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는 인정했지만 최립은 인정하지 않은 왕세정
아동삼가문초비평(我東三家文抄批評)
안석경(安錫儆)
뛰어난 재주를 지녔음에도 가문이 좋지 않아 인정받지 못한 최립과 한석봉
崔氏與韓氏, 皆小家仄陋, 而其藝曠絶千古. 顧國俗專尙門族. 故以立之之文, 而不得典文衡; 以景洪之書, 而僅掌國書之役. 當世之人頗忽之, 故序中多致恙之言.
중국에서 인정을 받은 최립과 한석봉
國書之入于天朝者, 每用湖南之紙, 海西之墨, 嶺北之筆, 而在當時立之撰之, 景洪書之, 盖爲天下之絶寶. 中朝諸君子有稱之, “紙如截昉, 墨如點漆, 而書如銀鉤鐵索.”
如王世貞評景洪之書曰: “老猊抉石, 渴驥奔泉, 羲之之下, 孟頫之上也.” 劉黃裳得立之之文, 輒盥手燒香而讀之. 自是東人不敢輕崔ㆍ韓之藝.
왕세정이 한석봉은 인정했지만 최립에 대해 대립각을 세운 이유
世傳‘立之嘗訪王弇州, 弇州迎之於蒙養齋.’ 且與人書曰: “東方有崔岦者, 頗識文字.”
弇州之於韓濩之書, 旣輕許無所惜, 薄於崔岦之如此何也? 弇州長於文而短於書. 方以文章得盖天之名, 故於景洪無爭能相軋之意. 而忌立之忒甚, 務爲挫折如此耳. 凡爲藝能名譽, 疑於相抗, 則忌克生焉. 立之以東國遐僻之人, 而其文章至使弇州大生忌克, 而酷肆挫折, 可謂難矣.
해석
뛰어난 재주를 지녔음에도 가문이 좋지 않아 인정받지 못한 최립과 한석봉
최립(崔岦)과 한석봉(韓石峰)은 모두 가난한 집과 비루한 신분임에도 재주가 천고에 빼어났다.
顧國俗專尙門族.
다만 나라의 풍속이 오로지 가문과 겨레만을 숭상했기 때문에
故以立之之文, 而不得典文衡;
최립의 문장으로도 문형을 전담하지 못했고,
以景洪之書, 而僅掌國書之役.
한석봉의 글씨로도 겨우 공문서의 역할만을 담당했다.
當世之人頗忽之, 故序中多致恙之言.
당시 사람들은 그들을 꽤 홀대했기 때문에 최립의 「한경홍서첩서(韓景洪書帖序)」에 지극히 걱정하는 말이 많다.
중국에서 인정을 받은 최립과 한석봉
國書之入于天朝者, 每用湖南之紙, 海西之墨, 嶺北之筆,
공문서가 중국에 들어가는 것은 늘 호남의 종이와 해서의 먹과 영북의 붓을 사용하여,
而在當時立之撰之, 景洪書之,
당시에 있어서 최립이 그것을 찬술하고 한석봉이 그것을 썼으니,
盖爲天下之絶寶.
대체로 천하의 빼어난 보배로 여겨졌다.
中朝諸君子有稱之,
중국 조정의 여러 군자들이 공문서를 칭찬하며 말했다.
“紙如截昉, 墨如點漆,
“종이는 매우 기름진 것 같고, 먹은 점점이 옻칠한 것 같고,
而書如銀鉤鐵索.”
글자체는 은 갈고리나 철 끈 같습니다.”
如王世貞評景洪之書曰:
왕세정이 한석봉의 글씨를 평론하며 말했다.
“老猊抉石, 渴驥奔泉,
“늙은 사자가 돌을 할퀴고 목마른 준마가 샘으로 달리는 것 같으니,
羲之之下, 孟頫之上也.”
왕희지보단 못하나 조자앙보단 위입니다.”
劉黃裳得立之之文, 輒盥手燒香而讀之.
유황상은 최립의 문장을 얻으면 갑자기 손을 씻고 향을 피우고 그것을 읽었다.
自是東人不敢輕崔ㆍ韓之藝.
이때로부터 조선 사람들이 감히 최립과 한석봉의 재주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왕세정이 한석봉은 인정했지만 최립에 대해 대립각을 세운 이유
世傳‘立之嘗訪王弇州, 弇州迎之於蒙養齋.’
세상에 ‘최립이 일찍이 왕세정을 방문했는데 왕세정이 몽양재에서 그를 맞이했다.’라고 전해진다.
且與人書曰: “東方有崔岦者, 頗識文字.”
또 왕세정이 남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방에 최립이란 사람이 있는데 꽤 문자를 알더이다.”라고 썼다.
弇州之於韓濩之書, 旣輕許無所惜,
왕세정이 한석봉의 글씨에 대해서는 이미 선뜻 허여하고서 아낌이 없었는데
薄於崔岦之如此何也?
최립에게 박한 건 어째서인가?
弇州長於文而短於書.
왕세정은 문장엔 뛰어났지만 붓글씨엔 서툴렀기 때문이다.
方以文章得盖天之名, 故於景洪無爭能相軋之意.
곧 문장으로 천하를 덮을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한석봉에 다투어 서로 공격할 뜻이 없었던 것이다.
而忌立之忒甚, 務爲挫折如此耳.
그러나 최립을 꺼리는 것이 심하여 힘써 그를 억누름이 이와 같았을 뿐이다.
凡爲藝能名譽, 疑於相抗, 則忌克生焉.
무릇 재능과 명예됨이 서로 다툴 만하다고 의심하면, 꺼리고 이기려는 마음이 생겨난다.
立之以東國遐僻之人,
최립은 동방에 멀고 치우친 사람인데
而其文章至使弇州大生忌克,
문장이 왕세정으로 하여금 크게 꺼리고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게 함에 이르러,
而酷肆挫折, 可謂難矣.
매우 꺾으려 했으니, 어렵다고 할 만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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