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17세기 상품 유통의 부정적 측면을 다루다
이 시는 구리를 운반하는 수레를 끄는 소를 두고 지은 것이다. 작품은 소에다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첫머리에 “큰 수레 삐거덕삐거덕 수레 끄는 두 마리 소[大車彭彭服兩牛]”를 클로즈업시킨다. 그 소가 무거운 짐을 운반하느라 얼마나 고달픈가를 보여준 다음, 그 수레에 대체 무엇을 실었는가 하는 의문을 끌어내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는 관에 속한 것인데 그 소를 기르고 달구지를 모는 임무가 달구지꾼[車丁]에게 역으로 부과되어 있다. 소의 고통은 곧바로 달구지꾼의 고역이다. 그런데 그 소에게 “채찍질 너무 하지 마소[鞭莫疾].”라고 당부한다. 소는 죽어서도 뿔과 가죽을 남겨서 활과 갑옷을 만드는 데 쓰일 것이니, 그런 만큼 소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17세기 후반으로 들어와서 상품유통이 제법 활기를 띠게 되자 화폐의 수요가 늘어났다. 당시 ‘화폐=상평통보(常平通寶)’는 구리를 주재료로 주조한 것이었다. 이 구리쇠를 운반하는 데 얽힌 이야기가 시의 내용이다. 구리쇠는 동래상인에 의해 들여와서 엽전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은 다시 동래상인이 수입한 일본 상품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다. 이 시는 이런 순환유통을 조명하고 있다.
시인이 그런 과정이 일부에 특혜를 주면서 경제질서에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화폐의 주조권이 군영(軍營)에 주어진 사실 또한 온당치 않은 일로 보아 개탄한다. 대체로 시인의 비판은 정확하며, 역사의 한 중요한 측면을 들여다본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화폐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아직 내다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18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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