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은 관대하고 어질며 잘 헤아린다’는 말을 비판하다
두갱설(杯羹說)
이곡(李穀)
천명과 민심은 억지로 구해지지 않는다
天命不可以智求, 民心不可以力得. 三代之革命也, 皆積功累德, 天命之民心之. 故有不戰, 戰必一擧而得之. 至若匹夫起氓隷之中, 遽有天下難矣. 秦之天下亦三代之天下, 天命民心豈有古今之異? 劉氏之與項羽爭者, 以智力乎功德乎
유방이 항우와 다툰 것은 지혜와 힘으로 한 것인가 공덕으로 한 것인가?
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한 그가 관인(寬仁)하다고?
古謂: “劉氏有寬仁大度.”
余觀杯羹之言, 不能無疑也. 秦之虐也, 塗炭日甚, 民見起兵而圖秦者, 響應而雲合, 惟恐拯之不亟也. 顧將望拯之民, 戕賊於百戰之塲, 劉氏之爲, 爲爲民乎?
及其羽欲烹太公則曰: “幸分我一杯羹.” 所爲爭之者民也, 今乃戕之, 所以爲人者親也, 今乃置之虎口, 略無顧慮, 惟以勝負爲計, 設若項伯膠口, 而羽憤不勝, 則安知俎上之肉不爲杯中之羹乎. 縱不能竊負而逃, 杯羹之言, 不可出諸人子之口.
劉氏猶假禮義, 以羽殺義帝爲賊, 縞素而請諸侯, 其視羹父, 不有間邪. 故曰: “劉氏非寬仁者也.”
지혜와 힘에만 힘을 써서 억지로 천하를 얻은 유씨
或曰: “漢高奮一布提尺劒, 五載而得天下, 賢孰過焉? 若爲親屈己, 一失機會, 其能化家爲國乎? 抑以高祖之大度, 必料其不能害父也.”
此大不然. 當其時, 以羽之強暴, 不殺太公者幸也. 况劉氏自無兄弟之義, 而以若翁望羽乎?
向旣脫身於鴻門, 歸王漢中, 宜修政敎養士卒, 結仁固義, 以培其根本, 聽其天命民心之歸, 則秦之天下, 捨劉氏而誰適哉? 以百里而創四百年宗周文王可企也, 漢道之盛, 豈止幾於成康乎.
三代之後稱漢唐, 而漢唐賢主, 未免慚德於父子間, 良由專務智力歟. 吁! 『稼亭先生文集』 卷之七
해석
천명과 민심은 억지로 구해지지 않는다
天命不可以智求, 民心不可以力得.
천명은 지혜로 구할 수 없고 백성의 힘은 힘으로 얻을 수 없다.
三代之革命也, 皆積功累德,
삼대(夏殷周)가 혁명할 적에 모두 공을 쌓고 덕을 누적하여
天命之民心之.
하늘이 그에게 명하였고 백성이 그에게 마음을 돌렸다.
故有不戰, 戰必一擧而得之.
그러므로 싸우지 않더라도 싸우면 반드시 한 번 거병하여 그것을 얻었다.
至若匹夫起氓隷之中,
만약 보통 사람이 백성들 사이에서 일어남에 이르러
遽有天下難矣.
대번에 천하를 소유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秦之天下亦三代之天下,
진나라의 천하는 또한 삼대의 천하이니
天命民心豈有古今之異?
하늘의 명과 백성의 마음이 고금의 차이가 있겠는가.
劉氏之與項羽爭者, 以智力乎功德乎
유방이 항우와 다툰 것은 지혜와 힘으로 한 것인가 공덕으로 한 것인가?
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한 그가 관인(寬仁)하다고?
古謂: “劉氏有寬仁大度.”
옛적에 “유씨는 관대하고 어질며 도량이 컸다.”라고 했다.
余觀杯羹之言, 不能無疑也.
내가 ‘국 한 그릇 달라’는 말을 보니 의심이 없을 수 없다.
秦之虐也, 塗炭日甚,
진나라가 학정을 하여 도탄에 빠지는 게 날로 심해져
民見起兵而圖秦者,
백성들이 기병하여 진나라를 도모하는 걸 보고
響應而雲合,
메아리처럼 응하고 구름처럼 합하여
惟恐拯之不亟也.
오직 건져내줌이 빠르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顧將望拯之民, 戕賊於百戰之塲,
도리어 장차 건져주길 바라는 백성을 100번 싸우는 전장에서 죽였으니,
劉氏之爲, 爲爲民乎?
유씨가 한 일이 백성을 위해 한 일이겠는가?
及其羽欲烹太公則曰:
항우가 유방의 아버지를 삶아죽이려 함에 미쳐 유방이 말했다.
“幸分我一杯羹.”
“나에게 한 그릇의 국을 나눠주길 바랍니다.”
所爲爭之者民也, 今乃戕之,
싸운 것은 백성을 위해서였지만 이제 곧 그 백성들을 죽였고
所以爲人者親也, 今乃置之虎口,
사람 노릇한 것은 어버이 때문이었는데 이제 곧 호랑이 입에 아버지를 두고
略無顧慮, 惟以勝負爲計,
조금도 돌아보고 염려하질 않고 오직 승부로만 계산했으니,
設若項伯膠口, 而羽憤不勝,
가령 항백이 입을 다물고 항우가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면
則安知俎上之肉不爲杯中之羹乎.
어찌 도마 위의 고기가 그릇 속 국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겠는가.
縱不能竊負而逃, 杯羹之言,
만약 몰래 업고서 도망칠 수 없을지라도 한 그릇의 국이란 말은
不可出諸人子之口.
자식의 입에선 나올 수 없는 것이다.
劉氏猶假禮義, 以羽殺義帝爲賊,
유방은 오히려 예의를 가장하고 항우가 의제를 죽인 것은 도적이 된다고 생각하여
縞素而請諸侯,
삼베옷으로 상복을 입고 제후에게 청했으니
其視羹父, 不有間邪.
아버지를 국으로 삶아도 된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간격이 있는 게 아닌가.
故曰: “劉氏非寬仁者也.”
그러므로 “유씨는 관대하고 어진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겠다.
지혜와 힘에만 힘을 써서 억지로 천하를 얻은 유씨
或曰: “漢高奮一布提尺劒,
혹자가 말했다. “한고조가 한 포의를 떨치고 한 척의 칼을 끌고
五載而得天下, 賢孰過焉?
5년에 천하를 얻었으니 어짊이 누가 이 사람을 지나치랴?
若爲親屈己, 一失機會,
만약 어버이를 위해 자기를 굽혀 한 번 기회를 잃었다면
其能化家爲國乎?
집안을 변화시켜 나를 위할 수 있겠는가?
抑以高祖之大度, 必料其不能害父也.”
또한 한고조의 큰 도량으로 반드시 아버지를 해칠 수 없다는 걸 헤아렸을 것이다.”
此大不然.
이것은 매우 그렇지 않다.
當其時, 以羽之強暴,
이때에 항우의 강폭한 성격임에도
不殺太公者幸也.
아버지를 죽이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것이었다.
况劉氏自無兄弟之義,
더구나 유방은 스스로 항우와 형제의 의리가 없는데도
而以若翁望羽乎?
당신의 아버지로써 해주길 항우에게 바라겠는가?
向旣脫身於鴻門, 歸王漢中,
예전에 이미 홍문의 잔치에 몸을 빼내 돌아와 한중의 왕이 되었으니
宜修政敎養士卒, 結仁固義,
마땅히 정치와 교육을 닦고 군사와 졸병을 기르며 인을 맺고 의를 굳게 하여
以培其根本, 聽其天命民心之歸,
근본을 배양하고서 천명과 민심의 귀의함에 귀기울였다면
則秦之天下, 捨劉氏而誰適哉?
진나라의 천하가 유씨를 버리고 누구에게 갔겠는가?
以百里而創四百年宗周文王可企也,
백리로 400년의 주나라를 종주가 되도록 창업한 문왕을 바랄 수 있으니,
漢道之盛, 豈止幾於成康乎.
한나라 도리의 성대함이 어찌 성왕과 강왕에 가까운 정도에만 그치겠는가.
三代之後稱漢唐,
3대 이후로 한나라와 당나라가 칭송되지만
而漢唐賢主, 未免慚德於父子間,
한나라와 당나라의 어진 임금은 부자 간에 부끄러운 덕을 면하지 못하니,
良由專務智力歟. 吁! 『稼亭先生文集』 卷之七
진실로 오로지 지혜와 힘에만 힘써서 일 것이다. 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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