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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총 - 화왕계(花王誡) 본문

한문놀이터/한문소설

설총 - 화왕계(花王誡)

건방진방랑자 2020. 11. 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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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왕 맘을 들었다 놨다한 장미와 직간을 한 할미꽃 이야기

화왕계(花王誡) / 풍왕서(諷王書)

 

설총(薛聰)

 

 

신문대왕, 설총에게 특이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요구하다

神文大王以仲夏之月, 處高明之室, 顧謂: “今日, 宿雨初歇, 薰風微凉, 雖有珍饌哀音, 不如高談善謔, 以舒伊鬱. 吾子必有異聞, 盍爲我陳之?”

 

화왕의 빼어난 자태에 뭇 꽃들이 다투어 찾아오다.

: “, 臣聞昔花王之始來也, 植之以香園, 護之以翠幕. 當三春而發艶, 凌百花而獨出, 於是自邇及遐, 艶艶之靈, 夭夭之英, 無不奔走上謁, 唯恐不及.

 

아리따운 장미가 화왕을 유혹하다

忽有一佳人, 朱顔玉齒, 鮮粧靚服, 伶俜而來, 綽約而前曰: “妾履雪白之沙汀, 對鏡淸之海面, 而沐春雨以去垢, 快淸風而自適, 其名曰: ‘薔薇’, 聞王之令德, 期薦枕於香帷, 王其容我乎?”

 

볼품없는 백두옹, 직간을 하다

又有一丈夫, 布衣韋帶, 戴白持杖, 龍鍾而步, 傴僂而來曰: “僕在京城之外, 居大道之旁, 下臨蒼茫之野景, 上倚嵯峨之山色, 其名曰: ‘白頭翁

竊謂左右供給雖足膏粱以充腸, 茶酒以淸神, 巾衍儲藏, 須有良藥以補氣, 惡石以蠲毒. 故曰 雖有絲麻, 無棄菅蒯.’ 凡百君子, 無不代匱. 凡百君子, 無不代匱.’ 不識王亦有意乎?”

 

물러서지 않고 직간을 하여 왕을 깨우치다

或曰: “二者之來, 何取何捨?”

花王曰: “丈夫之言, 亦有道理. 而佳人難得, 將如之何?”

丈夫進而言曰: “吾謂王聰明識理義, 故來焉耳, 今則非也. 凡爲君者, 鮮不親近邪侫, 疏遠正直. 是以孟軻不遇以終身, 馮唐郞潛而皓首. 自古如此, 吾其奈何?”

花王曰: “吾過矣吾過矣!””

 

於是王愀然作色曰: “子之寓言, 誠有深志, 請書之以謂王者之戒.” 遂擢以高秩. 東文選卷之五十二

 

 

 

 

 

 

해석

 

신문대왕, 설총에게 특이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요구하다

 

神文大王以仲夏之月, 處高明之室, 顧謂:

신문대왕이 한 여름에 높고 밝은 방에 살았는데 돌아보며 설총에게 말씀하셨다.

 

今日, 宿雨初歇, 薰風微凉,

오늘은 계속되던 비가 처음으로 개고 훈풍이 약간 서늘하게 부니

 

雖有珍饌哀音, 不如高談善謔, 以舒伊鬱.

비로 진수성찬과 애끓는 음악이 있더라도 고담이나 해학의 이야기만 못하니, 울적함을 풀어주게.

 

吾子必有異聞, 盍爲我陳之?”

자네는 반드시 특이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 테니, 어째서 나를 위해 진술해주지 않는 것인가?”

 

 

 

화왕의 빼어난 자태에 뭇 꽃들이 다투어 찾아오다.

 

: “, 臣聞昔花王之始來也,

설총이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옛적에 모란왕께서 처음 오셨을 때

 

植之以香園, 護之以翠幕.

향기로운 동산에 심어져 비취빛 장막으로 보호하였답니다.

 

當三春而發艶, 凌百花而獨出,

봄날 석 달의 좋은 시절이 되어 요염함을 발하고 뭇 꽃을 능욕하며 홀로 빼어났습니다.

 

於是自邇及遐, 艶艶之靈, 夭夭之英,

이에 가까운 데서부터 멀리까지 빼어난 꽃들과 요염한 꽃들이

 

無不奔走上謁, 唯恐不及.

분주히 달려 왕께 배알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오직 이르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아리따운 장미가 화왕을 유혹하다

 

忽有一佳人, 朱顔玉齒, 鮮粧靚服,

문득 한 아리따운 이가 있으니 붉은 얼굴에 옥 이를 지녀 신선한 화장을 한 채 옷을 입고

 

伶俜而來, 綽約而前曰:

외로운 모습 나왔고 아리따운 자태로 앞에 와서 말했습니다.

 

妾履雪白之沙汀, 對鏡淸之海面,

첩은 백설의 모래사장을 밟고 맑은 바다를 거울로 대하곤 했으며

 

而沐春雨以去垢, 快淸風而自適,

봄비로 목욕하며 때를 씻어내고 맑은 바람에 상쾌해하며 유유자적해 했습니다.

 

其名曰: ‘薔薇’, 聞王之令德,

이름은 장미(薔薇)라 하오니 왕의 아름다운 덕을 듣고

 

期薦枕於香帷, 王其容我乎?”

향기로운 휘장에서 침실에 함께 하도록 천거되길薦枕: 침실을 같이하도록 천거하는 것 기약하오니, 왕께서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볼품없는 백두옹, 직간을 하다

 

又有一丈夫, 布衣韋帶, 戴白持杖,

또 한 장부가 있었으니 포의에 가죽 허리띠를 두르고 흰 머리에 지팡이를 짚고

 

龍鍾而步, 傴僂而來曰:

늙고 병든 모습으로龍鍾 늙고 병든 모양. 늘그막에 2천 석 자사刺史 벼슬 살고 있으니, 동서남북을 맘대로 다니는 그대에게 부끄러우이.龍鍾還忝二千石 愧爾東西南北人 -高適, 人日寄杜二拾遺/ 늙고 병드니 온 가지 병이 몸에 모이네.潦倒龍鐘 百疾叢體 -李華, 臥疾舟中贈別序눈물 흘리는 모양. 동으로 고향 바라보니 멀리 아득하기만 하고, 두 소매 눈물 닦느라 마를 새 없구나.故園東望路漫漫 雙袖龍鍾淚不乾 -岑參, 逢入京使」 ③ 대나무 이름. 廣韻 걸어왔고 등이 굽은 상태로 와서 아뢰었습니다.

 

僕在京城之外, 居大道之旁,

저는 한양 성 밖에 있고 대로의 근방에 살아

 

下臨蒼茫之野景, 上倚嵯峨之山色, 其名曰: ‘白頭翁

아래론 푸르고 드넓은 들판에 닿아 있고 위로는 깎아지른 산색에 의지하니 이름은 백두옹(白頭翁)이라 하옵니다.

 

竊謂左右供給雖足膏粱以充腸,

제가 생각하기론 좌우에서 공급해주는 게 비록 고량진미로 배를 채우기 충분하고

 

茶酒以淸神, 巾衍儲藏,

차와 술로 정신을 맑게 하며 상자巾衍: 천을 바른 書箱을 말함.에 저장해둔 것이

 

須有良藥以補氣, 惡石以蠲毒.

마땅히 양약으로 기를 보충해주고 금석(金石)의 극약(劇藥)으로 독을 제거해 줍니다.

 

故曰 雖有絲麻, 無棄菅蒯.

그러므로 비록 좋은 실이 있다 해도 띠풀 같은 보잘 것 없는 걸菅蒯: 솔새나 띠풀 같은 하찮은 것을 뜻함. 이 글의 출처는 春秋左氏傳成公9. 버리지 않아

 

凡百君子, 無不代匱.’

뭇 군자는 모자를 걸 대비하지 않음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不識王亦有意乎?”

왕께서는 또한 이런 뜻이 있으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물러서지 않고 직간을 하여 왕을 깨우치다

 

或曰: “二者之來, 何取何捨?”

어떤 이가 아뢰었습니다. “두 사람이 왔으니, 누굴 취하고 누굴 버리시겠습니까?”

 

花王曰: “丈夫之言, 亦有道理.

모란왕께서 대답하셨다. “장부의 말이 또한 도리가 있긴 하지만

 

而佳人難得, 將如之何?”

아름다운 사람도 얻기 어려우니 장차 어찌 할 거나?”

 

丈夫進而言曰: “吾謂王聰明識理義,

할미꽃이 나와서 말했다. “저는 왕께선 총명하고 이치와 의를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故來焉耳, 今則非也.

왔을 뿐인데 지금 뵈오니 아닙니다.

 

凡爲君者, 鮮不親近邪侫, 疏遠正直.

대체로 왕이 된 사람은 아첨하는 이를 가까이 함으로 정직한 이를 소원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 드뭅니다.

 

是以孟軻不遇以終身, 馮唐郞潛而皓首.

이런 이유로 맹가는 불우한 상태로 몸을 마쳤고 풍당馮唐 : 漢 文帝 때 명장이었지만 郎中署長을 지내는 데 그침.은 낭관으로 은둔하여 머리가 희어졌습니다.

 

自古如此, 吾其奈何?”

예로부터 이와 같았는데 제가 어찌 하겠습니까?”

 

花王曰: “吾過矣吾過矣!””

화왕께서 말씀하셨다.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於是王愀然作色曰:

이에 신문대왕이 근심스런 낯빛을 띠며 말씀하셨다.

 

子之寓言, 誠有深志,

자네의 우언이 진실로 깊은 뜻이 있으니

 

請書之以謂王者之戒.”

청하노니 글로 써서 왕자의 경계를 말하도록 하라.”

 

遂擢以高秩. 東文選卷之五十二

마침내 설총을 높은 벼슬자리高秩: 우대한 봉록이나 높은 직위優厚的俸祿; 高爵位.에 발탁했다.

 

 

 

 

 

 

 

인용

목차

문학통사

9711

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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