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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교 - 군정탄(軍丁歎)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정민교 - 군정탄(軍丁歎)

건방진방랑자 2021. 8. 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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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고 받으러 갔다가 유복자마저 죽은 아낙의 울부짖음

군정탄(軍丁歎)

 

정민교(鄭敏僑)

 

朔風蕭瑟塞日落 북풍의 싸늘한 바람 불고 변방에 해 지니
孤村有女呼天哭 외로운 마을에 아낙이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네.
牛山歸客不堪聽 우산[각주:1]에서 돌아오던 나그네는 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駐馬欲問心悽惻 말을 머물러두고 물으려 하니 마음은 서글프고 측은하네.
自言其夫前年死 아낙 스스로 말하네. “남편은 지난해에 죽었는데
夫死幸有兒遺腹 남편은 죽었지만 다행히 유복자(遺腹子)인 아이 있었죠.
生男毛髮尙未燥 아들을 낳아 머리칼 아직도 마르지 않았는데
里任報官充軍額 이임[각주:2]이 관아에 보고하여 군액[각주:3]을 충당했죠.
襁褓兒付壯丁案 보자기 싸인 아이가 장정의 군적(軍籍)에 편입되어
旋復踵門身布督 선회했다가 다시 문에 와서 신포 독촉하더군요.
昨日抱兒詣官點 어젠 아이 안고 관가 점고(點考)에 나가는데
天寒路遠風雪虐 날은 춥고 길은 먼 데다 바람과 눈까지 혹독하여
歸來兒已病且死 돌아오니 아이는 이미 병들어 죽었으니
肝膓欲裂胸臆塞 간장이 찢어지려 하고 가슴이 막히더군요.
深寃入骨訴無地 깊은 원한이 뼈에 사무쳤지만 하소연할 곳 없어
窮窘寧不呼天哭 곤궁하고 막힌 속내 차라리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지 않겠습니까?”
爾婦此言眞可哀 너 아낙의 이 말이 참으로 슬프구려.
余一聞之長太息 내가 한 번 듣고 길게 탄식하네.
先王制民德爲先 선왕께서 백성을 다스림에 덕이 급선무가 되니
匹夫匹婦無不獲 보통 사람인 남자와 여자도 삶을 획득하지 않음이 없었고
昆蟲之微亦與被 곤충의 미물도 또한 선정(善政)을 입었는데
矧復無告吾惸獨 하물며 다시 고할 데 없는 나의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겠는가.
朝家設法本有意 조정에서 법을 설치함에 본래 뜻이 있었으니
簽丁要使軍伍足 첨정은 군대 항오(行伍)의 충족됨을 요구해서였다네.
法行之久弊反生 법의 실행이 오래되면 폐단이 도리어 생기니
邇來最爲生民毒 근래엔 가장 백성들의 혹독함이 되었다네.
丁男有限色目多 장정인 사내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으나 명색(名色)과 명목(名目) 많아
遂令搜括及兒弱 마침내 수색하고 포괄하는 것이 아이에게까지 미쳤네.
縣官惟知畏上司 현의 관아는 오직 윗 상사 두려워할 줄만 알아
利己寧復恤民戚 저만 이롭게 할 뿐이니 어찌 다시 백성의 근심 구휼하리오?
只存虗名混侵虐 다만 군적엔 가짜 이름만 남아 마구 침범하여 학대하고
白骨之徵尤爲酷 죽은 백골에도 징수(徵收)하니 더욱 참혹하구나.
八域同疾民半死 팔도가 같이 괴로워하여 백성이 태반이나 죽었는데
如汝幾處呼天哭 당신처럼 몇 군데서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할 것인가?
吾王念此憂形言 우리 임금께서 이것을 생각하사 근심스런 모습으로 말씀하여
十行絲綸頻懇曲 열줄의 조서(詔書)[각주:4]를 빈번히 간곡하게 하셨지만
廟堂無策但坐視 조정[각주:5]에선 무대책으로 다만 좌시할 뿐이니,
已矣此法無時革 끝이로구나! 이 법을 개혁할 때 없구나.
爾婦且莫呼天哭 너 아낙이여 장차 하늘에 부르짖으며 곡하지 마시오.
呼天從來天不識 하늘에 부르짖어도 예로부터 하늘은 알아주질 않으니.
不如早從黃泉去 일찍이 황천길로 떠나
更與爾夫爲行樂 다시 당신의 남편과 즐거움을 즐기는 것만 못하네.寒泉遺稿卷一
 

 

 

 

 

인용

목차

해설

문제

 

 
  1. 우산(牛山): 평안도 숙천(肅川) 근처에 있는 지명이다. 작가가 평안도 감영의 서기로 있을 때 세무관계로 출장을 나갔다가 이곳에서 묵었었다. [본문으로]
  2. 이임(里任): 조선 시대, 지방의 동리에서 호적에 관한 일과 그 밖의 공공사무를 맡아보던 사람을 말한다. [본문으로]
  3. 군액(軍額): 군인의 수효나 군인의 머릿수를 말한다. [본문으로]
  4. 사륜(絲綸): 임금의 조서(詔書)를 뜻하는 말로, 『예기(禮記)』 치의(緇衣)의 "왕의 말은 처음엔 실오라기 같다가도 일단 나오면 굵은 명주실처럼 되고, 왕의 말은 처음엔 굵은 명주실 같다가도 일단 나오면 밧줄과 같이 된다[王言如絲 其出如綸 王言如綸 其出如綍]."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본문으로]
  5. 묘당(廟堂): 종묘(宗廟)와 명당(明堂)이라는 뜻으로 조정(朝廷)을 일컫기도 하였고, 또는 의정부(議政府)를 달리 이르던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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