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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연암을 읽는다’와 ‘한시미학산책’을 끝내다 - 2. 연암과 한시의 매력에 푹 빠져 희망을 만들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연암을 읽는다’와 ‘한시미학산책’을 끝내다 - 2. 연암과 한시의 매력에 푹 빠져 희망을 만들다

건방진방랑자 2020. 5. 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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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암과 한시의 매력에 푹 빠져 희망을 만들다

 

 

절망 속에 싹튼 희망

 

잔인한 절망감에 휩싸인 채 집에 내려왔는데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김형술 교수의 전화였다. 김형술 교수 스터디는 2년 전에 다시 임용을 준비하며 한문 공부의 방향을 잡고 한문공부의 재미를 알 수 있도록 한 스터디였다. 어떻게 한문공부를 해야 하는지, 임용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을 때 이 스터디는 나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준 것이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당연히 올해에도 스터디는 계속 됐을 텐데 맹위를 떨치는 바람에 모든 건 올스톱되었다. 언제나 하게 될까 아가다리고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때야 연락이 온 것이다. 무슨 전화일까 궁금해하며 전화를 받아보니 교수님은 다음 주부터 스터디를 진행할 생각이란다. 이것이야말로 불감정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인 상황이었다. 나름 공부의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던 때 그토록 기다리던 스터디의 재개를 알리는 전화였으니 얼마나 반가웠을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알리라. 그래 절망스런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에도 희망은 이렇게 싹터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스터디를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울 수 있었고 스터디를 준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부의 맛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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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터디가 시작되기 전에 워밍업 겸 회식이 있었다. 다들 한문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연암의 생각에 풍덩

 

이와 맞물려 임고반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리하고 싶은 책들이 있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책은 연암 산문의 정수를 담고 있는 책이라 한 번은 마무리 짓고 싶었다. 시간도 나기 때문에 이 책부터 잡고 정리를 했으며 마무리를 지은 소감은 이미 밝혔었다.

이 책을 마쳤다면 연암을 읽는다라는 책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 책도 연암의 산문을 다루고 있지만 앞의 책과 다른 점은 앞의 책은 연암 산문을 요리조리 살펴가며 그 의미를 파악해가는 데 반해 이 책은 하나의 산문을 단락별로 나누고 단락별로 숨겨진 의미나, 관련된 내용을 심층적으로 살펴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의 책을 읽어보면 연암 산문을 광범위하게 독서하며 그의 깊은 사색에 흠껏 빠지게 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한 작품에 스민 연암의 생각과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 계기들을 그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을 통해 되짚어 보며 연암이 왜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깊이 있게 알게 된다. 그러니 앞의 책이든 이 책이든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이 서로가 상보적인 역할을 하며 연암 사유의 심층구조를 알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412일부터 이 책을 정리하기 시작해서 18일까지 총 6일 간 내용을 정리하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 두 권의 책으로 연암의 산문을 읽어보고 정리하고 나니 드는 생각은 한 사람의 사유에 가닿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당시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가 처한 환경, 그리고 그가 관심 가졌던 영역에 대한 인식까지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 연암의 작품을 통해 우린 조선 후기 사회 속 지식인들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됐고, 주자학이 흔들리며 그 빈틈 사이로 쳐들어오는 양명학의 위세, 고문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도래 등을 알게 됐다. 좋다, 이렇게 한 번 정리했다고 결코 연암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생각에 가닿을 수 있는 실마리 정도는 찾게 됐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밑바탕에서부터 하나하나 길을 내며 그에게 가닿으려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연암의 글을 읽으며 한바탕 그와 데이트를 했다.  

 

 

 

한시미학산책을 통해 한시의 맛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한시미학산책도 새롭게 정리하고 싶었다. 이미 작년 여름의 불볕 더위 속에 한 차례 정리를 하긴 했었고 그에 대한 소감도 남겨놨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여러 시화집들의 원문을 구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그 당시엔 이 책에서 소개된 시화의 내용들을 원문으로 찾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정리를 하며 그 당시엔 보지 못했던 시화의 원문도 싣고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연암을 읽는다를 마치자마자 4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 시작할 땐 하루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다. 이미 한 차례 정리를 했고 거기에 채워넣을 수 있는 것만 넣으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마쳤으니 기간은 무려 25일이나 걸린 셈이고 초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왜 이렇게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냐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책에서 인용된 시화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뿐더러, 그걸 일일이 해석하느라 많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지금 모아놓은 시화들의 양이 방대하다 보니 이 책에서 소개된 시화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으며 찾았다 하더라도 해석까지 해야 하니 쉽게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내용들을 전폭적으로 싣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엔 한문 임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본문만을 실었었다. 그러니 총 24개의 챕터로 구성된 내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정리를 하며 본문 내용을 보다 보니 지금 당장 한문 임용에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버리기엔 아까운 내용들이 정말로 많더라. 그러니 언제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기 위해 이번엔 그 내용들까지 전체적으로 편집하고 내용을 찾아가며 새롭게 수록하게 됐다. 그에 따라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해체의 시학, 파격시의 세계’ / ‘선시, 깨달음의 표정’ / ‘실낙원의 비가’, ‘詩話, 행복한 시읽기’ /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등의 6편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지금은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차근차근 정성스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통해 이 책을 정리하고 나니 무엇과는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고 흡족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좋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나가며 공부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임용 시험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한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말끔히 벗어버리게 만든 책.  

 

 

 

서사 한시와의 데이트

 

이렇게 마음먹었던 세 권의 책 정리가 드디어 끝이 났다. 이쯤 되면 다음엔 또 무얼 공부하지?’라는 고민에 빠질 법한데도 이번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다음 주부턴 스터디가 진행되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공부해야 할 것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엔 서사한시를 중심으로 공부하게 된다. 서사한시는 한시로 담은 역사이자, 민중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사는 민초들의 눈물겨운 얘기로 되어 있다. 그러니 이 내용들을 하나하나 공부하고 정리하며 서사한시가 지닌 한문의 맛에 푹 빠져볼 생각이다.

임고반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된 이때 새로운 공부의 기운들이 어리고 있다. 어디로 흘러가 또 무엇을 절단 채취하며 나의 길을 만들어갈 것인가? 전혀 예측조차 되지 않는 이 흐름 속에, 나를 맡기고 공부의 장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갈림길 속에서 나의 길을 만들며 나갈 것이다.

 

 

서사한시, 또는 사회시의 길을 따라 한동안 가볼 생각이다.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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