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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겹 - 송도회고(松都懷古)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권겹 - 송도회고(松都懷古)

건방진방랑자 2019. 3. 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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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수도에서 회고하며

송도회고(松都懷古)

 

권겹(權韐)

 

 

雪月前朝色 寒鐘故國聲

설월전조색 한종고국성

南樓愁獨立 殘郭暮烟生

남루수독립 잔곽모연생

 

 

 

 

 

 

해석

雪月前朝色 寒鐘故國聲

눈 속의 달은 고려의 빛, 서늘한 종소리는 옛 나라의 소리.

南樓愁獨立 殘郭暮烟生

남루에 근심스레 홀로 서 있으니 스러진 성곽엔 저녁 안개 피어나네.

 

 

해설

작자는 시방 고려 유구(遺構)인 남루의 다락에 올라, 모색이 짙어가는 폐허를 굽어보며, 흥망성쇠를 거듭해 온 천고 역사의 감회에 젖어 있다.

 

멀리 어느 고찰에선가, 고려를 통곡하듯 싸느라이 떨어 우는 범종 소리, 느린 간격으로 들려오고, 폐허를 덮어 가리어 당시를 재현해 놓은 듯한 설경(雪景)의 고도(古都), 달빛은 예런듯 밝아 있는데, 오백년 왕업(王業)을 둘러, 피의 공방(攻防)을 거듭하다 이제는 그 잔해(殘骸)뿐인 헌 성곽에는, 시름인 양 저녁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남루ㆍ잔곽은 고려의 유적으로, 회고의 정을 일으킨 실마리요, ‘월색(月色)ㆍ종성(鐘聲)’의 광파(光波)ㆍ음파(音波)는 당시로 거슬러 가는 타임머신의 항로(航路)이다. 또 눈으로 표백된 달빛싸느라이 식은 종소리의 그 황량감(荒凉感)ㆍ무상감(無常感)에서 서려나는 시름, 그 시름의 표상(表象)인 양 서려 오르는 저녁 연기, 이 흉곽(胸廓)시름과 성곽(城廓)저녁 연기는 안팎이 대응(對應)하듯, 같은 가락 같은 흔들림으로 하염없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ㆍ승구는, 달빛과 종소리의 시청각을 통하여, 고려 당시를 방불하게 입체화해 놓았으며, 전ㆍ결구는, 시름과 저녁 연기를 연기론적(緣起論的) 시각에서 일원화해 놓고 있다.

 

54구의 20, 그 일자 일구를 이처럼 유기적으로 조직하여, 불가형용의 수회(愁懷)를 가시적(可視的)ㆍ가청적(可聽的)으로 영상화한, 그 신운(神韻)의 솜씨는, 단연코 마힐(摩詰)의 화시법(畵詩法)을 능가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374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소화시평 권하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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