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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고 받으러 갔다가 유복자마저 죽은 아낙의 울부짖음
군정탄(軍丁歎)
정민교(鄭敏僑)
朔風蕭瑟塞日落 | 북풍의 싸늘한 바람 불고 변방에 해 지니 |
孤村有女呼天哭 | 외로운 마을에 아낙이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네. |
牛山歸客不堪聽 | 우산 1에서 돌아오던 나그네는 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
駐馬欲問心悽惻 | 말을 머물러두고 물으려 하니 마음은 서글프고 측은하네. |
自言其夫前年死 | 아낙 스스로 말하네. “남편은 지난해에 죽었는데 |
夫死幸有兒遺腹 | 남편은 죽었지만 다행히 유복자(遺腹子)인 아이 있었죠. |
生男毛髮尙未燥 | 아들을 낳아 머리칼 아직도 마르지 않았는데 |
里任報官充軍額 | 이임 2이 관아에 보고하여 군액 3을 충당했죠. |
襁褓兒付壯丁案 | 보자기 싸인 아이가 장정의 군적(軍籍)에 편입되어 |
旋復踵門身布督 | 선회했다가 다시 문에 와서 신포 독촉하더군요. |
昨日抱兒詣官點 | 어젠 아이 안고 관가 점고(點考)에 나가는데 |
天寒路遠風雪虐 | 날은 춥고 길은 먼 데다 바람과 눈까지 혹독하여 |
歸來兒已病且死 | 돌아오니 아이는 이미 병들어 죽었으니 |
肝膓欲裂胸臆塞 | 간장이 찢어지려 하고 가슴이 막히더군요. |
深寃入骨訴無地 | 깊은 원한이 뼈에 사무쳤지만 하소연할 곳 없어 |
窮窘寧不呼天哭 | 곤궁하고 막힌 속내 차라리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지 않겠습니까?” |
爾婦此言眞可哀 | 너 아낙의 이 말이 참으로 슬프구려. |
余一聞之長太息 | 내가 한 번 듣고 길게 탄식하네. |
先王制民德爲先 | 선왕께서 백성을 다스림에 덕이 급선무가 되니 |
匹夫匹婦無不獲 | 보통 사람인 남자와 여자도 삶을 획득하지 않음이 없었고 |
昆蟲之微亦與被 | 곤충의 미물도 또한 선정(善政)을 입었는데 |
矧復無告吾惸獨 | 하물며 다시 고할 데 없는 나의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겠는가. |
朝家設法本有意 | 조정에서 법을 설치함에 본래 뜻이 있었으니 |
簽丁要使軍伍足 | 첨정은 군대 항오(行伍)의 충족됨을 요구해서였다네. |
法行之久弊反生 | 법의 실행이 오래되면 폐단이 도리어 생기니 |
邇來最爲生民毒 | 근래엔 가장 백성들의 혹독함이 되었다네. |
丁男有限色目多 | 장정인 사내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으나 명색(名色)과 명목(名目) 많아 |
遂令搜括及兒弱 | 마침내 수색하고 포괄하는 것이 아이에게까지 미쳤네. |
縣官惟知畏上司 | 현의 관아는 오직 윗 상사 두려워할 줄만 알아 |
利己寧復恤民戚 | 저만 이롭게 할 뿐이니 어찌 다시 백성의 근심 구휼하리오? |
只存虗名混侵虐 | 다만 군적엔 가짜 이름만 남아 마구 침범하여 학대하고 |
白骨之徵尤爲酷 | 죽은 백골에도 징수(徵收)하니 더욱 참혹하구나. |
八域同疾民半死 | 팔도가 같이 괴로워하여 백성이 태반이나 죽었는데 |
如汝幾處呼天哭 | 당신처럼 몇 군데서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할 것인가? |
吾王念此憂形言 | 우리 임금께서 이것을 생각하사 근심스런 모습으로 말씀하여 |
十行絲綸頻懇曲 | 열줄의 조서(詔書) 4를 빈번히 간곡하게 하셨지만 |
廟堂無策但坐視 | 조정 5에선 무대책으로 다만 좌시할 뿐이니, |
已矣此法無時革 | 끝이로구나! 이 법을 개혁할 때 없구나. |
爾婦且莫呼天哭 | 너 아낙이여 장차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지 마시오. |
呼天從來天不識 | 하늘에 부르짖어도 예로부터 하늘은 알아주질 않으니. |
不如早從黃泉去 | 일찍이 황천길로 떠나 |
更與爾夫爲行樂 | 다시 당신의 남편과 즐거움을 즐기는 것만 못하네.『寒泉遺稿』 卷一 |
인용
- 우산(牛山): 평안도 숙천(肅川) 근처에 있는 지명이다. 작가가 평안도 감영의 서기로 있을 때 세무관계로 출장을 나갔다가 이곳에서 묵었었다. [본문으로]
- 이임(里任): 조선 시대, 지방의 동리에서 호적에 관한 일과 그 밖의 공공사무를 맡아보던 사람을 말한다. [본문으로]
- 군액(軍額): 군인의 수효나 군인의 머릿수를 말한다. [본문으로]
- 사륜(絲綸): 임금의 조서(詔書)를 뜻하는 말로, 『예기(禮記)』 치의(緇衣)의 "왕의 말은 처음엔 실오라기 같다가도 일단 나오면 굵은 명주실처럼 되고, 왕의 말은 처음엔 굵은 명주실 같다가도 일단 나오면 밧줄과 같이 된다[王言如絲 其出如綸 王言如綸 其出如綍]."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본문으로]
- 묘당(廟堂): 종묘(宗廟)와 명당(明堂)이라는 뜻으로 조정(朝廷)을 일컫기도 하였고, 또는 의정부(議政府)를 달리 이르던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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