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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객행(有客行) - 해설. 가문이 당한 정치적 보복과 권력의 속성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유객행(有客行) - 해설. 가문이 당한 정치적 보복과 권력의 속성

건방진방랑자 2021. 8. 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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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가문이 당한 정치적 보복과 권력의 속성

 

 

이 시는 귀족의 여자가 정치적 전락(顚落)으로 인해 관비 신분으로 떨어져 갖은 고난과 수모를 당하는 이야기다.

 

시인이 서북지방으로 여행하던 길에 주인공 여자를 상봉하는 서두, 주인공 자신의 입으로 파란의 역정이 서술되는 본장, 시인의 언급으로 끝맺어지는 결말의 전형적 3부 구성으로 엮여 있다. 그런데 작품은 특이하고 주제사상이 주목되는 것이다.

 

첫째, 주인공 여자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하루아침에 비천한 인생이 되어 기구하고 곤욕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절박하게 그려진 점이다. 역적을 처영하는 경우 그 아들은 죽이고 그 처와 딸은 노예로 삼는다는 것은 주지하는 터이나 실상이 어떠한지 보고된 바 별로 없다. 지금 이 시에서 구체적 실태를 보는 것이다.

 

둘째, 이조 후기 정치사는 당쟁의 치열상으로 엎치락뒤치락의 정치극을 연출하곤 했다. 정치권력을 둘러싼 싸움에는 승자의 명예와 환희(歡喜)의 반대쪽에 패자의 오욕(汚辱)과 비탄(悲歎)이 있기 마련이다. 작품은 파묻혀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쪽을 비추어 당시 정치현실의 일면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인권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점이다. 작중의 내용은 시인 자신이 실제적 사실로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가문의 누군지는 언표하지 않았지만 시인은 그 가문의 정치적 행태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한때 권력의 칼자루 거머쥐고 / 남의 집 도륙낸 적도 있더니 / 어느새 멸문의 화를 입어 / 재앙이 어린애에까지 미쳤구나[其家據權要 亦甞赤人族 倐忽受殄滅 禍殃及稚弱].”라고 받아야 마땅한 응보를 받은 것처럼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선행을 권장하는 언급을 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가 아무리 큰 죄를 범했더라도 연좌법을 적용해서 자녀들을 비인간적 상태로 몰아넣는 제도는 옳지 않은 것이라는 발언을 한다. 연좌법의 폐지를 인권적 차원에서 주장한 셈이다. 끝맺음의 출신이 또 무슨 관계 있으랴! / 이 여자 참으로 측은해 보이네[世類又奚累 是特仁者惻].”는 새로운 사상의 발아를 암시하는 발언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1, 창비, 2020, 337~338

 

1 사연이 있는 듯한 여인
2 고관 가문의 딸로 걱정없는 시간을 보내다
3 한순간에 가문이 기울어 온갖 고초를 당하다
4 행한 그대로 돌아오는 인과응보와 연좌죄의 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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