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집기③ 편집의 원칙
지금 보기에 내용이 이상할지라도 바꾸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그 당시의 절실했던 감정이고, 무엇과 마주쳐 공명한 감정이기에 그걸 살리는 게 ‘국토종단기’의 핵심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바꾸지 마라 어설프니까 내용이다
예를 들면, 연기군을 지날 땐 ‘행정도시 이전’과 같은 사안에 집중하며 그 정당성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연을 훼손하는 공사판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던 부분은 분명 현실인식이 부족했던 부분이다. 지금 보면 여러모로 단순한 생각이라 창피하긴 한데, 그 당시엔 정치적 사안보다 환경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져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기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어설프고, 설익고, 부족한 부분이라 하여 모두 제거해버린다면, 지금 내 모습도 퇴색해버리며, 편집이 아닌 악의적 창작이 되기 때문이다.
내용을 바꾸지 않는 한 가독성이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색한 표현들과 오타가 난 부분은 고쳤다. 그 중 특히 2009년 당시 글을 쓸 때 아무런 고민 없이 쓰던 표현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흐름을 끊는 표현이란 생각이 들어 고친 부분이 있다.
◎ 기존: 어둡기도 했고 주위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차가 오나 안 오나만 보며 걷다가 엉겁결에 차를 타고 오게 된 거니까.
◎ 수정: 어둡기도 했고 주위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차가 오나 안 오나만 신경쓰며 걷다가 엉겁결에 차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그 당시 글들엔 ‘~하니까’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땐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썼을 텐데, 지금 보면 많이 어색하기에 고친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 급하게 ‘국토종단기’를 쓰느라 퇴고할 시간이 없었다. 글을 완성하기까지 정해진 시간은 없었지만, 임용공부를 하던 때라 글에만 온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어색한 표현이나 오타가 많았다. 이런 부분들을 수정하여 좀 더 완성도를 높였다.
닥치고 연결
최근에 블로그를 정리하며 많은 글들이 쌓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중에는 묻히기에 아까운 글들도 있었고, 어떤 생각의 단초가 되는 글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하이퍼링크를 통해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의식의 흐름이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 편집할 때에도 각 여행기에 링크를 여럿 달아 두었다. 글 밑에 줄어 그어졌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글엔 링크가 달린 것이다. 그걸 통해 관련된 내용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의식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서로의 글에 이어지도록 함으로 각자의 글이 다양한 상황에 맞게 변주(變奏)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서야 링크를 활용하고 있는 단계이기에, ‘과연 링크를 여러 곳에 다는 게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생각의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산만하여 방해가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링크의 적정선이 어느 정도인지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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