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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77.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77.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건방진방랑자 2021. 2. 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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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밥이 들어가니 기운이 난다. 역시 밥은 보약이고 힘이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이런 날이 걷기엔 딱이다.

 

 

 

남한강 바람으로 숙취를 해소하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 아이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의 길을 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 싱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도시 아이들보다 시골아이들에게서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철 들면서 잃어버리는 건 그런 싱그러움과 해맑음이 아닐까?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따라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걸었다.

남한강을 따라 걷는 길은 참 운치가 좋더라. 여주대교를 건널 땐 아찔한 기분도 들었다. 여주는 강을 중심으로 발전된 곳이다. 좋은 풍광을 볼 수 있도록 강 주변에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저곳에서 느긋하게 남한강을 바라보며 한껏 여유를 부리겠지. 한강은 지하철을 타고 건너본 경험밖에 없기에 직접 걸어서 건너는 기분은 생소하면서도 유쾌했다. 싸늘한 바람은 술 취한 나에게 숙취해소 역할을 하더라. 몸의 신경들이 풍속(風速)에 따라 깨어나는 느낌이다. 남한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전주천을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남한강을 따라 걷는 운치도 남달랐다. 그래도 오밀조밀한 전주천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 여주대교를 따라 남한강을 건넌다. 첫 경험은 뭐든 신선하다

 

 

 

온갖 걱정이 밀려올 때 걸려온 위로 전화는 마음을 적신다

 

쉬지 않고 걸었다. 남한강변을 넘어서고부터는 다시 4차선 도로가 시작되었다. 가장 싫어하는 도보길이지만 어쩔 수 없다. 차들은 쌩쌩 달리고 나는 부리나케 걷고 있다. 그런데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더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 방울씩 내리고 있었지만 언제 많은 비가 내릴지 몰라 도로 한복판에서 우의를 입는 수고를 해야 했다.

처음엔 천천히 걸을 생각이었는데 비가 한 방울씩 내리다보니 자연히 걸음이 빨라지더라. 구름이 잔뜩 껴있으니 금세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쭉 뻗은 도로 사방은 재배단지 밖에 없다. 과연 난 어디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온갖 걱정이 엄습해 오던 그때 국민이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느냐고, 돌아오면 이것저것 이야기 해주라는 안부 전화였다. 외로움과 두려움이 한껏 밀려오던 때 이런 전화를 받으면 괜히 울컥해진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뿐인데 맘이 요동치면서 눈물이 맺힌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 비가 오락가락해서 다시 풀무장을 했다. 이 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온다. 아무 것도 없으니.. 여긴 쭉 펼쳐진 길 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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