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해설. 낭만적 스케치로 그린 삶에 반영된 심각한 현실
이 시는 한 인간의 딱한 신세를 그린 내용이다. 작중 주인공은 70줄의 노인인데, 병졸로 나갔다가 흰머리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고향 땅은 돌아온 그에게 쓸쓸하기만 하여, 늙어빠진 몸으로 자신의 생계를 위해 외로이 밭을 갈아야 했다. 시는 이 노인이 돌밭을 갈다가 소발굽이 빠져 밭머리에 나앉아 한숨 내쉬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그 자리서 끝냊는다. 그가 작중의 화자가 되어 자기 신세를 이야기로 들려주는 방식인데, 작중에 노출되지는 않았으나 시인이 그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셈이다.
시의 서장은 “밭둑에 봄풀이 푸릇푸릇 산꿩은 쌍쌍이 나는데[隴草萋萋雉雙飛]”로 희망과 화기에 넘치다가 결구로 가서는 “지금 밭머리에 넋을 잃고 앉았으나 홀로 애간장이 끊어집니다[獨坐茫然心斷絶]”로 침울한 분위기로 급전한다. 전편이 하나의 전변하는 화폭이다. 그 화폭은 더없이 간결하지만 인생의 내용은 풍부하고 다소 낭만적인 색조를 곁들이면서 심각한 현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55쪽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한시놀이터 > 서사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부행(餓婦行) - 2. 버린 두 아들은 호랑이의 밥이 되니 (0) | 2021.08.07 |
---|---|
아부행(餓婦行) - 1. 두 아이와 밥 빌러 온 아낙 (0) | 2021.08.07 |
성간 - 노인행(老人行) (0) | 2021.08.07 |
이조시대 서사시, 총론 - 4. 그 현실주의적 성과 (0) | 2021.08.07 |
이조시대 서사시, 총론 - 3. 서사시의 표현형식 (0) | 2021.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