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비 오는 날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출발하다
잘 때만 해도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설마 춥겠어’라는 생각으로 우의를 껴입지 않고 그냥 잤더니, 역시나 좀 추웠다. 그래서 새벽기도 후엔 우의를 껴입었더니 어찌나 따뜻하던지^^ 정말 그때부턴 정신을 잃고 잠들었나 보다. 그후에 포크레인의 시끄러운 바닥 긁는 소리에 잠을 깼다.
오늘은 전국에 많은 비가 온다고 했었다. 전주는 이미 어제 비가 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들었었는데 강원도는 새벽부터 내린 모양이다. 새벽기도 때 밖에 나가보니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단단히 챙겨 입었고 배낭 속의 모든 물건은 비닐로 감쌌다.
마음 굳게 먹고 아침밥을 먹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성까지다. 지도가 없어 정확한 거리는 알지 못하지만 40Km 정도 걸어야하는 만만찮은 거리임은 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을 굳게 먹고 거리를 나섰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침밥을 먹지 않고 갔을 테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배를 채워둬야 더 힘내서 걸을 수 있으니 말이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잘하면 내일 통일전망대에 도착하여 이 여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늘이야말로 숙박까지 하는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딴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즐기면서 걸어야지.
어제 저녁을 굶었는데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음식점에 들어갔다. 터미널에 있던 음식점인데 손님은 나 밖에 없었다. 하긴, 이른 아침인데 웬 손님이겠는가? 들어갔더니 아주머니는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계시더라. 백반을 시켰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들어가서 그런지 맛도 없고 준비 상태도 영 엉망이었다. ‘괜히 아침을 먹으려고 한 건가?’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어차피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은 것이니 우겨 넣어서라도 배불리 먹어둬야지.
빗속 국토종단 경험담
비가 온다. 제법 많이 온다. 터미널은 사람들이 오가고를 반복하며 분주하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가지만 나는 우의를 입고 배낭을 짊어지고 모자를 쓰고 비를 뚫고 간다.
이 느낌은 여행 이틀째 목포에서 무안으로 떠날 때와 같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게 있다면 그땐 두려움과 낯섦을 안고 떠나는 여행이었던 데 반해 지금은 이게 익숙한 여행이라는 것이고 그땐 여행의 첫 걸음을 떼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마무리지어가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것은 처음 가보는 새 길이기에 설렘과 걱정이 있다는 것쯤일까.
이번 여행을 하면서 빗길을 걸어본 것은 오늘을 포함해 세 번 뿐이다. 처음은 이미 밝혔고 두 번째는 여주에서 양평으로 갈 때였다. 하지만 그땐 오후에 비가 그쳤으니,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걸은 날은 무안으로 갈 때와 오늘 뿐인 셈이다. 그러니 그만큼 기대가 된다는 말씀 되시겠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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