼는 건 마음이 아픈 일이긴 했다. 한 해 동안 정이 들었던 7번 자리도, 그리고 뒷자리 아이와의 블라인드 신경전, 이젠 모든 게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2019년은 아련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고, 어느 부분에선 아련한 추억이자 씁쓸한 망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짐을 모두 빼고 임고반을 나올 때 말로는 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이곳에 나의 한때가 잠들어 있고 또 나의 열정이 스며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면서도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

 

 

7번 자리. 1년 동안 고마웠다.  

 

 

인용

지도

20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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