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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실낙원의 비가(悲歌) - 4.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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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실낙원의 비가(悲歌) - 4.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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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

 

 

이수광(李晬光)기몽(記夢)이란 작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紫宮半夜群仙會 자궁(紫宮)의 한밤중 신선들 모여들어
群仙色喜迎我拜 기쁜 낯빛 신선들 날 맞아 절 올리네
坐我堂中七寶床 방 안의 칠보상(七寶床)에 나를 앉게 하나니
怳然身入靑蓮界 아득히 이 몸이 청련계(靑蓮界)에 들었구나
餉我一杯船若湯 반야탕을 한 잔 따라 나를 마시게 하며
云是玉帝之瓊漿 옥제께서 드시는 경장(瓊漿)이라 일러주네
啜罷精神頓淸爽 마시자 정신이 맑고 상쾌해지며
洗盡十年塵土腸 진토에 찌든 속을 깨끗이 씻어준다
庭前有爐烟細起 뜰 앞의 화로에서 가는 연기 일더니만
令我了悟三生事 삼생의 온갖 일들 깨치게 하는구나
瑤空笙鶴覺來失 요대 허공 생() 불던 학, 깨어보니 간 곳 없고
萬里烟霞造夢裏 만 리 가득 안개 또한 꿈속의 일일레라
海上逢萊久無主 바다 위 봉래산엔 오랫동안 주인 없고
樂天偶餉人間苦 백낙천은 인간 괴롬 실컷 만나 겪었다오
唯須作急理歸笻 돌아갈 지팡이를 서둘러 만들리라
東風吹老三花樹 시든 삼화수를 봄바람이 불어가네

 

전형적인 몽유(夢遊) 구조에 의한 유선시(遊仙詩)이다. 꿈에 문득 자궁(紫宮)에 이끌려간 그는 여러 신선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옥례천(玉醴泉)의 경액(瓊液)을 달여 빚었다는 반야탕(般若湯)을 마시고 속세에 찌든 속이 깨끗해지는 환골탈태를 경험한다. 대궐 앞 화로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 연기는 전생과 현생과 내세의 일을 모두 환히 보여주지 않는가. ! 내가 봉래산을 너무 오래 방치해두었던 것은 아닐까. 봉래산을 떠나와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내가 겪었던 것은 신맛 나는 인간고(人間苦)’ 뿐이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원래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자.

 

선계의 형상은 현실에서의 억압이 역으로 투사되어 열린 세계로의 비상을 꿈꾼 결과다. 꿈은 무의식의 세계이다. 인간의 의식이 한계에 도달할 때 무의식이 열린다. 무의식의 세계는 원초적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상징은 좌절되었던 본능적 충동을 만족시키려는 욕구와 관련된다. 이러한 상징들은 꿈을 통해 신비한 세계를 열어 보임으로써 현실에서 상처받고 왜소해진 자아의 의식을 확장시키고 소생시켜준다.

 

 

장악(張渥), 요지선경(瑤池仙境), 14세기, 116.1X56.3cm, 중국 국립고궁박물원.

구름을 타고 서왕모가 내려온다. 머리 벗겨진 선인들이 두 손을 맞잡고 배례한다. 요지의 물은 찰랑대고, 밤새 잔치의 불빛이 환하겠구나.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풀잎 끝에 맺힌 이슬

2.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

3.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

4.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

5. 구운몽, 적선의 노래

6. 구운몽, 적선의 노래

7. 이카로스의 날개

8. 이카로스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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