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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 - 1. 한비야가 알려준 책의 속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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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 - 1. 한비야가 알려준 책의 속성

건방진방랑자 2019. 12. 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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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비야가 알려준 책의 속성

 

연애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디가 좋아서 사귀나요?”라고 물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제야 부랴부랴 이유를 생각해보는 사람도 있고, “그냥 모든 게 다 좋아요라거나 성격이 좋아서요라고 얼버무리는 사람도 있다. 왜 사귀는지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어찌 어찌하다보니 살아가지는 것, 그렇게 살아가다가 일상이 흔들리는 특별한 일을 겪고 나서야 이런 저런 이유를 끌어대며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나는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해 어떤 거창한 이유를 대며 장황설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내가 책을 접하게 된 마음이 아닐뿐더러, 훗날에 덧붙여진 의미부여에 불과하다. 처음엔 그냥 책을 집어 들었던 것이고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50, 150권으로 불어난 것뿐이니 말이다. 특별함이 전혀 없는 일상적인 독서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에 호모부커스2.0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이 글을 쓰게 됐고 선정됐다.   

 

 

 

우연히 찾아온 책

 

그렇다면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애초에 나는 왜 책을 읽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들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해야 할 듯하다. 거기에 내가 책을 읽은 가장 원초적인 이유가 숨어있을 테니까.

 

 

생의 길섶에는 무수한 우연들이 숨겨져 있는 법. (...) 마음이 통하면 천 리도 지척이라고, 보이지 않는 인연의 선들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광대한 시공간도 단숨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것.

-나비와 전사, 휴머니스트, 2006, 고미숙,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타인의 글을 인용하는 까닭은 이 글의 내용이 나의 독서 이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생의 길섶에는 무수한 우연들이 숨겨져 있는 법이라고 했듯이 나에게도 두 번의 책과의 인연(난 이걸 서연書緣이라 부른다)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인해 난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왠지 이렇게 말하고 나니 무슨 신앙간증회같은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건 독서간증회라고나 할까. 과연 이 이야기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인지 한번 귀 기울여 들어 보자.

 

 

정말 재밌게 읽으며 내가 살고 있는 근대란 시대의 '위생관념', '효율성', '균질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책이다.

 

 

 

중국견문록, 책이 반완성품임을 알려주다

 

첫 번째 서연은 내가 나락에 떨어졌을 때 찾아왔다. 그 당시 난 연거푸 임용고시에서 떨어져 미래가 전혀 없었고, 2년간 잘 사귀어오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져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맛보고 있었다. 역시 불행은 겹쳐서 찾아온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낭패감에 빠져 아무 의욕도 없이 지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내 눈에 띈 것은 책장 한 쪽 구석에 있던 한비야씨가 쓴 중국견문록이라는 책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던 책인지라, 그 때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책을 집어 들었다. 그냥 훑어보겠다고 집어든 책에 어느 순간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그래서 그 날 하루 종일 그 책을 다 읽었던 거다. 어찌 삶의 의욕도 없었다면서 그런 무지막지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야말로 알 수 없는 독서의 힘이려니.

아무튼 다 읽고 나서 몇 분간 멍하니 있었다. 짜릿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얘기했다시피 예전에도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모처럼만에 다시 읽은 그 책은 예전의 그 책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비야씨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로 나의 마음속에 와서 박혔으니 말이다. 더불어 그녀의 진취적이며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그래서 내 맘과 같지 않은 현실일지라도 맞설 수 있는 용기는 나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었다.

왜 예전에 읽었을 땐 그런 느낌을 못 느꼈던 것일까? 설마 그 사이에 그런 내용이 추가된 게 아닐 테니, 이것이야말로 파랑새가 집에 있었다던 그런 황당함과 비슷한 것이리라. 역시 책이란 완전한 완성품이 아니다. 끊임없이 독자와 소통하며 가치를 생산해 내는 반완성품인 거다. 독자의 마음 상태, 지적 수준에 따라 다르게 읽혀질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비로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그 책을 읽고 나서야 그 동안의 나약함을 버리고 얼마 간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역시 독서간증회가 맞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을 뿐이다. 그걸 계기로 한비야씨의 책을 모조리 다 읽기 시작했고 거기서 더 나가 다른 책들도 서서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인연의 선들이 작동하기 시작하니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읽은 책인데, 이 날따라 착착 감기는 맛이 남달랐던 책이다. 책도 필요할 때 나를 찾아온다.

 

 

인용

목차

1. 한비야가 알려준 책의 속성

2. 연암이 선사한 유쾌한 충격

3. 알 수 없는 세계를 선물해준 책의 매력

4. 지금의 삶을 위해 책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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