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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창 - 숙광성진 기선중새신어(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이건창 - 숙광성진 기선중새신어(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

건방진방랑자 2021. 8.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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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광성나루에서 묵으며 배속에서 해신에게 제사지낸 말을 기록하다

숙광성진 기선중새신어(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

 

이건창(李建昌)

 

大船擊皷皷三四 큰 배에선 북 두들기니 북 3~4번 울리고
小船打皷聲無次 작은 배에선 북 치니 소리엔 차례가 없어라.
長竿大旗如火紅 긴 장대의 큰 깃발은 불꽃처럼 붉고
風颭照江江水沸 바람 살랑여 강을 비추니 강물이 끓어오른다.
船頭殺猪大如馬 뱃머리에서 돼지 죽이니 크기는 말 같고
船人瀝酒篷窻下 뱃사람이 거룻배의 창 아래서 술 거르네.
長年禿頭搗如蒜 나이 들어 벗겨진 머리는 두드리면 마늘인 듯하고
女巫廣袖紛低亞 여자 무당의 넓은 소매는 나부끼며 낮게 드리워졌네[각주:1].
潮來舟動一丈高 조수 밀물엔 배가 한 장 높이로 움직이고
明月滿天江無濤 밝은 달 하늘에 가득 차올라 강엔 파도가 없다네.
金支翠羽光晻靄 금빛 창과 꿩 깃털 전립[각주:2]로 빛은 어둑해져 아득하고
靈來如雲滿江皐 영이 이르러오니 구름 같아 강 언덕에 가득 찼네.
旣醉旣飽何錫予 이미 취하고 이미 배부르니 무엇을 너에게 줄꼬?
水宮之寶持與汝 수궁의 보물을 가져다 너에게 주어
延平石首七山鰣 연평도의 바위 머리의 칠산[각주:3]엔 준치가 잡히게 할까나.
只恐船重擡不擧 다만 배가 무거워져 들려 해도 들지 못할까 걱정될 정도이니
歸來計利淸本錢 돌아와 이익을 계산하면 본전을 갚을 만하리.
緡算恰贏三萬千 동전 계산의 남은 것은 흡사 3~3천과 같으니
便可一生不操檝 다시 일평생 노를 잡지 않을 만하여
買田買宅終汝年 밭을 사고 집을 사며 너의 삶을 누리리라.”
船人聞之謝神賜 뱃사람이 그걸 듣고 신의 하사함에 감사하지만
口中又有祈請事 입 속엔 또한 기도하며 청하는 일이 있었다.
聖主寬仁恤農商 성스런 주상은 너그럽고 인자하여 농민과 상인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郡縣處處猶苦吏 군현의 곳곳마다 오히려 괴롭히는 아전이 있사옵니다.
去歲明詔罷水稅 지난해 명철한 조서로 수세를 없앴는데[각주:4]
今年截港覔抽計 올핸 항구를 끊고 거두는 꾀를 찾사옵니다.
三南特遣運漕艘 삼남[각주:5]으로 특별히 조운선을 파견했는데
濱海捉船仍煩弊 바다에서 배를 붙잡으니 거듭 번거로운 폐단이 있게 되었습니다.
又如神賜得錢多 또한 해신의 하사함으로 많은 돈을 얻어
買田買宅誰耐過 밭을 사고 집을 샀더라도 누가 괴로움을 견디겠습니까?
紅泥蹋紙字如斗 붉은 도장이 종이에 찍혀 글자는 말 같은 크기인데
馬尾壓頂事如何 말꼬리로 붙잡힌 사람의 머리 누르게 한다[각주:6]면 일을 어찌하겠습니까?”
神言此事非我職 해신이 말했다. “이 일은 내 알 바가 아니다.
汝雖百拜請無益 너는 비록 백 번 절하며 청하더라도 무익하리라.
往訴岸上吟詩人 강 언덕에 가서 호소하여 시인에게 읊조려
採入風謠獻京國 채집되어 국풍에 들어간다면 서울에 바쳐지리라.”明美堂集卷四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서사한시

해설

 
  1. 저아(低亞): 낮게 드리우다. [본문으로]
  2. 금지취우(金支翠羽):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것으로 삼지창을 들고 꿩깃을 꽂은 전립을 쓰는데 이를 가리킨 것이다. [본문으로]
  3. 칠산(七山):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전라북도 위도에 이르는 바다를 말한다. [본문으로]
  4. 고종 24년(1887)에 각포(角浦)의 무명잡세와 공용선(公用船)을 사집(私執)하는 폐단을 엄금케 한 사살이 있다. [본문으로]
  5. 삼남(三南):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본문으로]
  6. 마미압정(馬尾壓頂): 관가에서 사람을 붙잡아 말꼬리 위에 끌고 가는 모양을 표현한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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