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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추애개자(戊子秋哀丐者) - 2. 풍년에도 유리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들의 사연은?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무자추애개자(戊子秋哀丐者) - 2. 풍년에도 유리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들의 사연은?

건방진방랑자 2021. 8. 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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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풍년에도 유리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들의 사연은?

 

嗟爾何處人 扶挈到此方 ! 당신들은 어느 곳 사람들이기에 붙들고 이끌며 이 지방에 이르렀소?
云是東峽民 無食離家鄕 말하네. “동쪽 골짜기[각주:1] 백성으로 먹을 게 없어 집과 고향 떠났지요.
四月下霜雹 五月遍螟蝗 4월인데도 서리와 우박이 내렸고 5월에 벼멸구 들끓어
才經催剝餘 又逢蟲損傷 겨우 꺾이고 벗겨짐 경험한 나머지에 또한 벌레로 인한 손상 만났지요.
始從瀧上黍 迤及水中秧 처음엔 여울 가 기장으로부터 이어져 논 속 벼에까지 미치니
根穗皆蝕盡 處處莽空場 뿌리와 이삭 모두 먹어 치웠고 곳곳마다 황량히 텅빈 벌판이 되었죠.
半歲費辛苦 逢秋却成荒 반해 동안 고생을 했는데 가을이 되었음에도 도리어 거친 벌판을 이루었어요.
十口皆呼饑 焉望有蓋藏 열 식구 모두 굶주림에 호소하는데 어찌 저장한 음식[각주:2] 있을까 바라리오?
東家鬻牛馬 西隣伐棗桑 동쪽 집에선 소와 말을 팔고 서쪽 이웃에선 대추와 뽕나무를 일궈서
糴期忽已迫 身布又遑遑 쌀 사들일 기일은 갑자기 이미 임박한 데다 신포 또한 재빨리 요구하여
官差猛如虎 臨門肆槍攘 사또[각주:3] 사납기가 범 같아 문에 다다라 멋대로 창으로 찔러댔죠.
環顧一室中 四壁惟頹墻 한 집안 속을 휘 돌아보면 사방의 벽엔 오직 무너진 담뿐이었죠.
深恐連縷洩 盡賣弊衣裳 깊이 연루되어 포박당할까 두려워 모두 해진 옷가지들 팔아야 했죠.
哀哀幼稚哭 索飯呼爺孃 애달프고 애달피 어린 자식 울어대며 밥 찾아 어미[각주:4]를 불렀죠.
安土豈非願 故鄕拒可忘 땅에 안착(安着)하길 어찌 바라지 않겠으며 고향을 끊어버리고 잊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甁無一粒粟 將何繼秕慷 쌀독엔 한 알갱이 곡식도 없으니 장차 어찌 쭉정이로라도 연명하며 건강하겠습니까?
一日不再食 立地見危亡 하루에 두 끼 먹지 못해 땅에 서더라도 위급하고 망할 것 같기에
難於坐待死 百計費商量 앉아 죽음을 기다리기 어렵기에 온갖 계책으로 헤아려 보았던 것이죠.
率眷作流丐 天壤何茫茫 권솔(眷率)을 거느리고 유리걸식(遊離乞食)하는데 천지가 어찌나 드넓던지요?
痛哭辭故里 血淚西白楊 통곡하며 옛 마을에 사직하는데 서쪽 황철나무[각주:5]에 피눈물이 흘렀답니다.
傳聞他郡邑 往往登豊穰 전해 듣기론 다른 고을은 이따금 풍년이 들었다던데
我土獨何辜 毒災偏一坊 우리 땅만 유독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해침과 재앙이 한 지방에 치우친 것입니까?
地荒民四散 公私貽深殃 땅이 황폐해지자 백성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공사로 깊은 재앙을 당했네요.
日月雙轉轂 流光落嚴霜 해와 달이 모두 돌고 돌다가 엄혹한 서리 떨어지는 세월이 되었네요.
旣無家與食 半夜泣路傍 이미 집과 먹을거리 없으니 한밤에 길가에서 울지만
流離不定居 溝壑任仆僵 흘러 다녀 정해진 거처 없기에 도랑과 골짜기에 쓰러짐 당하겠죠.

 

 

 

 

인용

본문

해설

 

 
  1. 동협(東峽): 경기도의 동족 지방과 강원도 지방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2. 개장(蓋藏): 헛간, 저장 [본문으로]
  3. 관차(官差): 예전에, 관아에서 파견하는 군뢰, 사령 따위의 아전을 이르던 말이다. [본문으로]
  4. 야양(爺孃): 부모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5. 백양(白楊): Populus maximowiczii.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 '백양'이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러시아와 한국, 일본 등이며, 냇가에 서식한다. 크기는 약 30m이다. 본래 회색이었던 나무껍질이 갈라지면서 흑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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