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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발승암 기문 - 14. 총평 본문

책/한문(漢文)

발승암 기문 - 14. 총평

건방진방랑자 2020. 4. 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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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총평

 

 

1

이 글은 전체적으로 김홍연 알아 가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김홍연을 알아감에 따라 작자의 심리상태가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작자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분노와 우호의 감정을 거쳐 연민의 마음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역으로 이 연민의 감정에서 출발해 씌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이 글의 기저에서 연암은 김홍연이라는 인간에 대해 아주 따뜻한 눈길을 주고 있다. 김홍연에 대한 작가의 감정 기복에 따라 글도 심하게 출렁거리며 기복과 파란波瀾을 보여준다.

 

 

2

만년의 김홍연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인간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으며,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다. 이런 존재는 어떻게 자신을 지탱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이에 대한 인간학적 탐구의 기록이다. 이 글은 인간 존재와 그 운명에 대한 연암의 통찰력과 깊은 눈을 유감없이 잘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방식과 깊이, 여기서 우리는 연암문학의 한 본령과 만나게 된다.

 

 

3

이 글은 왠지 삐딱하다. 다시 말해 불온함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이는 생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암의 관점과 관련된다. 도덕적 관점에서 본다면 김홍연 같은 인물은 결코 긍정적으로 봐줄 수 없는 인물이며, 따라서 글을 통해 후세에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연암은 이 인물에 대해 깊은 연민을 느끼고, ‘까지 동원해가며 그의 삶을 옹호하고 있다. 적어도 이 글만으로 본다면 연암은 도덕적 관점만으로 인간을 보거나 세상을 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삐딱하고 불온하다.

 

 

4

김홍연을 보는 연암의 이런 시선은 연암이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과 일정하게 연결되어 있다. 남을 보는 시선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선, 이 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종종 맞물려 있다. 그러니 묻지 말 일이다, 누구를 위해 조종弔鐘이 울리는지를.

 

 

5

이 글은 기문記文이다. 기문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집이나 누정樓亭을 세운 연유를 밝힌 글이요, 둘은 산수에 노닌 일을 기록한 글이요, 셋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기록한 글이다. 첫 번째 것을 보통 누정기樓亭記라 하고, 두 번째 것을 산수유기山水遊記라 하며, 세 번째 것을 인물 기사人物記事라고 한다. 이 글은 그 제목(髮僧菴記)만 갖고 보면 꼭 누정기 같고, 열심히 명산을 쫓아다닌 일을 기록한 부분만 갖고 보면 꼭 산수유기 같으며, 김홍연이라는 인물의 일을 서술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인물 기사 같다. 이처럼 이 글은 이 셋의 그 어느 것만도 아니고, 그 모두다. 어떤 인물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장르로는 이라는 것이 있는데 연암이 이 장르를 택하지 않고 굳이 라는 장르를 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 하나는 가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김홍연이 이라는 장르에 담을 만큼 특별한 미덕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6

연암의 동시대인은 이 작품을 이렇게 평했다.

붓이 춤추고 먹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으니, 시경에 나오는 북을 둥둥치자 / 펄쩍 뛰면서 칼을 휘두르네라는 구절은 이런 걸 가리키는 것일 터이다(筆舞墨跳, 詩云: ‘擊鼓其鏜, 踴躍用兵.’ 其此之謂歟).”

한편, 김택영은 이 글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바위에 이름을 새겨 후세에 전해짐을 구하는 것은 남의 기이한 글을 얻어 이름이 전해지는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바위에 이름 새긴 일을 잔뜩 언급하기를 천 리의 연파烟波로 삼고 끝에 가서 기문記文을 청한다는 구절에서 강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격이다. 문채는 날 듯이 춤을 추고, 음절은 유머러스하고 몹시 예리하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부질없는 짓

2. 가는 산마다 보이는 그 이름

3.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4. 가뭄의 단비처럼 제공된 김홍연의 개인정보

5. 왠지 남 같지 않다 했더니

6. 왈짜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7. 이름이 곧 존재라는 착각

8. 이름이 남길 바라는 허망함에 대해

9. 이름에 집착하는 유교, 그 너머

10. 김홍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백동수

11. 9년 만에 실제로 만나게 되다

12. 늙어서도 이름에 집착하며 기문을 부탁하다

13. ()에 드러난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

14.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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