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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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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

 

 

철학자란 원래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데 익숙하다. “나는 강아지를 보고 있다는 평범한 상황도 철학자는 주체인 나는 대상인 강아지를 주변 세계와 함께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별것 아닌 일도 철학자에게 가면 마치 대단히 중대한 문제인 양 포장되고 과장된다.

 

수 세기 동안 인식론의 테마가 되어왔던 주체와 대상, 주관과 객관의 문제도 그렇다. 철학자들은 주관/객관의 분리가 엄청나게 심각한 위기라도 초래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주관/객관의 확연한 분리를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실증주의 인식론에는 허점이 있다. 실증주의는 사물만이 아니라 인간마저도 조잡한 방식으로 대상화시킴으로써 살아 있는 인간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해부해 죽은 인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실증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체의 차원을 아예 팽개쳐버린 구조주의 인식론은 더 큰 잘못이다. 존재하는 게 자명한 주체를 굳이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주체가 주체의문을 닫아거는 구조주의는 주체가 주체를 객체화하는 실증주의와 마찬가지로 논리적 모순이 아닐까?

 

 

그보다는 현상학적 해법이 훨씬 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것을 자연적 태도라고 부르며 주관ㆍ객관의 분리 이전에 인간은 세계를 총체적으로 인식할 줄 안다고 말했다.

내가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곧 내가 세계를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발견하며 경험한다는 뜻이다. 나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게 그냥 주어져 있는 시각, 촉각, 청각 등의 신체적 감각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후설, 순수 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

 

이런 관점에서 후설은 생활세계(Lebenswelt)개념을 발전시켰다. 생활세계 속에서 인간은 인식 과정을 상세히 분석하기 전에 이미 자연스러운 태도로 세계를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하버마스는 상호주관성의 개념을 도출한다.

 

 

후설의 제자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현존재라는 개념을 만들어 인간이 세계 속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세계를 대상화하는 이중적 존재 방식을 취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주체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자신은 부정한다 하더라도 그의 방법은 주체의 위치를 세계 외적 위치(반성적 주체, 초월적 자아)와 세계 내적 위치(전반성적 주체, 경험적 자아)로 분열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분열된 두 주체를 억지로 매개하려 한다면 또 다시 실증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될 뿐이다.

 

하버마스는 주체의 분열을 애초에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주체는 분열되어 있지 않다. 생활세계 속에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은 곧 주체와 대상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거꾸로 말하면 주체와 대상이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호주관성이다. 주체는 이미 언어를 통해 상호작용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관과 객관을 논하기 전에 이미 상호주관적이다.

 

물론 생활세계에 상호주관성이 작용한다고 해서 개인들 간의 의사소통이 언제나 만족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버마스는 구조주의자들처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사회가 존속한다는 사실은 적어도 의사소통이 부분적으로는 기능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제는 이 의사소통의 통로를 최대한 넓혀 상호주관성이 완벽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하버마스는 현대 사회의 의사소통이 체계적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적 영역은 경제제도에 의해 침해당하고 공적 영역은 행정제도에 의해 침해당한다. -소통행위 이론

사적 의사소통은 자본 축적의 논리에 의해, 공적 의사소통은 관료제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 그 결과 생활세계가 식민지화된다. 그러므로 하버마스의 해법은 생활세계를 자본과 관료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상호주관성에 의한 투명한 의사소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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