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절제하는 사람과 맘껏 드러내려는 사람의 차이
이덕무(李德懋)
자신을 속이기 싫었던 퇴계
退溪先生, 僑居漢城, 鄰家, 栗樹數枝, 過墻. 子熟落庭, 恐兒童取食, 拾而投之墻外.
갈증이 나는 데도 남의 배를 탐내지 않은 허노재
許魯齋, 暑中過河陽, 渴甚. 道有梨, 衆爭取啖, 而獨危坐. 或言: “歲亂, 此無主.” 曰: “梨無主, 吾心獨無主乎?”
퇴계와 허노재를 비웃는 세태
修飾衣冠, 愼攝威儀者, 浮薄賤夫, 惡而嘲之, 曰: “彼皆假飾也, 內多慾, 而强收斂, 無益也. 不如我直情快意, 欲免則免, 欲跣則跣, 歌笑嗔罵, 由中而出, 食色貨利, 從吾所好也.”
予以爲二人當食, 食心俱動, 然一人莊敬辭讓而食, 一人放縱攘奪而食, 食雖同, 善不善判焉. 『士小節』
해석
자신을 속이기 싫었던 퇴계
퇴계선생이 한양에 임시로 살 때 이웃집의 밤나무 몇 가지가 담장을 넘어왔다.
子熟落庭, 恐兒童取食,
열매가 익어 뜰로 떨어지니 아이들이 주워서 먹을까 걱정되어
拾而投之墻外.
주워서 담장 바깥으로 던졌다.
갈증이 나는 데도 남의 배를 탐내지 않은 허노재
許魯齋, 暑中過河陽, 渴甚.
원(元)나라 사람인 허노재는 무더위에 하양을 지나는데 갈증이 심했다.
道有梨, 衆爭取啖,
길에 배나무가 있어 여럿이 다투어 취하여 먹는데도
而獨危坐.
허노재는 홀로 정자세로 앉았다.
或言: “歲亂, 此無主.”
어떤 사람이 말했다. “세상이 어지러워 이 나무는 주인이 없소이다.”
曰: “梨無主, 吾心獨無主乎?”
그러자 허노재가 말했다. “배나무에 주인이 없다 해도 내 마음에야 어찌 주인이 없겠는가?”
퇴계와 허노재를 비웃는 세태
修飾衣冠, 愼攝威儀者, 浮薄賤夫, 惡而嘲之, 曰:
옷매무새를 갖추고 행동을 삼가는 사람을 경박하고 천박한 이들이 미워하고 조롱하며 말한다.
“彼皆假飾也, 內多慾,
“저것들은 모두 거짓된 꾸밈으로 내심 욕심이 많지만
而强收斂, 無益也.
억지로 거두어들이는 것이니 무익하기만 하지.
不如我直情快意,
내가 정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뜻을 시원하게 나타내
欲免則免, 欲跣則跣,
의관을 벗고 싶으면 벗고 맨발로 다니고 싶으면 다녀,
歌笑嗔罵, 由中而出,
노래하고 웃으며 성내고 욕함을 본심에 따라 뱉어내고
食色貨利, 從吾所好也.”
식욕과 성욕, 탐욕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따라하는 것만 못하네.”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과 단속하는 사람의 차이는 확연하다
予以爲二人當食, 食心俱動,
나는 생각한다. ‘두 사람은 밥 먹을 때에 먹고자 하는 마음이 함께 동할 테지만,
然一人莊敬辭讓而食,
그러나 한 부류의 사람은 장중히 공경하고 사양하며 먹고,
一人放縱攘奪而食,
한 부류의 사람은 방종하며 빼앗아 먹으리니,
食雖同, 善不善判焉. 『士小節』
먹는 것은 비록 같다 해도, 선하냐 선하지 않냐는 것은 판이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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