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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연약한 여자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이야기를 형상하다
여자의 연약한 몸으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았다는 이야기는 야담으로 전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원주 땅에 은거했던 학자 정시한(丁時翰)에 결부되어 꾸며진 것도 있고, 삼남(三南)에서 기사(奇士)로 알려졌던 소응천(蘇凝天)에 연결된 것도 있다. 후자는 안석경(安錫儆)의 손에서 「검녀(劍女)」라는 한문단편으로 빼어나게 작품화된 것이다.
이 시는 원수를 갚은 사건을 전하는 매개자를 주막의 할멈으로 설정하였다. 할멈이 작중화자다. 야담에서 명망가에 결부시켜 흥미를 끌게 한 방식과는 다르다. 시는 어린 소녀의 몸으로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다는 사실 자체를 중시하고, 그것의 의미를 드러내는 데 치력(致力)한다. 내용을 극히 단순화시키면서 작중화자를 평범한 할멈으로 두는 편이 관심의 분산을 막는 효과를 주었을 것이다.
“아비 살해되어 시신마저 없어졌으니 어디 가서 알아나 볼 수 있으리오[父死尸沒向誰叩]”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관에 고발하는 방법으로 원수를 갚을 수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시인은 원수를 징치(懲治)하고 종의를 관철한 두 소녀의 정신과 행동의 의미를 개인적 차원에서 구국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이웃나라에 말을 부치노라. 우리 땅 함부로 넘보지 마라. 옛 삼한의 나라 여자들까지 이러하단다[寄語鄰邦莫浪窺 三韓女兒今如斯].”라고 시를 끝맺는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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