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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광성나루에서 묵으며 배속에서 해신에게 제사지낸 말을 기록하다
숙광성진 기선중새신어(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
이건창(李建昌)
大船擊皷皷三四 | 큰 배에선 북 두들기니 북 3~4번 울리고 |
小船打皷聲無次 | 작은 배에선 북 치니 소리엔 차례가 없어라. |
長竿大旗如火紅 | 긴 장대의 큰 깃발은 불꽃처럼 붉고 |
風颭照江江水沸 | 바람 살랑여 강을 비추니 강물이 끓어오른다. |
船頭殺猪大如馬 | 뱃머리에서 돼지 죽이니 크기는 말 같고 |
船人瀝酒篷窻下 | 뱃사람이 거룻배의 창 아래서 술 거르네. |
長年禿頭搗如蒜 | 나이 들어 벗겨진 머리는 두드리면 마늘인 듯하고 |
女巫廣袖紛低亞 | 여자 무당의 넓은 소매는 나부끼며 낮게 드리워졌네 1. |
潮來舟動一丈高 | 조수 밀물엔 배가 한 장 높이로 움직이고 |
明月滿天江無濤 | 밝은 달 하늘에 가득 차올라 강엔 파도가 없다네. |
金支翠羽光晻靄 | 금빛 창과 꿩 깃털 전립 2로 빛은 어둑해져 아득하고 |
靈來如雲滿江皐 | 영이 이르러오니 구름 같아 강 언덕에 가득 찼네. |
旣醉旣飽何錫予 | “이미 취하고 이미 배부르니 무엇을 너에게 줄꼬? |
水宮之寶持與汝 | 수궁의 보물을 가져다 너에게 주어 |
延平石首七山鰣 | 연평도의 바위 머리의 칠산 3엔 준치가 잡히게 할까나. |
只恐船重擡不擧 | 다만 배가 무거워져 들려 해도 들지 못할까 걱정될 정도이니 |
歸來計利淸本錢 | 돌아와 이익을 계산하면 본전을 갚을 만하리. |
緡算恰贏三萬千 | 동전 계산의 남은 것은 흡사 3만~3천과 같으니 |
便可一生不操檝 | 다시 일평생 노를 잡지 않을 만하여 |
買田買宅終汝年 | 밭을 사고 집을 사며 너의 삶을 누리리라.” |
船人聞之謝神賜 | 뱃사람이 그걸 듣고 신의 하사함에 감사하지만 |
口中又有祈請事 | 입 속엔 또한 기도하며 청하는 일이 있었다. |
聖主寬仁恤農商 | “성스런 주상은 너그럽고 인자하여 농민과 상인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
郡縣處處猶苦吏 | 군현의 곳곳마다 오히려 괴롭히는 아전이 있사옵니다. |
去歲明詔罷水稅 | 지난해 명철한 조서로 수세를 없앴는데 4 |
今年截港覔抽計 | 올핸 항구를 끊고 거두는 꾀를 찾사옵니다. |
三南特遣運漕艘 | 삼남 5으로 특별히 조운선을 파견했는데 |
濱海捉船仍煩弊 | 바다에서 배를 붙잡으니 거듭 번거로운 폐단이 있게 되었습니다. |
又如神賜得錢多 | 또한 해신의 하사함으로 많은 돈을 얻어 |
買田買宅誰耐過 | 밭을 사고 집을 샀더라도 누가 괴로움을 견디겠습니까? |
紅泥蹋紙字如斗 | 붉은 도장이 종이에 찍혀 글자는 말 같은 크기인데 |
馬尾壓頂事如何 | 말꼬리로 붙잡힌 사람의 머리 누르게 한다 6면 일을 어찌하겠습니까?” |
神言此事非我職 | 해신이 말했다. “이 일은 내 알 바가 아니다. |
汝雖百拜請無益 | 너는 비록 백 번 절하며 청하더라도 무익하리라. |
往訴岸上吟詩人 | 강 언덕에 가서 호소하여 시인에게 읊조려 |
採入風謠獻京國 | 채집되어 국풍에 들어간다면 서울에 바쳐지리라.”『明美堂集』 卷四 |
인용
- 저아(低亞): 낮게 드리우다. [본문으로]
- 금지취우(金支翠羽):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것으로 삼지창을 들고 꿩깃을 꽂은 전립을 쓰는데 이를 가리킨 것이다. [본문으로]
- 칠산(七山):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전라북도 위도에 이르는 바다를 말한다. [본문으로]
- 고종 24년(1887)에 각포(角浦)의 무명잡세와 공용선(公用船)을 사집(私執)하는 폐단을 엄금케 한 사살이 있다. [본문으로]
- 삼남(三南):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본문으로]
- 마미압정(馬尾壓頂): 관가에서 사람을 붙잡아 말꼬리 위에 끌고 가는 모양을 표현한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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