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택의 산방에 대한 기문
이군산방기(李君山房記)
소식(蘇軾)
2. 사찰에 책을 남겨두고 온 이공택과 책을 읽지 않은 풍조
이공택이 사찰에 책을 남기고 온 이유
余友李公擇, 少時讀書於廬山五老峰下白石菴之僧舍, 公擇旣去, 而山中之人思之, 指其所居, 爲李氏山房, 臧書凡九千餘卷.
公擇旣已涉其流, 探其源, 採剝其華實, 而咀嚼其膏味, 以爲己有, 發於文辭, 見於行事, 以聞名於當世矣. 而書顧自如也, 未嘗少損, 將以遺來者, 供其無窮之求, 而各足其才分之所當得.
是以不藏於家, 而藏於故所居之僧舍, 此仁者之心也.
이 기문을 후세에 남기는 이유
余旣衰且病, 無所用於世, 惟得數年之閑, 盡讀其所未見之書. 而廬山, 固所願遊而不得者, 蓋將老焉, 盡發公擇之藏, 拾其遺棄以自補, 庶有益乎. 而公擇求余文以爲記, 乃爲一言, 使來者, 知昔之君子見書之難, 而今之學者有書而不讀, 爲可惜也.
해석
이공택이 사찰에 책을 남기고 온 이유
余友李公擇,
나의 벗 이공택이
少時讀書於廬山五老峰下白石菴之僧舍,
어려서 여산 오노봉 아래 백석암의 사찰에서 독서하다가
公擇旣去, 而山中之人思之,
공택이 이미 떠남에 산중의 사람이 그를 그리워해서
指其所居, 爲李氏山房,
거처했던 곳을 가리켜 ‘이씨산방’으로 만들었으니,
臧書凡九千餘卷.
소장한 책이 모두 9천 여권이었다.
公擇旣已涉其流, 探其源,
공택이 이미 흐름을 섭렵했고 근본을 탐구하여
採剝其華實, 而咀嚼其膏味, 以爲己有,
결실을 따먹고 고량진미를 씹어 자기의 소유로 삼고서
發於文辭, 見於行事,
문장으로 써내고 행사로 드러내어
以聞名於當世矣.
당시에 이름이 알려졌다.
而書顧自如也, 未嘗少損,
그러나 책은 돌아보면 그대로 있어 일찍이 조금도 훼손이 없으니
將以遺來者, 供其無窮之求,
장차 남기고 온 것으로 무궁한 구함에 공급한다면
而各足其才分之所當得.
각각 재주와 분수의 마땅히 얻을 것에 충족되리라.
是以不藏於家, 而藏於故所居之僧舍,
이 때문에 집에 보관하지 않고 예전에 머물던 사찰에 보관하는 것이니
此仁者之心也.
이것인 인한 사람의 마음이다.
이 기문을 후세에 남기는 이유
余旣衰且病, 無所用於世,
나는 이미 노쇠하고 병들어 세상에 쓰일 게 없으니
惟得數年之閑, 盡讀其所未見之書.
오직 몇 년의 한가함을 얻었기에 보지 못한 책을 볼 것이다.
而廬山, 固所願遊而不得者,
여산은 진실로 가보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으니
蓋將老焉, 盡發公擇之藏,
대체로 장차 늙게 되면 공택의 장서를 모조리 꺼내
拾其遺棄以自補, 庶有益乎.
남기거나 버린 것을 수습하여 스스로 보탠다면 유익할 것이다.
而公擇求余文以爲記, 乃爲一言,
공택이 나의 글을 구해 기문을 지으라 하기에 곧 한 마디 말을 지어
使來者, 知昔之君子見書之難,
오는 이에게 옛날의 군자는 책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과
而今之學者有書而不讀, 爲可惜也.
지금의 학자는 책은 있지만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애달파한 것임을 알게 하겠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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