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법에 대해 변론하다
휘변(諱辯)
한유(韓愈)
이하의 진사시 응시는 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하는 아버지의 이름과 비슷한 진사과를 보아서도 안 되었다
愈與進士李賀書, 勸賀擧進士, 賀擧進士有名. 與賀爭名者毁之曰: “賀父名晉肅, 賀不擧進士爲是, 勸之擧者爲非.” 聽者不察, 和而唱之, 同然一辭. 皇甫湜曰: “子與賀且得罪.”
이하가 진사가 되는 게 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愈曰: “然. 律曰: ‘二名不偏諱’, 釋之者曰: ‘謂若言徵不稱在, 言在不稱徵是也.’ 律曰: ‘不諱嫌名.’ 釋之者曰: ‘謂若禹與雨, 丘與蓲之類是也.’ 今賀父名晉肅, 賀擧進士, 爲犯二名律乎? 爲犯嫌名律乎? 父名晉肅, 子不得擧進士; 若父名仁, 子不得爲人乎?
휘법을 처음에 만든 사람조차, 그리고 초창기 사람들은 복잡하게 지키려 하지 않았다
夫諱始於何時? 作法制以敎天下者, 非周公ㆍ孔子歟? 周公作詩不諱, 孔子不偏諱二名, 『春秋』不譏不諱嫌名. 康王釗之孫, 實爲昭王, 曾參之父名晳, 曾子不諱昔. 周之時, 有騏期; 漢之時, 有杜度, 此其子宜如何諱? 將諱其嫌, 遂諱其姓乎? 將不諱其嫌者乎?
휘법은 때에 따라 지켜졌으며, 철저히 지킨 것은 오히려 환관과 궁녀뿐이었다
漢諱武帝名徹, 爲通, 不聞又諱車轍之轍, 爲某字也; 諱呂后名雉, 爲野鷄, 不聞又諱治天下之治, 爲某字也; 今上章及詔, 不聞諱滸勢秉饑也. 惟宦官宮妾, 乃不敢言諭及機, 以爲觸犯. 士君子立言行事, 宜何所法守也? 今考之於經, 質之於律, 稽之以國家之典, 賀擧進士爲可耶? 爲不可耶?
휘의 근본이 효도에 있다면, 휘에 민감하기보다 실질적인 행동을 하라
凡事父母, 得如曾參, 可以無譏矣; 作人得如周公ㆍ孔子, 亦可以止矣. 今世之士, 不務行曾參ㆍ周公ㆍ孔子之行, 而諱親之名, 則務勝於曾參ㆍ周公ㆍ孔子, 亦見其惑也. 夫周公ㆍ孔子ㆍ曾參, 卒不可勝, 勝周公ㆍ孔子ㆍ曾參, 乃比於宦官宮妾, 則是宦官宮妾之孝於其親, 賢於周公ㆍ孔子ㆍ曾參者耶?”
해석
이하는 아버지의 이름과 비슷한 진사과를 보아서도 안 되었다
愈與進士李賀書, 勸賀擧進士,
(예전에) 내가 진사 이하에게 “하야! 진사시험을 보도록 권하마”라는 글을 썼고,
賀擧進士有名.
결국 이하는 진사로 합격하여 유명해졌습니다.
與賀爭名者毁之曰:
이하와 과거시험에서 이름을 다퉜던 사람이 이하를 헐뜯으며 말했다고 합니다.
“賀父名晉肅.
“이하의 아버지의 성함은 진숙입니다.
賀不擧進士爲是,
그러니 아버지 이름과 음이 비슷한 진사과에 응시할 수 없는 것이 옳고,
勸之擧者爲非.”
그에게 과거시험을 보도록 권한 사람은 잘못된 것입니다.”
聽者不察, 和而唱之,
그 헐뜯음을 듣는 사람들은 잘잘못을 살피지도 않고 부화뇌동하여 그걸 복창하며
同然一辭.
한결같이 헐뜯기에 바쁩니다.
皇甫湜曰:
그러다 보니 저의 제자 황보식까지 말합니다.
“子與賀且得罪.”
“선생님과 이하는 또한 세상에 죄를 얻었습니다.”
이하가 진사가 되는 게 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愈曰: “然.
저는 말하겠습니다. “그러합니다.
律曰: ‘二名不偏諱’,
휘법(諱法)에 따르면 ‘두 글자의 이름일 경우 그 중 한 글자는 휘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으니,
釋之者曰: ‘謂若言徵不稱在,
그걸 해석하는 사람이 ‘(공자 어머니인 安徵在를 예로 들자면) 만약 징(徵)을 말할 경우에 재(在)를 말하지 않으며,
言在不稱徵是也.’
재(在)를 말할 경우에 징(徵)을 말하지 않는 것이 이것이다.’라고 했습니다.
律曰: ‘不諱嫌名.’
또 다른 휘법(諱法)에 따르면 ‘외자의 이름일 경우, 음이 같은 글자를 휘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으니,
釋之者曰:
그걸 해석하는 사람이 말했습니다.
‘謂若禹與雨,
‘우(禹)임금이라 해서 우(雨)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丘與蓲之類是也.’
공자의 이름이 구(丘)라고 해서 구(蓲)를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닌 종류가 이것이다.’
今賀父名晉肅, 賀擧進士,
지금 이하는 아버지의 성함이 진숙임에도 이하가 진사가 되었다면,
爲犯二名律乎?
이것이 ‘이명불편휘(二名不偏諱)’의 휘법을 어긴 것입니까?
爲犯嫌名律乎?
‘불휘혐명(不諱嫌名)’의 휘법을 어긴 것입니까?
父名晉肅, 子不得擧進士;
아버지의 성함이 진숙이기에 아들은 진사과를 볼 수가 없다고 한다면,
若父名仁, 子不得爲人乎?
만약 아버지의 성함이 인이라면 자식은 인간이라 불릴 수 없다는 것입니까?
휘법을 처음에 만든 사람조차, 그리고 초창기 사람들은 복잡하게 지키려 하지 않았다
夫諱始於何時?
그렇다면 휘법은 어느 때에 시작된 것입니까?
법을 만들어 천하를 교육시킨 사람은 주공과 공자가 아니겠습니까?
周公作詩不諱,
그런데 주공께서 시를 지으실 적에 휘하지 않으셨고
孔子不偏諱二名,
공자께서도 두 자로 된 이름 중 한 글자를 휘하지 않으셨고
『春秋』不譏不諱嫌名.
『춘추』에는 외자 이름에 대해 비슷한 음을 휘하지 않았음에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康王釗之孫, 實爲昭王,
강왕 소의 손자는 실로 소왕이 되었으며,
曾參之父名晳, 曾子不諱昔.
증삼의 아버지 성함은 증석임에도, 증자께선 같은 음인 석(昔)을 휘하지 않았습니다.
周之時, 有騏期;
주나라 시기엔 기(騏)씨 성에 기(期)라는 이름을 가진 이도 있었고,
漢之時, 有杜度,
한나라 시기엔 두(杜)씨 성에 도(度)라는 이름을 가진 이도 이었는데,
此其子宜如何諱?
이들의 자식은 마땅히 어떻게 휘해야 합니까?
將諱其嫌, 遂諱其姓乎?
장차 비슷한 음을 휘해야 한다면 마침내 그 성을 바꾸어야 하겠습니까?
將不諱其嫌者乎?
장차 음이 비슷한 글자를 휘하지 말아야 하겠습니까?
휘법은 때에 따라 지켜졌으며, 철저히 지킨 것은 오히려 환관과 궁녀뿐이었다
漢諱武帝名徹, 爲通,
한나라 무제의 이름인 철(轍)을 휘하여 통(通)으로 쓰기도 했지만
不聞又諱車轍之轍, 爲某字也;
또한 거철(車轍)의 철(轍)을 쓰지 못하기에 다른 글자로 썼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고,
諱呂后名雉, 爲野鷄,
한고조의 부인인 여후의 이름인 치(雉)를 휘하여 아계(野鷄)로 쓰기도 했지만
不聞又諱治天下之治, 爲某字也;
또한 치천하(治天下)의 치(治)를 쓰지 못하기에 다른 글자로 썼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今上章及詔,
그와 마찬가지로 임금께 올리는 장(章)에서 임금이 명령을 내리는 조(詔)에 이르기까지
不聞諱滸勢秉饑也.
호(滸)【唐 太祖의 이름인 虎와 음이 같음】ㆍ세(勢)【太宗의 이름인 世民의 世와 음이 같음】ㆍ병(秉)【世祖의 이름인 炳과 음이 같음】ㆍ기(饑)【玄宗의 이름 隆基의 基와 음이 같음】를 쓰지 못하기에 휘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惟宦官宮妾, 乃不敢言諭及機, 以爲觸犯.
오직 환관과 궁녀가 감히 유(諭)【代宗의 휘자인 豫와 음이 같음】와 기(機)【현종의 휘자인 隆基와 음이 같음】를 말하지 않았으니, 법에 저촉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士君子立言行事,
선비와 군자가 말을 세우고 일을 행함에
宜何所法守也?
마땅히 어떤 부류(옛 선비들 or 환관&궁녀)를 법으로 삼아 지켜야 하겠습니까?
今考之於經, 質之於律,
이제 경전을 고찰해보고 휘법을 질정해보며
稽之以國家之典,
국가 법전에서 헤아려보면
賀擧進士爲可耶? 爲不可耶?
이하가 진사과를 보게 된 것은 옳은 일입니까? 그른 일입니까?
휘의 근본이 효도에 있다면, 휘에 민감하기보다 실질적인 행동을 하라
凡事父母, 得如曾參, 可以無譏矣;
무릇 부모를 섬기는 것이 증삼과 같다면 비난할 게 없으며,
作人得如周公ㆍ孔子, 亦可以止矣.
사람을 진작시키는 것이 주공이나 공자와 같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今世之士, 不務行曾參ㆍ周公ㆍ孔子之行,
지금 세상의 선비들이 증삼과 주공과 공자의 행적을 따라 행하길 힘쓰지 않고
而諱親之名, 則務勝於曾參ㆍ周公ㆍ孔子,
어버이 성함을 휘하는 것만을 증삼이나 주공이나 공자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하려 하니,
亦見其惑也.
또한 미혹될 뿐입니다.
夫周公ㆍ孔子ㆍ曾參, 卒不可勝,
주공과 공자와 증삼은 힘써 행해도 그들의 업적을 이길 수가 없는데
勝周公ㆍ孔子ㆍ曾參,
주공과 공자와 증삼을 앞지르길,
乃比於宦官宮妾,
곧 환관과 궁녀가 휘법을 했던 것으로 견주려 한다면,
則是宦官宮妾之孝於其親,
이것은 환관과 궁녀가 어버이에 효도한 것이
賢於周公ㆍ孔子ㆍ曾參者耶?”
주공과 공자와 증삼의 효도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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